큐레이션 뉴스 플랫폼 등장에서 주목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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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24일

인스타그램 설립자에 스포티파이 출신까지…잇달아 출사표
AI기술로 사용자별 맞춤뉴스‧개인화 서비스 고도화
포털 외 대안 없는 국내 뉴스미디어 환경, 시장성 회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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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뉴스미디어 업계가 여전히 포털 플랫폼과 그 입점 여부에 또다시 술렁이는 사이 미국 뉴스 시장은 새로운 소셜 플랫폼 등장이 잇따르고 있다.

2월 시범운영에 들어간 맞춤형 뉴스앱 ‘아티팩트(Artifact)’, 이에 앞서 선보인 큐레이션 뉴스앱 ‘인폼드(informed.)’가 출사표를 던지면서다. 플랫폼별로 콘셉트는 다르지만 빅테크 기업과 대형 언론사가 주도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뉴스 서비스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좀처럼 역동성이 없는 국내 시장 경쟁 환경과 다르게 이들은 어떤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것일까?

뉴스에 틱톡식 알고리즘 적용

아티팩트(Artifact)는 유명세를 떨친 창업자 후광효과로 정식 서비스 전부터 화제몰이 중이다. 인스타그램 공동 설립자인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과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가 주축이 됐다. 두 사람은 세계 10억 명이 사용하는 인기 어플리케이션으로 1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성공한 기업가로 대접받는다.

아티팩트는 ‘인공지능으로 구동되는 맞춤형 뉴스피드’를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월 말 기준 사전체험판을 가동해 사용자 환경 및 경험을 테스트하고 있다.

아티팩트
아티팩트 앱 첫 화면(왼쪽)과 가입시 노출 피드.

구동에 있어선 대세 플랫폼 속성을 그대로 반영했다. 우선 사용자 참여도가 높을수록 관련 기사를 더 많이 푸시하는 틱톡(TikTok)식 알고리즘이 꼽힌다. 아티팩트를 두고 ‘텍스트용 틱톡’으로 지칭하는 것도 알고리즘 작동 방식 때문이다.

실제로 앱 다운로드시 가장 먼저 ‘피드 개인화(Personalize your feed)’를 요청한다. 카테고리는 △가장 인기 있는(Most Popular) △라이프스타일(Lifestyle) △건강(Health) △기술‧과학(Tech & Science) △비즈니스&금융(Business&Finance) 등 8개로 구분, 주제를 세분화해 최소 10가지 관심 분야를 선택하도록 한다. 또 사용자가 이미 유료구독하고 있는 언론사 리스트를 파악해 피드에 반영한다.

사용자 행동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기 전까진 피드에 큐레이팅 기사가 노출된다. 기계학습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개인별 맞춤 뉴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티팩트엔 소셜 요소도 있다. 팔로우하는 사용자가 게시한 기사를 코멘트와 함께 표시하는 기능이 피드에 포함됐다. 또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친구와 비공개 토론도 가능하다. 아티팩트 창립자들은 트위터가 머스크에 인수되고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사업에 집중하는 이 시기가 신규 뉴스플랫폼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저널리즘 위한 스포티파이’로 유료화

지난해 11월 론칭한 인폼드(informed.)는 양질의 뉴스를 큐레이팅해 제공하는 유료앱(월 1만원)이다. 아티팩트와 마찬가지로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 뉴스를 내세운다. 다만 100% 알고리즘 큐레이션은 지양하고 ‘인간 편집자’ 개입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계적 뉴스 추천에 따른 편향성을 극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인폼드
인폼드앱 UI. 사용자 관심사별 추천 기사를 노출하는 피드(왼쪽) 외 주제별 탐색 페이지가 있다.

인폼드는 현재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미권 유력지 중심으로 제휴를 맺어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독 번들(bundle, 묶음) 형태를 갖췄다. 제휴사 기사 전체를 푸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관심사를 반영해 뉴스를 선별한다. 개별 언론사 유료 구독자층을 흔들지 않으면서 중요 기사를 골라 보기 원하는 이들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점차 규모가 작은 틈새 매체들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UI 구성은 심플하다. 큐레이팅 된 개별 뉴스를 노출하는 기본 피드 외 탐색(Explore) 페이지가 있다. 정치‧비즈니스‧테크‧기후‧건강 등 주제별 콘텐츠를 노출하고 하단에 △전문가 추천 인사이트(By our experts) △기분 좋은 뉴스(Good news) 등 ‘사람 편집’의 흔적이 좀 더 묻어나는 카테고리를 마련해 놓았다.

인폼드는 서비스 핵심이자 차별화 포인트가 뉴스 큐레이션인 까닭에 ‘저널리즘을 위한 스포티파이’로 포지셔닝하며 인지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창업자 중 스포티파이 출신도 있다. 악셀 바드 브링예우스(Axel Bard Bringáus)는 6년간 스포티파이에서 일하며 해외 시장을 확장한 인물로, 마이크로소프트 수석엔지니어를 지낸 벤자민 마테브(Benjamin Mateev)와 독일 월간 경제지 캐피탈(Capital) 편집장을 역임한 마틴 켈블레(Martin Kaelble) 등 각 분야 선수들과 함께 인폼드에 합류했다.

‘뉴스브레이크’가 던지는 화두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AI 기반 뉴스 큐레이션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지만 기성 빅테크에서 벗어난 뉴스플랫폼 등장이 낯선 장면은 아니다. 해외는 물론[1] 국내서도 진작 나왔었다. 심지어 구동 방식도 AI 맞춤형 큐레이션으로 흡사했다.

싸이월드가 2018년 3월 내놓은 뉴스앱 ‘큐(QUE)’가 그 예다. ‘프리미엄 큐레이션 뉴스’로 출범한 큐는 AI 자동 맞춤형 뉴스에 전문가가 추천하는 뉴스를 섞어 운영됐다. 인폼드와 마찬가지로 뉴스 편식에 따른 확증편향 문제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댓글 외 사용자 참여 장치도 있었다. 외부적으론 삼성에서 50억 투자한 플랫폼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큐는 초반 반짝하다 1년이 채 안 돼 서비스를 잠정 중단,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췄다.

뉴스큐
싸이월드에서 2018년 출시한 큐레이션 뉴스앱 큐.

큐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선 이렇다 할 통합 뉴스플랫폼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에서 2018년 4월 대화형 뉴스 서비스 ‘썰리’를 출시했지만 단일 브랜드 앱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성이 없어서다. 뉴스산업 자체가 한국형 빅테크인 포털에 의존해 자생력을 잃어버렸다. ‘뉴스로 돈 벌기 어렵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언론사들이 빅테크 기업의 기세에 치이는 상황은 해외나 국내나 매한가지다. 그래도 한국 시장과 다르게 해외 미디어 업계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뉴스 비즈니스에 돈과 사람, 기술이 계속 따라붙는다.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뉴스 비즈니스가 여전히 투자할 만한 가치, 즉 시장성이 있는 분야라고 판단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장성 타진의 핵심은 결국 소비자 수요다. 레드오션에도 소비자의 필요와 숨은 불편을 찾아내 ‘요즘식’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차별화가 가능하다. 뉴스라는 상품을 다루는 언론산업도 다르지 않다. 오디언스(audiecne)에 집중해 편의성을 수렴하는 게 출발점이다. 참고할 만한 사례도 있다. 미국 뉴스앱 ‘뉴스브레이크(News Break)’다.

2015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돼 2019년 서비스를 본격화한 뉴스브레이크는 미국 지역뉴스 보도에 특화했다. 이른바 ‘메이저’로 분류되는 언론 대다수가 국제적(international) 뉴스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착안, 지역 밀착형 콘텐츠 공급에 초점을 뒀다. 현재는 월간 활성사용자수 4500만명, 월별 페이지 조회수 1억5000만을 기록하며 구글플레이 및 앱스토어 무료 뉴스앱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양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했다.

뉴스 브레이크
뉴스 브레이크 소개 페이지. 미국 지역뉴스 보도에 특화해 한국에선 다운로드 받을 수가 없다.

뉴스브레이크 성장의 호재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신종 감염병 상황에서 미국 내 지역 상황 및 정보를 빠르게 업데이트하며 관심과 호응을 끌어냈다. 2020년 3월 당시 뉴스브레이크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었다.

특히 크리에이터 경제 시스템을 일부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뉴스브레이크에 개설된 ‘오리지널(Original)’ 카테고리는 누구나 쉽게 기사를 작성하고 동영상을 게시할 수 있다. 유튜브처럼 특정 요건[2] 충족시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참여에 따른 보상 프로그램으로 지역민들이 ‘자발적 시민기자’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

대형 뉴스미디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언론이 촘촘히 자리하는 미국 시장에서 지역뉴스 플랫폼이 새롭게 부상할 수 있었던 힘은 역시 오디언스를 향한 집중이다. 팬데믹 기간을 지나며 미국의 수많은 로컬미디어가 사라질 때 지역 내 오디언스 정보 욕구를 충족하며 그들을 정보제공 기여자이자 플랫폼 참여자로 끌어들이며 틈새시장을 찾아냈다.

대안적‧보완적 플랫폼 등장의 선결조건

뉴스 큐레이션은 소비자의 소비 습관과 취향, 기호에 맞추는 서비스 전략이다. 일종의 니치(niche)이자 내로우(narrow)한 접근 방식이다. 이러한 채널이 성공하려면 사용자에 최적화하는 기술과 콘텐츠, 편집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첨단기술과의 결합은 풍부한 자본이 뒷받침되는 산업의 배후가 필요하다. 뉴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고 영향력을 갖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는 토양이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언론 환경은 이러한 산업 인프라가 부족하다.

선결과제는 뉴스상품 개발의 관점과 방향 재정립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양대 포털은 사용자 친화적인 뉴스 서비스를 주도하며 20년간 끊임없이 업데이트했다. 이 결과 포털뉴스 서비스는 한국인의 디지털 생필품이 됐다. 하지만 국내 언론계를 보면 뉴스 소비자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나 만족도 조사를 정례화한 언론사가 없을 정도로 오디언스와 따로 놀았다.

대안적‧보완적 플랫폼의 지속적인 출현과 의미 있는 경쟁은 사용자와 그 소비 환경에 대한 집중과 선택 즉, ‘오디언스 퍼스트’가 뉴스의 기본 방향일 때 가능하다. 가파른 디지털 전환기에도 점점 명확해진 사실 하나는 오디언스에 기반하는 콘텐츠와 미디어 플랫폼만이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인폼드 창업자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평가판 구독을 취소한 이유를 자세히 듣기 위한 대화 요청이었다. 30분 채팅에 응할 경우 감사 표시로 소정의 기프트 카드도 제공한다고 했다. 오디언스 중심의 서비스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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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이 급속히 확산되던 2010년 미국에서 뉴스 큐레이션 앱 ‘플립보드(Flipboard)’ 출시. 당시 상황에서 AI 기술이 적용되진 않았지만 언론사 기사는 물론 개인 발행 매거진 등 사용자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 골라 보는 플랫폼으로 인기 모음.
    2012년 중국에서 AI 알고리즘 기반 맞춤형 큐레이션 뉴스앱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론칭. 인위적 편집 배제하고자 기자‧편집자‧사설을 없애는 3무(無) 원칙으로 화제 모았으며 출시 5년 만에 가입자 6억명, 일일 활성자수 1억2000만명 넘기며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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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 창출은 100명 팔로어(뉴스브레이크에 계정 만든 사람)와 10개 기사 포함하되, 추가로 특정 최소 요구 충족 필요. 신청자에 대해 내부 검토 후 승인 여부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