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시대 트위터, 왜 언론계가 떨고 있나? 한국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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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09일

언론인 디지털 놀이터,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 손에
‘상호 불신’ 속 계정 인증 유료화 뜨거운 감자
일부 기자들 데이터 삭제 후 플랫폼 이주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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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가 트위터 새 주인이 되면서 세계 언론계가 비상이다. 기자들의 ‘디지털 놀이터’가 ‘괴짜 경영자’ 손에 들어가며 빚어지는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 그 바탕에는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라고 자칭하는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진보적 주류 언론들과 끊임없이 각을 세운 불편한 기억이 깔려 있다.

“일부 기자들이 공들여 모든 DM(Direct Message)을 삭제하고 연락처에도 동일한 작업을 요청하며 플랫폼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조직 차원에서 미디어 회사들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베너티페어(Vanity Fair) 미디어 전문기자인 조 폼페오(Joe Pompeo)는 11월 3일(미국시간) 기사에서 트위터발 미디어업계 혼란상을 이렇게 전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미디어 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루 앞선 11월 2일 미국의 정치전문 일간지 폴리티코(Politico)는 “머스크는 보수를 위한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만드는 보수 인물 중 하나”라는 평가와 함께 “보수주의자들은 종종 극우 사상을 증폭시키는 도구로 디지털 플랫폼을 초기에 혁신적으로 채택해 왔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언론계가 머스크 시대 트위터 세상을 걱정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콘텐츠 중재 최소화가 트위터를 ‘만인의 지옥’으로 바꿀 것이란 예견부터 트위터가 특정세력의 선동‧선전 메시지를 전파하는 ‘빅스피커(big speaker)’로 전락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1]

전 세계를 소란스럽게 만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과정부터 요란했다. 지난 4월 트위터에서 장난처럼 깜짝 인수를 제안한 머스크는 변덕 끝에 10월 말 빅테크의 새 주인이 됐다. 직후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을 ‘최고 트윗(Chief Twit)’으로 변경(*현재는 ‘트위터 불만 핫라인 운영자’로 소개)하고 전방위로 조직 수술에 나서며 뉴스거리를 생산하는 중이다.

“트위터는 언론인 사무실 확장”

대규모 구조조정과 플랫폼 정책 및 서비스 개편이 잇따르는 가운데 언론계 안팎에선 종잡을 수 없는 억만장자가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을 주무르는 것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다. 언론인들의 소통 공간이 머스크 맘대로 재단되면서 저널리즘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시각도 짙다. 특히 ‘계정 유료 인증’이 뜨거운 감자다.

일명 ‘블루 체크(blue check)’로 통하는 트위터 정책은 플랫폼 내 가짜계정 문제를 해소하고 광고 의존도를 낮추는 하나의 방편으로 머스크가 꺼내든 유료화 카드다. 공인된 기업과 단체, 유명인 등의 계정에 붙여온 파란색 인증 마크를 유료구독 서비스 ‘트위터 블루(Twitter Blue)’ 이용자들에만 허용토록 바꿨다.[2] 뉴스/미디어 기업과 언론인들 역시 블루 체크를 표시하려면 월 7.99달러 구독료를 내야 한다. (*한국은 아직 서비스 지역 아님)

바이스(VICE)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엔 약 42만개의 블루 체크 계정이 있다. 트위터 일일 사용자 2억4000만명과 비교하면 0.2%에 불과하지만, 그중 다수가 미디어 현장에서 활동하는 언론인 계정이다. 트위터 측은 2009년 인증제를 시행하며 영미권을 중심으로 팔로워 수에 상관없이 언론인 인증을 확대했다.

문제는 가짜 계정을 걸러내기 위한 머스크의 유료 인증 전환이 외려 계정 사칭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돈 7.99달러로 누구든 ‘트위터 공신력’을 구매해 악용할 소지가 있다. 언론인 계정에 블루 체크가 많은 만큼 취재 활동을 빙자해 피해를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기자연맹(IFJ) 사무총장인 안토니 벨랑제(Anthony Bellanger)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가시화되던 지난 4월 말 “트위터는 언론인 사무실의 확장”이라며 “이 공간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적절하게 조절돼야 한다. 우리는 트위터에 대한 머스크 계획이 저널리스트를 공격하고 이용자 익명성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트위터 인증 유료화 이후 트위터상에서 명의도용 사례가 이어진 가운데, 일부 유명인은 보란 듯이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을 패러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정책에 항의, 반대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블루체크’ 둘러싼 동상이몽

블루 체크를 둘러싼 논쟁을 차치하더라도 언론계가 트위터 정책 변화에 난색을 표하는 건 이른바 주류 언론과 머스크의 관계가 ‘상호 불신’에 가깝다는 데 있다. 머스크는 오래전부터 자신과 테슬라를 향한 언론 보도를 트위터상에서 공개적으로 부정, 반박하며 날을 세워왔다.

일례로 지난 2018년 5월 테슬라 생산 지연과 인명 사고 등으로 인해 비판 기사가 쏟아지자 당시 머스크는 “독선적이고 위선적인 미디어들”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언론 신뢰도 평가 사이트를 만들 것이라 맞불을 놓은 바 있다. (*이 구상이 실현되진 않았다) 2020년엔 테슬라 PR팀을 전격 해체하며 언론과 직접 맞닿는 회사의 소통 창구를 닫아버렸다.

트위터 인수 직후에도 머스크의 대언론 비판은 계속됐다. ‘머스크가 거짓뉴스(false news) 게시 사이트 링크를 트윗에 올린다’는 10월 31일자 뉴욕타임스(NYT) 기사를 두고 “이것은 가짜다. 나는 NYT에 대한 링크를 트윗하지 않았다”는 글을 올려 NYT를 ‘거짓뉴스 사이트’라고 에둘러 저격하며 반감을 드러냈다.

적대적 언론관을 지닌 머스크 소유 플랫폼에 개인정보를 귀속시키고 월정액을 지불하면서까지 머물러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언론계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불만 있는 미디어나 기자들이 ‘탈(脫)트위터’ 하면 그만이지만, 언론의 오래된 홍보 수단이자 기자들의 익숙한 취재‧소통 공간을 정리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지난 6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언론인 10명 중 7명가량(69%)이 트위터를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 전세계 이용자가 월등히 많은 페이스북(52%)보다 17%포인트 이상 높다. 다른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19%), 링크드인(17%), 유튜브(14%)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로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언론이 자사 기자들의 트위터 과의존 및 오‧남용을 우려해 자제를 요청할 만큼 언론계와 트위터의 공생은 긴밀하다. <Brief No.3 참고> 트위터를 대신할 대체 플랫폼이 대두되지 않는 한 언론이 무작정 트위터를 떠나기는 쉽지 않다. 현재 트위터발 혼란을 계기로 오픈소스 소셜미디어 마스토돈(Mastodon), 위키피디아 공동설립자인 지미 웨일스(Jimmy Wales)가 만든 WT.Social에 대한 재평가가 이는 분위기다.

한국 언론계는 ‘무풍지대’?

미국 등 해외 언론계가 머스크 체제하 트위터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과 달리 한국 언론계는 비교적 잠잠하다. ‘글로벌 뉴스메이커’인 머스크 동향을 가십성으로 다루거나, 플랫폼 변화 및 트위터코리아 구조조정 여파 등을 건건이 보도할 뿐 뉴스산업이나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까지 들여다보진 않는다.

다른 소셜미디어 대비 국내 트위터 이용자수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3]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미디어 기업이나 저널리스트의 트위터 활용도가 미미하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해외 언론들은 트위터를 비롯 각종 디지털 플랫폼을 거점 삼아 조직적으로 뉴스 파급력을 높여나간다. 기자들 역시 개개 플레이어로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쌍방으로 소통하고 오디언스와 관계 맺으며 취재를 넘어 개인 브랜딩에도 활용한다. 1세대 소셜미디어인 트위터 활성화 무렵부터 10년 넘게 만들어져온 참여‧공유‧개방 가치의 디지털 저널리즘 문화다.

그에 비해 한국 언론은 포털 외 뉴스 접점을 확대하는 디지털 마인드가 부족하다. 기자들은 소셜미디어 시대에도 여전히 기사로만 말한다. 뉴스 소비자와의 직접 소통에도 인색하다. 언론사 차원에서 기자들의 ‘튀는 행위’를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 이런 차이가 머스크발 트위터 격변기에 한국 언론계가 ‘무풍지대’로 남아있을 수 있는 현실적 배경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영국인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Raphael Rashid)는 11월 6일 자신의 트위터(@koryodynasty)에서 “서울에 있는 다른 기자들이 어떻게 할지,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스토돈 계정을 개설했다. 아직 절반도 이해 못했지만 내 모든 트윗을 연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인들의 ‘플랫폼 이주’를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장면이다. 이와 다른 한국 언론계의 고요함에 안도해야 할지 되레 불안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1. 1

    무분별한 표현의 자유가 사이버 괴롭힘 등 소셜미디어상에서 만연한 부작용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실제로 트위터 커뮤니티에선 정치‧사회적으로 반대 의견을 가진 특정인/단체에 대한 괴롭힘과 따돌림, 혐오표현 등의 피해가 꾸준히 보고. 언론사나 언론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협박성 발언도 여기에 해당. 트위터가 안전 및 사이버 범죄 관련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유사시 계정 폐쇄 조치까지 단행해온 것도 플랫폼 내 고질적 병폐를 예방, 완화하기 위한 조처. 이 규칙에 근거해 트위터사는 2021년 1월 6일 발생한 미 국회의사당 난동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계정을 영구폐쇄하기도. 머스크는 공개석상에서 해당 결정이 “윤리적 악행”이라고 비판하며, 트위터가 보수주의자들을 검열하고 있다고 주장. 트위터 인수계약 완료 후 머스크가 “새가 자유를 얻었다(the bird is freed)”는 트윗을 올린 것도 이런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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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블루 : 월정액 유료구독 서비스로 2021년 6월 캐나다와 호주 시작으로 현재 미국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 시범 운영 중. 업로드 트윗 취소, 게시글 즐겨찾기 등록, 맞춤 앱 아이콘 등 제공. 서비스 출시 당시 월 2.99달러에서 4.99달러로 인상됐고 머스크 트위터 인수 후 7.99달러로 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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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트위터 이용자수 : 국내 트위터 일일 사용자수 현황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 다만, 빅데이터 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올 4월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트위터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43만명으로 같은 기간 인스타그램(1830만명) 대비 50분의 1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