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틱톡 저널리즘’인가

News

2022년 09월 29일

뉴스 유통·소비 플랫폼으로 부상, 젊은 오디언스 관계 접점
해외 유력매체 앞다퉈 진출, 기존 영상 재활용하며 두각
국내는 정중동 “틱톡 스타일 뉴스 콘텐츠 한국 정서상 낯선 것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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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디어 시장이 몇 년간 ‘유튜브 저널리즘’에 꽂혀 있다면, 해외 언론계가 요즘 주목하는 신조류는 바로 ‘틱톡 저널리즘’이다. 틱톡(TikTok)이 전 세계 젊은층을 중심으로 대세 플랫폼이 되면서 젊은 뉴스소비자와 관계 맺는 차원에서 유수의 미디어 사업자들이 틱톡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 언론계는 틱톡 저널리즘 열기가 덜하다.

틱톡은 이용자와 매출 모두에서 고속성장하며 디지털 세상을 휘젓는 중이다. 모바일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SensorTower)의 4월 발표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글로벌 비게임 앱 부문에서 틱톡은 매출 8억2100만 달러(약 1조700억원), 다운로드수 368억만번을 각각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2022년 1분기 전세계 앱 다운로드 현황

덩달아 틱톡 광고 부문도 수직상승했다. 이마케터(eMarketer)는 틱톡의 2021년 광고수입을 40억 달러로 집계했고, 올해는 그 수치가 1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틱톡의 영향력을 키운 특징이자 강점은 숏폼 콘텐츠를 앞세운 중독성이다. 틱톡은 여타 소셜미디어 중에서도 중독성이 제일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모바일데이터 분석플랫폼 data.ai 조사에서 미국 사용자의 틱톡 월평균 이용시간이 올 1분기 28.7시간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페이스북(15.5시간)과 인스타그램(7.8시간), 스냅챗(6.1시간)을 크게 상회한다. 뉴스 콘텐츠 접점을 넓히려 애쓰는 미디어 사업자 입장에선 체류시간이 높은 틱톡은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이다.

기세에 걸맞게 틱톡은 뉴스 소비 측면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셜 네트워크(미디어)로 꼽힌다. 로이터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보고서 2022>에 따르면, 18-24세 젊은 응답자의 40%가 틱톡을 사용하고, 15%는 뉴스를 보기 위해 틱톡을 활용했다. ‘댄싱 앱’에서 ‘정보 채널’로 틱톡에 대한 이용자들 인식이 변화한 것이 뉴스 채널로서 활용도를 높이는 배경으로 보인다.

지난 한주 소셜미디어 통한 뉴스 이용자 비율 (2014-2022, 12개국 평균)

이 외에도 ‘미국 성인 4분의 1이 뉴스를 얻기 위해 항상 틱톡을 사용’(Forrester Research)한다거나, ‘영국 성인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뉴스 소스가 틱톡’(Ofcom)이라는 조사 결과 등이 나오며 여러 국가에 걸쳐 뉴스 플랫폼으로서 틱톡의 활용성과 미래적 가치가 회자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중요 현안이나 시사 문제를 다루는 틱톡식 가벼운 접근이 기성 미디어에서 보도하는 뉴스보다 쉽고 재미있다는 점에서 호응한다.

러-우크라 전쟁, 틱톡 중계 기능 ↑

물론 틱톡 저널리즘 확산을 플랫폼 영향력 증대만으로 보긴 어렵다. 뉴스 채널로서 올해 틱톡이 급부상하게 된 결정적 외부 요인이 있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그것이다.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목격하게 된 국가 간 전면전은 전 세계인에 충격을 준 동시에 뉴스다운 뉴스에 대한 필요를 깨웠다. 과정에서 틱톡이 라이브 중계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수백만명에게 전쟁 뉴스와 현장 소식을 전달하는 새로운 채널로 자리 잡았다. 대안적 보도채널로서 활용도가 입증된 것이 저널리즘 시장에서 틱톡 존재감을 키웠다.

전쟁 발발과 틱톡 저널리즘의 상관관계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영국 미디어 전문지 프레스가젯(PressGazette)에 따르면 러-우크라 전쟁 초기 영‧미 뉴스사업자들의 틱톡 팔로워수가 크게 증가했다.

일례로 영국 뉴스채널 스카이뉴스(Sky News)는 러시아 우크라 침공 초기 5일 동안 틱톡 팔로워 60만명이 늘었다. 시사매체 바이스월드뉴스(VICE World News)의 경우 전쟁 첫 3주 동안 틱톡 팔로가 10만에서 100만으로 치솟기도 했다. 9월 말 기준으론 그 숫자가 230만명에 이른다.

전 세계를 강타한 각종 재난‧재해도 틱톡 주가를 높인 또 하나의 배경이다. 기후변화 위기를 실감케 하는 이상날씨 현상과 자연재난 순간이 틱톡용 뉴스 콘텐츠가 됐다. 이용자 저변이 확대되고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면서 트위터의 실시간 정보 공유‧뉴스 확산 기능이 일정 부분 틱톡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abcnews

#HurricaneFiona hit #PuertoRico on Sunday, with footage showing the destruction of a bridge in Utuado that police say was installed after Hurricane Maria in 2017. The entire island lost power just before landfall, officials say, leaving more than 1.5 million customers without electricity. #news

♬ original sound - ABC News

틱톡 가치를 확인한 뉴스사업자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틱톡을 활용 중이다. 디지털 뉴스 회피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젊은 오디언스와 연결돼 브랜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접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영 방송사 두각, 신문업계선 WaPo 상위

특히 방송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기존 방송 콘텐츠를 틱톡식 짧은 동영상으로 재가공해 비교적 손쉽게 운영한다. 엔터테인먼트 속성이 강한 틱톡 특성상 연예/가십성 뉴스에 강한 타블로이드 매체들도 활발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프레스가젯 보도를 참고해 글로벌 뉴스 계정을 살펴본 결과, 9월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언론사는 미국 방송사 ABC뉴스(@ABC News)다.

틱톡에서 460만 팔로워를 확보한 ABC뉴스는 방송뉴스 편집본과 이슈 현장을 중계하는 라이브 영상을 적절히 섞어 가성비 있게 계정을 꾸려가고 있다. 모바일 세로영상에 적합한 틱톡 스타일에 맞춰 전반적으로 자막을 크게 사용, 가시성과 전달력을 높이는 점도 특징이다.

해외 미디어 틱톡 계정 현황

언론사 계정 팔로워 좋아요
ABC News @abcnews 460만 4400만
Daily Mail @dailymail 400만 1억8500만
NBC News @nbcnews 370만 1억4100만
CBS News @cbsnews 300만 1억8300만
Sky News @skynews 280만 4900만
VICE World News @viceworldnews 230만 4100만
The Washington Post @wahingtonpost 140만 6500만
ITV News @itvnews 120만 3100만
The Sun @thesun 110만 4500만
CNN @cnn 89만 600만

프레스가젯 6월 23일자 기사 참고해 9월 수치 업데이트. (팔로, 좋아요 100만 단위 이하 미반영)

ABC뉴스를 비롯해 팔로어수 기준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미디어 계정의 절반 이상이 사건·사고 뉴스에 강한 방송사인 가운데,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뉴스조직 중에선 워싱턴포스트(@washingtonpost)가 140만 구독자를 확보하며 선전하고 있다.

@washingtonpost

#ad These science facts are kind of … bananas. 🍌

♬ original sound - We are a newspaper.

2019년부터 일찌감치 틱톡 생태계에 뛰어든 워싱턴포스트는 ‘전통적 뉴스를 정기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해 숏폼 스토리텔링에 투자하고 있다. 틱톡 계정 소개 문구가 ‘우리는 신문이다(We are a newspaper)’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방송사 클립영상 위주, 경향신문 해설+유머 차별화

한국 미디어들도 틱톡에 속속 발을 담그고 있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역시 방송사 활동이 많다. 다만 콘텐츠 수나 구독자 등 계정 규모 면에선 해외 미디어 사업자들과 차이가 크다.

한국 미디어 틱톡 계정 현황

언론사 계정 팔로워 좋아요
KBS @kbsnewsofficial 15만8000 160만
SBS @sbsnews 15만1000 340만
YTN @ytnnews 11만8000 330만
MBC @mbc14f 5만1000 130만
JTBC @jtbcnews_official 7만2000 48만
MBN MBN 3만4000 100만
경향신문 @codename3701 1만6000 61만
머니투데이 @moneytodaynews 1만4000 61만

한국언론진흥재단 9월 미디어정책 리포트 내용 참고해 9월 수치 업데이트. (팔로워 천단위 이하, 좋아요 만단위 이하 미반영)

KBS(@kbsnewsofficial)는 틱톡에서 짧은 뉴스 브리핑을 세로 영상으로 제공하며 ‘톡’ 콘셉트를 밀고 있다. 모바일 환경을 고려한 큼직한 자막이 눈에 띈다. 실시간 라이브 방송도 틱톡에서 진행하며 국내 미디어 중에선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SBS(@sbsnews)는 공식 뉴스 채널 외 스브스뉴스(@subusunews.official)까지 두 개 계정을 운영 중이다. 본 계정에선 올 초까지 담당 기자가 직접 출연, 복잡한 이슈를 풀어주고 현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거나 댓글로 소통하며 활성화를 꾀했다. 해당 기자는 공식 뉴스 계정 외 부계정도 가지고 있다.

MBC(@mbc14f)의 경우 모바일용 버티컬 브랜드 ‘14F’ 계정을 열고 디지털 네이티브를 공략하고 있다. ‘MBC 14층 사람들이 만드는 짧고 똑똑한 뉴스’라는 14F 콘셉트에 부합하는 영상을 틱톡용으로 재가공해 업로드한다.

신문사 중에선 경향신문(@codename3701)이 열심이다. 경향신문은 틱톡스러운 빠른 편집과 역동적 자막 배치로 뉴스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경향 이름을 뺀 ‘암호명3701’로 소통하는데, 매 영상에 담당 기자의 개성을 십분 녹여낸다. 해당 기자는 이슈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역할을 하는 한편, 코믹한 분장이나 율동을 하는 등 유머코드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언론들도 나름대로 틱톡 생태계에 적응하고 있지만 유튜브 등 다른 디지털 채널과 비교하면 활동이나 성과가 아직은 미미한 편이다. 언론들이 틱톡 뉴스에 미온적인 이유는 복합적이면서도 다분히 현실적이다.

우선 틱톡 플랫폼 특성상 유튜브처럼 광고를 붙여 수익을 올릴 수 없다. 결국 젊은 오디언스와 접점을 늘리고 눈도장 찍는 목적으로 틱톡 활용성을 생각해야 하는데, 디지털 유료 구독모델이 자리 잡히지 않은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미래 가치만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또 뉴스룸 조직이 전통적 기자, 보도 인력 중심으로 꾸려지면서 디지털 뉴스 생산이나 플랫폼 활용, 채널 확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여전한 한계다.

한 방송사 미디어 전문기자는 “우리나라 언론들은 여전히 디지털 투자에 인색하고 포맷 개발도 게으르다. 틱톡이 뜬다고 선뜻 없는 자원을 끌어다 쓰겠느냐”며 “틱톡 스타일의 뉴스 콘텐츠가 한국 정서상 낯선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개인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면서 정보와 재미를 동시 추구하는 틱톡 문법이 저널리즘과 접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틱톡은 디지털 뉴스 소비·유통 플랫폼으로서 성장성이 높고, 뉴스와 멀어진 젊은 오디언스와의 관계성 증진에도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언론사 브랜드 강화나 외연 확대, 오디언스 관계 강화를 생각한다면 ‘틱톡 패싱’은 똑똑한 선택지가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박영흠·이현우 선임연구원은 9월 미디어 정책 리포트 <틱톡을 활용한 동영상 뉴스 서비스의 현황과 쟁점>에서 “틱톡을 통한 숏폼 동영상 뉴스 서비스는 레거시(기성 신문·방송) 미디어가 공급자 중심 사고와 관행을 버리고 뉴스 소비 방식 변화에 맞춰 변신함으로써 이용자 접점을 확대해나가는 디지털 혁신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텍스트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의 롱폼(long-form) 뉴스 콘텐츠를 벗어나 숏폼(short-form)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뉴스를 제작하며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전략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Tip 📝 틱톡 유저에 소구하는 뉴스 콘텐츠 화법

  • 틱톡 기본 형식은 9:16 비율의 세로형 영상. 뉴스 콘텐츠도 마찬가지로 세로형 영상 촬영을 통해 유저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면적 넓혀 몰입도 높이고 더 많은 내용 표현
  • 해외 팔로워 증가 위해선 국/영문 자막 추가 권장. 위치는 영상의 상단 혹은 중하단에 두는 것 추천
  • 화면 속 설명이 부족해 보충 필요하다면 내레이션(보이스오버 기능) 활용 추천. 머니투데이, SBS뉴스 계정이 해당 기능 잘 쓰는 대표 계정
  • 사진과 문자 통일해 계정만의 특징 담긴 썸네일 제작
  • 핵심 포인트 잡아 시의적절한 내용 담되 짧은 러닝타임 적극 이용. 특히 스포츠뉴스 제작시 주효
    (*도움: 틱톡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