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경쟁보다 웹3 주도할 때다

News

2023년 03월 08일

보상 제시하고 충성도 높이는 관계 중요
폭스, 인기 프로그램에 커뮤니티, NFT 결합
'오늘'만 존재하는 콘텐츠로는 안 된다

Share on Twitter Share on Facebook Share on LinkedIn Share by email

미국 방송사 폭스(Fox)는 2월 폭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웹3(Web3) 미디어 기업 '블록체인 크리에이티브 랩(Blockchain Creative Labs, 이하 BCL)'을 통해 음악 팬과 함께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마스크 싱어 경험(The Masked Singer Experience)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스크 싱어는 미국판 '복면가왕'으로 리얼리티 TV 쇼 프로그램이다.

BCL은 다양한 속성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소유권의 파괴적인 잠재력을 실험하는 곳으로 '마스크 싱어'는 지난해 봄 팝스타 돌리 파튼 앨범의 한정판 NFT를 공개한 웹3 채널과 함께 초기 프로젝트에 해당한다.

TV 네트워크 폭스와 BCL은 블록체인 결제 플랫폼 문페이(MoonPay), 웹 3(Web3) 개발자 플랫폼 알케미(Alchemy) 및 지갑 인프라 기술기업 웹3아우스(Web3Auth) 등과 협력해 대화형 경험 플랫폼 마스크버스(The Maskverse) 플랫폼 개발을 이끌었다.

폭스는 웹 3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 투명성, 양방향성 등을 달성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파트너십을 도모한 셈이다. 폭스 관계자는 "기존 네트워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오디언스를 만나려면 테크놀러지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 참여, 독점 콘텐츠 이용 등 전용 혜택

아홉번째 시즌을 맞은 마스크 싱어 프로그램의 팬들은 메타마스크와 같은 외부 가상자산(암호화폐) 지갑을 연결하거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사용하여 무료로 커뮤니티에 가입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동안 팬들은 QR 코드를 스캔하여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것으로 생각하는 캐릭터에 투표할 수 있다. 참가 가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고백이 담긴 독점 콘텐츠를 볼 수 있으며 보유 포인트로 디지털 상품 및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다. 투표횟수와 다음 라운드 진출자 예측 정확도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받는다.

투표에 참여하면 '로열티 패스' 레벨업이 이뤄지고 유명 아티스트 왁스본즈(Waxbones)가 제작한 시즌 9 의상인 '더 마스크드 싱어 스타즈'를 구매할 수 있다. 총 1050개의 가수 스타 NFT를 49.99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데 매틱(MATIC) 토큰[1]의 시장 가격에 따라 액수는 달라진다.

커뮤니티 회원이 디지털 상품에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자체 공식 온라인몰은 곧 출시된다. 폭스는 '마스크 싱어' 프로그램 공개 당시 관련 커뮤니티 내 포인트와 보상을 가치 있게 완성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IP· NFT 연계로 팬 커뮤니티 주도한다

2021년 사업부서로 출범한 BCL은 제작자와 커뮤니티를 블록체인 기술로 연결하여 콘텐츠 제작, 배포 및 수익화를 추진하고 있다. 설립 당시 비즈니스 및 크리에이티브 유닛을 시작하여 파트너 기업에게 '엔드 투 엔드(end to end)' 블록체인 도구를 제공했다.

특히 NFT 생태계 확장을 위해 1억 달러의 크리에이터 펀드를 조성했다. 크리에이터, IP 소유자, 커뮤니티 등이 자체 콘텐츠와 브랜드 생태계를 중심으로 토큰화된 디지털 경제 구축을 돕는 것이 핵심이다.

돌리 파튼 프로젝트를 론칭한 당시 스콧 그린버그 BCL 최고 경영자(CEO)는 “30년 전 '아메리칸 아이돌'로 미국인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방법을 가르쳤던 폭스는 미국인들에게 디지털 자산이 무엇이고 그것을 소유하는 방법을 가르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멜로디 힐드브란드트(Melody Hildebrandt) BCL 대표는 한 팟캐스트 채널에 출연해 "폭스 같은 미디어기업은 스트리밍 경쟁보다는 웹3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장르는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NFT로 발행하고 커뮤니티와 연계한 세계관 형성으로 팬층을 두텁게 가져갈 수 있다. 미디어그룹 내부에서 이런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인식이 폭넓게 형성돼 있다. 폭스는 연내 NFT 기반 시리즈 크라포폴리스(Krapopolis)를 선보일 예정이다.

법정화폐로 NFT 구입할 수 있는 결제 솔루션 지원

이에 앞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사례는 세계적 매거진 '타임'이다. 타임은 2021년 3월 자체 NFT 컬렉션 '타임피스'를 출시했는데 타임 표지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디지털 아트워크를 선보였다. NFT 보유자는 자신의 월렛을 타임 웹사이트에 연결하고 구독 등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현재 150명의 아티스트와 6만 명의 수집가가 참여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디스코드(Discord)에 개설한 타임피스 커뮤니티를 통해 최신 정보와 토큰 소식을 공유할 수 있다. 타임은 올해 초 법정화폐로 NFT를 구입할 수 있도록 '문페이'와 제휴하는 등 커뮤니티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2]

웹3 커뮤니티는 모든 구성원에게 의사 결정에 대한 발언권을 부여하고 네트워크 전체에 권력이 분산되도록 보장하는 방향을 갖는다. 특히 참여를 장려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폭스의 마스크 싱어처럼 가상자산 토큰을 사용하여 네트워크에 기여하거나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한 가입자에게 보상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토큰은 프리미엄 콘텐츠나 서비스에 접근할 때 사용하거나 거래소에서 현금화 할 수 있다.

웹3 커뮤니티는 아니지만 저널리즘을 강화하는데 NFT를 활용하는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보도사진을 인증하고 판매하는 '프루프(The Proof)', 뉴스 배포 투명성을 확보하는 '레저(The Ledger)'에서 가능성을 타진했다. 가디언은 2019년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위변조 방지 기록을 생성하고 보도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파일럿 프로젝트 '뉴스체인(NewsChain)'을 선보였다.

새로운 세계지만 한국언론은 방향도 못 잡은 상태

이들 사례는 NFT와 블록체인 기술이 미디어 업계에서 오디언스 참여를 유도하고 보상을 제공하는 새로운 잠재력을 제시한다. 1~2년 전 국내 언론사는 거래소를 통해 기사 NFT를 거래하는 것으로 시장에 발을 디뎠다. 콘텐츠와 스타(또는 기자, 브랜드)의 영향력을 키우는 NFT 홀더(보유자)의 가치가 커졌지만 뉴스 생산과 배포 등 저널리즘 활동에 관련 기술을 쓰거나 커뮤니티 구축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학계 논의도 이제 시작단계다. '블록체인 기반 신문사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요인은 무엇인가'를 다룬 논문[3] 은 거버넌스-크립토 이코노미-기술-저널리즘 콘텐츠 측면에서 언론계를 비롯한 전문가 의견을 담는 정도였다.[4]

다른 블록체인과 호환 등 기술적 문제는 인터체인 플랫폼으로 해결하려는 해외 미디어 기업의 움직임에 비하면 초보적인 연구에 해당한다. 디지털 기술 인프라, 오디언스 전략 부재 등 한국언론 전반의 한계를 감안하면 독자와 매체 간 새로운 경험 확보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콘텐츠를 즐기고 커뮤니티 활동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오디언스를 잡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콘텐츠의 형식, 자동화 너머 오디언스와 공존하는 큰 걸음이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는 방향은 원칙적이지만 이미 제시된 상태다. "기자는 독자와 자주 소통해야 한다. 콘텐츠는 더욱 창의적이어야 한다. 독자 충성도를 높이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낡은 리더십을 교체해야 한다" 등이다.

웹3 환경에서 기자와 오디언스 역할
웹3 환경에서 기자와 오디언스 역할

웹3 커뮤니티 하려면 최고경영자부터 체험해야

지난 20년여의 웹 2(Web 2.0) 생태계에서 창출된 가치는 대부분 거대 기술기업으로 흘러들어갔다. 웹 3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콘텐츠 가치와 그 생산자에 주목하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웹 3을 따르는 사람들은 암호화 및 블록체인 기술에 진정으로 열광하는 그룹이다.[5] 웹 3 문화가 있다면 이것을 이해해야 한다.

기성언론은 누구를 대상으로 할지부터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면 블록체인과 NFT를 다루는 채널에서 더 많은 오디언스와 상호작용해야 한다. 새로운 커뮤니티 구축에 합당한 사람들과 파트너를 찾는 과정이다. 특히 언론사가 목표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협력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알려야 한다.

타임은 종이 매거진 평균 독자는 50대 남성, 온라인판은 40대 여성, 타임 소셜피드 참여자 중 62%는 35세 미만, 1/3은 해외 거주자다. 디지털 구독 요금(monthly)은 약 24달러 선이다. 그런데 타임피스의 NFT 평균 가격은 약 1000달러에 이른다. 일부에서는 탐욕의 커뮤니티라는 지적을 제기하지만 타임피스는 기존의 독자층보다 강력한 관계를 형성하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폭스의 마스크버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오디언스 참여 및 보상 경험을 획기적으로 이끌어내는 커뮤니티가 언론 브랜드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확신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한국언론은 창간 100년을 맞은 타임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존중하는 미디어 브랜드와는 여건이 다르다. 기존의 고객 데이터 분석, NFT를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 검토 외에도 핵심 제품 또는 서비스, 잘 디자인된 스토리텔링과 브랜드 정체성 등을 정확하게 설계해야 한다. 특히 타임처럼 최고경영자가 모든 것을 클릭하면서 직접 경험해야 한다.

  1. 1

    매틱 코인은 폴리곤(Polygon)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2. 2

    타임은 2022년 이더리움 기반 게임 플랫폼 더 샌드박스(The Sandbox)와 파트너십을 맺어 메타버스에 타임 스퀘어(TIME Square)라는 가상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공간은 아트 거래 및 이벤트의 중심이 될 예정이다.

  3. 3

    유경한 외(2022), 언론사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 정립을 위한 핵심요인 중요도 평가, 정보통신정책연구 제29권 제4호(2022.12)

  4. 4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때 콘텐츠 수준과 기술 완성도를 강조했지만 독자관계를 개선하는 상호작용성, 이용 경험 확대의 구조와 자원을 살펴보지는 않았다.

  5. 5

    웹 3 커뮤니티 구축을 돕는 플랫폼은 해외의 경우 디스코드가 일반적이다. 타임 등 기성언론이 적극 사용하는 디스코드는 특정 주제 전용 부스트 서버를 갖춘 다중 플랫폼을 제공한다. 트위터는 웹 3 인플루언서를 그루핑하고 토론하는 데 용이하다. 일부는 텔래그렘을 쓰기도 하지만 모든 플랫폼에 개설할 필요는 없다. 다만 최근에는 기존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떠나 웹 3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