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가치 높이는 커뮤니티 형성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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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1일

실생활과 연계된 체험 가치에 초점
기존 NFT 한계 걷어내는 시도 확산
언론사, 매출보다 커뮤니티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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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Non-Fungible Token)는 디지털 보증서로 소유 증명서의 역할을 한다. 디지털 아트, 아바타용 패션 아이템, 게임 내 아이템에 유일성(비대체성)을 담보한다. 불법 복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 콘텐츠가 오리지널리티(원본)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감정서다. 디지털 아트 파일은 복제가 무한대로 복제된다. 복제되더라도 NFT는 정품을 담보하고 소유자를 식별할 수 있다.

일본 통신사 'KDDI 종합연구소'는 최근 공개한 '체험가치 높이는 NFT, 웹 3.0과 메타버스 시대를 향한 포석' 보고서에서 "투기 가치를 중심으로 작동한 NFT 시장에서 실제 물건과 결합해 체험 가치를 높이는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던 '디지털 아트'에 억대 이상의 액수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단연 NFT 효과다. 그러나 NFT는 물리적인 실체가 없고, 완전히 소유하거나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NFT 가격이 고공행진하자 '묻지마' 투기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 대안으로 유일성과 소유권 보증뿐만 아니라 소유자의 NFT 체험 가치를 고안하는 시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NFT와 함께 실제 물건(체험)을 조합하는 접근 방식이다.

첫째, NFT 구매자에게 실제 물건이나 서비스 제공. 예를 들면 'NFT 운동화'를 구입하면 실물 운동화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NFT 악보나 영상 파일의 경우 각각 실제 악보(종이문서)나 영화 출연배우의 친필 사인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회원증, 티켓 등 실제 이용 권리를 제공한다.

미국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특전 티켓으로 NFT를 경매에 부쳤는데 항공권, 숙박, 오케스트라 단원과 저녁식사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앤서니 홉킨스 주연영화 <Zero Contact>는 프리미엄 NFT 구매시 실제 영화 출연권을 포함했고, 약 4800만원에 낙찰됐다.

올해 2월 출시돼 화제를 불러모았던 '움직이며 돈을 버는 서비스(M2E, Move to Earn)' 콘셉트의 '스테픈'(앱)도 여기에 해당한다. 앱에서 운동화 NFT를 구매한 후 걷거나 뛰면 토큰을 받을 수 있다. 토큰으로 운동화를 꾸미고 새 운동화 NFT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둘째, 실제 물건 구매자나 이벤트 현장 또는 특정 공간 방문자에게 한정 NFT 배포. 출판물을 사면 사진, 메시지 동영상 등 디지털 파일을 NFT에 담아 제공하는 형태다. 올해 2월 영화 '더 배트맨'은 예매권을 구매해 영화관에서 감상한 사람에게 한정 NFT를 배포했다.

셋째, NFT에서 다른 디지털로 배포. NFT 구매자에게 관련 디지털 파일(이미지, 음성, 영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한정판'이 특징이다.

NFT의 가치를 높이는 시도는 NFT 가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실물과 기업 브랜드 경험을 확장한다.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는 M2E는 보험 서비스나 금융 서비스, 온리인 쇼핑몰과 결합할 수 있다.

국내 NFT 시장도 일부 유통 기업을 중심으로 생활 서비스와 결합하며[1] 활로 모색에 나서는 양상이다. [2] 신세계백화점은 6월 푸빌라 NFT를 판매하고[3] 백화점 방문시 NFT 소유자를 인증하면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디지털 지갑 생성 어려운 종이신문 주 독자층

디지털 지갑 생성 어려운 종이신문 주 독자층
NFT 구매자가 자신의 디지털 지갑을 마켓플레이스 채널에 연결해 NFT 아트를 구매하면 토큰(NFT)이 구매자의 지갑으로 이동한다. 출처: KDDI 종합연구소

국내 언론사의 NFT 비즈니스는 '거래소'와 NFT 기획 제작 유통에 걸쳐져 있다. 지금까지는 취재보도물 특히 보도사진, 쇼트 영상, 기념이 될만한 홈페이지-초기화면, 지면을 대상으로 NFT화 하고 이를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하나둘 개설됐던 언론사 NFT 거래소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으로 존재감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지갑 생성을 직접 하고 NFT 거래소에 들어오는 소비자와 신문사 기존 독자층 사이에는 기술 이해와 활용 수준에도 큰 차이도 있었다.

<영남일보>가 운영하는 NFT 거래소 '캔버스(CANVERSE)' 관계자는 "지난해 창간호 지면 NFT는 완판됐다"[4]며 "NFT 구매 이후 디지털 지갑을 연동하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있어 아예 지갑을 개설해주고 지갑 주소와 비번 등을 이메일로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사도 비슷한 고객 문의가 많았다. 언론사 NFT 시장을 활성화 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영남일보> 관계자는 "1차 생산품을 거래하는 NFT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는 전체적으로 많이 다운됐다"면서 "NFT 판매 수익을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주면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 브랜드를 알리는 차원이다.

여기에는 언론사 브랜드에 충성도를 갖는 독자층이나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않은 점도 거든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프로그램이나 출연자에 대한 팬심은 있지만 연예인 기획사 주도권과 멤버십 투자 부담 등으로 NFT 비즈니스는 정중동 상태"라고 말했다.

해외 언론사 NFT 시장도 상반된 흐름이 공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CNN과 <타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다. CNN은 지난해 6월 시작했던 NFT 마켓플레이스인 '볼트 바이 CNN(Vault by CNN)' 사업에서 손을 뗐다. 매출 정체가 주원인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 7월 ‘아티팩트(ARTIFACT)’ NFT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행보는 지속되고 있다.

국내 언론사는 기사를 NFT화[5]하는 데서 벗어나 외부 파트너 협업[6]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대표적으로는 지역 예술가를 비롯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등과 '아트 NFT'를 펼치는 사례다.[4] 마케팅 기업과 공동으로 별도의 체험이나 실물 제공 등에 나서는 경우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그러나 종이신문사의 NFT 비즈니스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첫째, 디지털 아카이브 문제다. 규모도 작고 관리 수준도 낮다. 현재 제대로 관리되는 것은 지면 PDF 정도다. 사진, 기사 등 개별 콘텐츠에 메타 태그를 넣고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일도 만만찮다. 보유 자원의 자산화다.

둘째, 자산화가 끝나면 이를 상품화 해야 한다. 희소성, 역사성, 고유성 등 가치 있는 자산을 NFT로 제작하고 이에 새로운 스토리를 입히는 과정이다. 보도 사진, 매거진 커버 이미지, 기사 등을 NFT화 할 때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내 독자와 시장의 관심을 불러내야 한다. 가치를 일으키는 과정으로 기획과 마케팅 역량에 달려있다.

셋째, 언론사 신뢰, 평판을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 관계를 끌어올려야 한다. 회원 전용 콘텐츠로 가입회원을 늘리는 것과 이들 회원의 방문 빈도나 충성도를 높이는 멤버십을 추진해야 한다. 또 기자 및 기획 기사-어젠다를 중심으로 관심층과 팬을 넓혀야 한다. NFT와 매체(의 저널리즘)를 결합해 새로운 영향력을 일으킬 커뮤니티 구축이 필요하다.

NFT 가치 높이는 커뮤니티 중요

NFT 전략
한국신문협회 '2022년 신년 발행인 세미나'에서 권성민 퍼블리시 대표, 홍석천 영남일보 편집국 NFT 팀장, 도예리 서울경제 디덴터 기자 등이 강연자로 참석, NFT를 주제로 전략과 사례를 공유했다. 이미지는 권성민 대표가 발표한 자료에서 캡쳐했다.

NFT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독자 데이터베이스 투자에 눈을 뜨는 사례도 나왔다. NFT 구매자의 개인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구글 어낼리틱스를 비롯 구독자 분석 서비스를 추진하는 매체도 나왔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내년에 프로젝트를 발주해 AI 기반 이용자 데이터 분석 툴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NFT보다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종훈 퍼블리시 전략기획부장은 "기존 보도물을 NFT로 발행해서 디지털 자산 가치를 형성할 수도 있겠지만 NFT와 기술 활용에 관심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멤버십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향"[7]이라고 조언했다. 한종훈 부장은 "언론사 고유의 정체성과 팬덤, 커뮤니티를 연계하는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언론사 NFT 추진 사례

2021년 7월 국내 방송사 중 최초 MBC '아카이브 by MBC' 오픈

2021년 7월 <영남일보> NFT 거래소 '캔버스', 2022년 6월 디지털위원회' 발족

2021년 7월 씨네21 창간호 NFT 발행

2021년 8월 <매경이코노미> 지면 형식에 독자 사연 담아 NFT로 판매, 독자참여형 모델

2021년 8월 <한국경제> 기업가 이건희 기사 NFT화

2022년 1월 한국신문협회 '2022년 신년 발행인 세미나'에서 'NFT 전략과 사례' 공유

2022년 5월 가상자산, NFT 서비스 기술기업 엠블록컴퍼니, 매경e신문 구독권 NFT 발행

  1. 1

    지난 8월 LG생활건강은 NFT 구매자에게 샴푸와 앰플 등 제품 키트를 제공하는 실물 연계형 NFT를 선보였다. 미스터피자는 8월 구매자 대상의 NFT 제공 이벤트를 진행했고 추첨을 통해 NFT를 갖게 된 고객은 이후 쿠폰, 서비스를 추가로 받게 된다. 롯데리아는 한정판 NFT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시크릿 리워드를 통해 실제 햄버그 세트를 제공했다.

  2. 2

    코인 관련 법제도 미비로 기업의 NFT 구입은 자산으로 잡히지 않는 등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3. 3

    멤버십 카드의 역할을 하는 푸빌라 NFT는 푸빌라 세계관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는 한편 커뮤니티 '푸블리 소사이어티(https://puuvillasociety.com/)를 구축하고 있다.

  4. 4

    영남일보 캔버스는 첫 프로젝트로 1946년 1월1일자 백범 김구 휘호, 당시 종이신문만 300만부가 팔렸던 영남일보 창간호, 칼럼 등 4점을 대상으로 NFT화 했다. 김구 휘호 9개(개당 500만원), 창간호 45개, 칼럼 200개 등을 제작했다. 창간호, 김구 휘호 등은 희소성이 있는 것은 완판됐다. 이모티콘,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등 창작 NFT로 넓히고 있다.

  5. 5

    지난해는 '이건희 기사'를 소재로 NFT로 제작한 <한국경제>, 독자 사연을 NFT로 제작하는 <매경이코노미>, NFT 거래소 '블루커스'를 구축한 <머니투데이> 등 경제지 움직임이 활발했다. 매경미디어그룹은 올 상반기에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펼치는 기업을 설립했다.

  6. 6

    MBC 미래정책실 신사업전략팀에서 주도하는 NFT 비즈니스는 블록체인 기업인 '블로코'와 협업했다.

  7. 7

    해외 언론사는 NFT 관심층을 대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새로운 팬덤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