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에서 NFT 역할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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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04일

코인베이스 가상자산시장 전망 보고서 살펴보니
신뢰도 하락에도 기술진보, 제도화 흐름은 긍정적
새로운 마케팅 도구로서 NFT 가능성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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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가상자산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테라, FTX 등 주요 플레이어들의 몰락은 산업 전반에 긴 침체를 가져왔다. 세계 최대 규모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의 연구소가 내놓은 '2023년 전망 보고서'는 이러한 장면을 디지털 자산 영역의 결정적인 후퇴(setback)로 정의했다.

다만 2019~2020년 초 가상자산 시장의 불확실성과는 다른 양상이다. 하나는 투기의 거품을 걷어내면 기술 발전과 새로운 아이템 개발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는 점이다. 주요 대기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직간접적으로 접목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하나는 각국 정부의 관심과 관여도 증가이다. 규제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다.

테라와 FTX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을 나락으로 몰고 갔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근거도 된다.

코인베이스(Coinbase)에 따르면 나스닥지수는 2021년 말 이후 30%, S&P500지수는 18% 하락했는데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8,350억 달러로 2021년 말의 2조 2,000억 달러에 비해 62% 감소했다. 다른 자산군보다 높은 감소폭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위험조정 수익률(RAR, Risk-Adjusted Return)은 미국 및 글로벌 주가지수와 발맞춰 움직였으며, 미국 채권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거뒀다. 디지털 자산이 거의 모든 전통적인 위험자산보다 성과를 내지 못했던 2019~2020년 초의 양상과는 달랐다.

본격적인 규제안 마련과 기관 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미국의 행정명령을 비롯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제도화 움직임을 보였다. 또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더 나은 접근성, 안정성 그리고 모든 사람이 쉽게 탐색할 수 있는 거버넌스 및 표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가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을 강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주변 환경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코인베이스의 가상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는 가상자산 생태계가 토큰화(Tokenization), 허가된 디파이(permissioned DeFi), 웹3(Web 3.0)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실제 자산을 증명 및 인증하는 등 예술 외 영역에서 다양하게 가치를 드러내는 NFT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예술품 거래에서 구독과 증명까지

NFT는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자산에 희소성을 부여한다. 그동안 NFT의 가치는 ‘디지털 수집품’ 혹은 ‘1/1 예술품’, 알고리즘 기반의 ‘생성예술(generative art)’, PFPs(profile pictures) 등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형태의 자산들은 전통예술 시장과 유사하게 투기적 시장으로 귀결됐다.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NFT가 크리에이터들의 진입 장벽을 낮춘 점이다. 2022년 기준 오픈씨(OpenSea)에서 크리에이터들은 로열티로 약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시장 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NFT 시장은 여전히 하루에 5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 사이의 거래량을 창출하고 있다.

NFT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따라서 최근 하락 추세는 시장 건전성을 정립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과연 미래의 NFT는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 것인가?"이다. 쉽게 답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재산권의 개념 강화, 투명성과 프로그래밍의 가능성 증가 등은 NFT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특히 예술과 수집의 영역을 넘어 디지털 경제에서 소유권(ownership)과 신원(identity)으로 확장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신원 증명, 티켓팅, 멤버십 및 구독, 디지털 발자국(footprint) 매핑, 소울바운드(soulbound) 토큰, 현실 자산의 토큰화, 공급망 물류 등 새로운 형태의 유틸리티로 가치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기라는 부정적 한계를 넘어 NFT의 근본적 이점을 부상시키는 측면이라고 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침체에도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ENS(Ethereum Name Service)가 있다. ENS는 웹3의 복잡한 ID(암호화폐 지갑 주소, 메타데이터 등)를 읽을 수 있는 도메인 이름으로 변환하고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등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과 소비자 연결하는 마케팅 도구

브랜드 형성, 소비자 참여, 리워드 등 다양한 형태로 쓰이고 있는 NFT의 미래로 가장 유력한 것은 새로운 마케팅 도구로서의 역할이다. 가령 기업이 NFT를 활용해 소비자와 진정한 연결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다. 또 실제 상품의 디지털 인증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기존 브랜드 기업과 웹2(Web2) 기업들이 '실물 연계형' NFT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웹3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나이키(Nike)는 가상 수집품들을 거래할 수 있는 웹3 플랫폼(dotSWOOSH)을 출시했다. 수집과 거래 그리고 창작까지 가능하며 제품을 온라인 게임이나 메타버스 등 디지털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다. 또 나이키에 일정 로열티를 지불하면 플랫폼 내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수 있다. 팬덤과 커뮤니티를 견고히 하는 중요한 도구인 셈이다.[1]

스타벅스는 지난해 10월 자사 로열티 프로그램에 NFT를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스타벅스 리워드 모델에 NFT를 접목한 스타벅스 오디세이(Odyssey)는 미션을 성공할 때 수집 가능한 디지털 '여행 스탬프(journey stamps)’를 지급하는 형태다. 수집된 스탬프 즉, NFT를 많이 모을수록 포인트가 쌓여 굿즈 구매부터 코스타리카 커피 농장 체험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뉴욕 닉스(The New York Knicks)는 NFT 홀더들에게 독점 이벤트와 홈게임 티켓을 제공했다.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디지털 수집품’으로 부르는 아바타 NFT가 존재하며, 거래하는 2차 거래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또, 티파니(Tiffany & Co.)는 크립토펑크(CryptoPunks)와 협력해 250개의 디지털 패스들을 민팅하여 펑크 테마의 주얼리와 교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디지털을 넘어 실물 세계 자산으로 신규 수익원을 추구하는 흐름은 NFT에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게임 시장에서 NFT 역할도 이야기거리다. 가상자산 기반의 기업들이 가상자산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들을 개발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게임 기업들이 만든 게임 플랫폼에 하나의 요소로 집어넣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자금력에서 앞서는 최상위 게임 스튜디오는 후자의 시나리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가상자산 관련 기능은 게임의 뒷단에 흡수돼 이용자들이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예술가, 창작자에게 로열티 지급이 과제

최근 NFT 커뮤니티의 논쟁거리는 아티스트에게 지급할 로열티에 관한 것이다. 로열티를 어떻게 부과하고 집행할지가 핵심 과제다. 로열티는 웹3 크리에이터 경제의 핵심인데 반해 현실적으로 로열티는 토큰이 아닌 시장에 존재한다. 즉, NFT 보유자들이 시장을 벗어나 상호 간 거래(peer-to-peer)를 선택해 수수료와 로열티를 모두 회피할 수 있다.

보유자 간 거래는 그동안 NFT 시장에 항상 존재해왔지만 2022년 오픈씨와 같은 중앙 집중화된 시장을 우회할 도구들이 만들어지면서 더 성행했다. 수도스왑(Sudoswap)블러(Blur)는 사용자가 수수료와 로열티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분산 프로토콜이다. x2y2, 룩스레어(LooksRare) 등의 플랫폼도 로열티 없는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픈씨는 플랫폼에 로열티를 부과하기로 약속했으며, 발행자 입장에서 로열티가 없는 플랫폼에서의 거래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새로운 NFT만 해당)을 도입했다. 확실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이지만, 여전히 기존 발행된 NFT의 문제는 고려되지 못했다. 오픈씨 안에서만 거래가 가능한 점도 한계다.

순수 이익 기반으로 움직이는 NFT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수수료 및 로열티 회피는 지속될 것이다. 때문에 로열티로 이익을 얻고 싶은 예술가와 크리에이터들은 앞으로 예술 자체에 진정 관심을 갖고 로열티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 수집가들을 이끌어 내야 한다. 예술가와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해야 하는 오픈씨 같은 거래소의 대응도 필요하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로열티를 보장하지 못하면 향후 NFT 기술이 설 자리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로열티 이미지
NFT 활성화를 위해 안정화돼야 하는 로열티(royalty)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제정이 관건

루나 사태 이후 사용자 접근부터 생태계 활동에 이르기까지 가상자산 시장에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간과하는 것은 과도한 레버리지, 불충분한 위험 통제, 비윤리적인 사업 관행 등의 문제점은 전통적인 금융에서도 자주 나타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어려움을 근거로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부정해선 곤란하다.

분산형 프로토콜의 근본적인 의도는 추가적인 신뢰도 확보의 필요성을 최소화하고, 중앙 집중식 중개자가 제기하는 마찰을 제거하며,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디지털 혁신을 확산하고 위험을 적절히 완화하는 규제 방안이 관건이다. 첫 걸음은 개발자와 이용자들이 공감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이다. 현재 각국은 서로 다른 관점으로 규제 방향성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도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향배에서 중요한 미국의 가상자산 정책은 변곡점에 있다. 가장 중요한 미해결 규제 문제 중 하나는 디지털 자산을 분류하는 방법이다. 2022년 8월 초당파 상원의원들은 디지털 자산 상품의 주요 규제 기관으로 상품 선물 거래 위원회(CFTC)를 채택하여 기존 가상자산 규제 시스템의 가장 큰 격차 중 하나를 해소하는 디지털 상품 소비자 보호법(DCCPA)을 도입했다. 가상자산 정책의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럽 각국은 일단 안전한 규제 환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카(MiCA·암호자산 시장 규제) 최종안에 합의했다. 이로써 MiCA 면허를 받은 기업들은 EU 단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MiCA는 EU 전역에 단일 규칙집을 제공한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 감독은 유럽은행청(EBA)이 담당하지만 모든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CASPs) 감독은 국가 차원에 머물러 있다. 다만 유럽 증권시장 당국(ESMA)은 CASPs에 대해 직접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추가 권한을 부여 받았다.

속도 빨라지는 가상자산 법제화 논의

영국은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가상자산 포괄적 규제 협의는 금명간 이뤄질 것이다. 의회에서 다뤄지는 금융 서비스 및 시장 법안(FSMB)은 영국 정부와 규제 당국에 가상자산 규제논의의 권한을 부여하는 데 있다.

유럽의 크립토 밸리인 스위스는 상당히 빠르게 대처해 왔다. 2021년 8월 '분산 원장 기술 개발에 대한 연방법의 적용에 관한 연방법'(블록체인 법)을 제정했다. 이는 가상자산 권리 거래를 위한 법적 근거가 됐다. 디지털 자산 규제 기관은 스위스 금융 시장 감독 당국(FINMA)이 대표적이다. 가상자산을 경금속(hard metal)과 가장 유사한 별개의 자산 등급으로 분류한다.

아시아는 유럽과 달리 시장 전체를 들여다보는 규제 통합 기구가 부재하다. 각국 정부가 단편적으로 챙기고 있는 수준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상자산 시장에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왔다. 채굴, 거래, 토큰 발행, 암호화 서비스 제공 등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모든 활동에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반대로 홍콩은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상당히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디지털 자산의 소매 거래를 허용하고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를 위한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는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구분하고 앞으로 시민들이 디지털 자산 및 가상자산 기업과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규정하는 프레임워크를 마련할 계획이다.

일본은 디지털 자산을 잠재적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결제 사업자와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규제 체계 담은 '일본 결제 사업법'을 제정하였다. 또 디지털 자산 라이선스 제도를 포함 광범위한 규제 요건을 제정했다. 싱가포르 통화 당국(MAS)은 광범위한 지불 서비스 법 테두리 안에서 가상자산을 규제했다. 현재는 소매 가상자산 거래 내에서 소비자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대책들을 다루고 있다.

브랜드 기업, 미디어에서 NFT 더 확산될 것

가상자산 시장의 혹한기는 올해도 이어지겠지만 과거 닷컴버블처럼 옥석 가려내기의 기간이 될 전망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도 디지털 경제의 소유권과 신원의 가치는 뚜렷이 재조명받았다. 변형되고 개선된 디파이나 실물 연계 NFT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제도화 흐름도 마찬가지다. 각 규제 기관의 관여도가 커질수록 시장 안정화는 앞당겨질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기로 바라보는 좁은 시야가 아니라 가상자산,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의 혼란은 기술보다는 사람의 문제가 컸다. 이용자를 보호하고 혜택을 넓히는 기술 개발을 더욱 장려하고 보호하는 방향에서 규제 프레임워크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어떤 정부기관이 무엇을 감독하고, 이용자와 투자자의 안전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위험들이 통제돼야 할지 정의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안겨줬다. 시장도 뜨거웠다. 가파른 시장 변동성과 낮은 거래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은 새로운 파트너십의 등장과 함께 가상자산이 광범위하게 채택됐다.

브랜드 기업, 미디어 영역에서 NFT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은 가상자산 시장에 변곡점을 그리는 기회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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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키는 2022년 블록체인 업계의 기대주로 주목받는 M2E(Move to Earn)를 구현하는 크립토킥스(Cryptokicks iRL) 신발을 출시했다. 이를 구매하면 실물과 연결되는 실물 연계형 NFT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