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은 댓글 환경 바꾸기라도 하는데…언론은 무얼 하나?
다음뉴스 댓글 게시판 형태→한시적 채팅방
토론장 역할 퇴색, 이용자 이탈률↑ 참여도↓
언론사 홈페이지 경쟁력 부재…댓글 긍정성 살릴 묘수
다음뉴스 댓글이 지난 6월 8일부터 ‘타임톡’으로 바뀌었다. 게시판 형태가 아닌 채팅방처럼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기사가 게재되면 24시간만 열리고 이후 사라진다. 뉴스 댓글 부작용을 줄이려고 댓글 공간을 ‘한시적 채팅방’으로 만들었다.
기존 댓글문화에 익숙한 이용자 입장에서 톡 환경 적응은 쉽지 않다. 서비스 형태가 바뀐지 한 달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낯설다. 서비스 구조 자체도 ‘강제 소환’을 적잖이 경험한 단톡방을 닮아서 부담감도 있다.
이용자에 따라서는 환영할 수도 있으나 뉴스 생태계를 지켜보는 연구자로서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뉴스에서 다루는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기 어렵고, 다수가 공감/반대하는 주장이 어떤 건지 확인하는 길도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여러 의견이 낱낱의 톡으로 존재하다가 24시간 뒤엔 휘발되니 토론장으로서 역할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댓글 활성화도 예전만 못하다. 서비스 개편 전후 상황을 수치로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 다음뉴스에 비해 세자릿수 이상 댓글(채팅)이 표시되는 기사가 확연히 줄어든 양상이다. 타임톡 전환 이후 거쳐야 할 단계가 생긴 것이 참여도가 낮아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화면을 스크롤하면 하단에 노출되던 댓글란 대신 ‘참여하기’ 버튼이 있다. 그 버튼을 눌러야 톡이란 이름의 채팅 글을 볼 수도, 추가적으로 쓸 수도 있다.
온라인 정보 이용시 클릭 한 번은 이용자 이탈률을 크게 높인다. 뉴스 서비스도 다르지 않다. 결국 다음은 댓글 관여 활동 환경을 사실상 위축시켰다. 이는 페이지 체류시간 증대 같은 댓글 서비스의 부수적인 효과를 마다한 것이다. 정치‧사회적 이슈를 고려하면 악성 댓글로 불거지는 플랫폼 책임 논란을 의식한 사전 예방 조치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국내 디지털 뉴스 생태계가 양대 포털 중심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뉴스 댓글도 포털에 과도하게 쏠린다. 포털이 상당 부분 관리의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이 이용자를 불편하게 만들면서까지 댓글의 관여도 및 집중도를 떨어뜨리려는 고육책을 내놓은 배경 중 하나일 것이다. 뉴스 댓글의 순기능을 감안할 때 포털 플랫폼의 역할에 회의감마저 든다.
댓글 관리 측면에서는 국내 언론사도 더하면 더했지 나은 것이 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댓글이 잘 안 달린다. 언론사 홈페이지를 굳이 찾아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만큼 관심과 열정 있는 뉴스 이용자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충성 독자가 확보된 몇몇 신문사는 댓글란이 그나마 채워지는 편이다. 그러나 댓글 환경은 혼란하다. 특히 성향에 따라 시각이 극명히 갈리는 정치 뉴스에선 어김없이 혐오와 차별, 공격성 댓글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도 방치되다시피 한다. 관리 편의성을 위해 외부 전문업체 솔루션을 탑재한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내부적으로 댓글까지 돌아볼 여력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실상은 뉴스 댓글의 가치에 대한 자각,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게 더 타당하다.
뉴스 댓글은 실용적 의미도 있다. 언론사는 핵심 제품인 기사에 대한 피드백, 즉 이용자 반응을 아는 바로미터로 삼을 수 있다. 댓글을 적절히 분석하면 기사 품질은 물론 뉴스 사이트 환경 개선에 유용하다.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재료다. 무엇보다 뉴스 이용자의 의견을 경청한다는 것은 커뮤니티를 구축할 때 귀중한 에너지로 쓰인다.
*함께 보면 좋은 내용
‧뉴스 댓글이 저널리즘 좌우한다
‧까다로운 오디언스 잡으려면
트러스팅뉴스(Trusting News)를 설립한 조이 메이어(Joy Mayer) 디렉터는 최근 아메리칸 프레스 인스티튜트(American Press Institute)에 실린 기고에서 저널리스트 일을 설명 혹은 방어하는 데 댓글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언론인과 언론이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온라인 댓글이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성실성에 대해 기록으로 남기고, 윤리와 프로세스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풍부한 기회”라고 했다.
해외 언론은 댓글의 긍정성을 살리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뉴욕타임스는 퍼스펙티브(Perspective) API를 활용해 2017년 ‘모더레이터(Moderator)’라는 댓글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계학습 모델을 사용해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 욕설이나 온라인 괴롭힘 등 악성 댓글을 찾아낸다. 이를 통해 커뮤니티 관리팀 업무를 좀 더 효과적이고 수월하게 하고 있다. 퍼스펙티브 API는 구글 자회사 직소(Jigsaw)에서 개발한 것으로, 스페인신문 엘파이스(El País)도 이 도구를 사용해 댓글을 관리한다.
뉴스 댓글 개선과 이용자 참여 강화는 뉴스 유통사(포털)보다 뉴스 생산자인 개별 언론사에 더 절실한 목표다. 마침 국내 언론계에서도 대형 신문사를 중심으로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유도하며 자체 플랫폼 개편에 나서고 있다. 언론사 홈페이지를 직접 찾는 이용자 경험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를 중요한 화두로 잡아야 한다. 좋은 뉴스를 제공하는 것 못지않게 토론하며 소통하는 플랫폼 구현이 핵심 과제다. 댓글 공간은 그 출발선이다.
- 이 글은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오늘> 6월 24일자 오피니언란에 [디지털 혁신 점검] 칼럼으로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