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리스’ 진짜 도래…언론사 광고도 제품다워질 때
구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API 출시, 연내 적용 범위 확대
디지털 생태계 변화 대비해야…쿠키 대체 데이터 확보‧관리‧활용 관건
구글이 7월 중순 자사 웹브라우저의 새 버전 ‘크롬 115(Chrome 115)’를 정식 출시했다.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통상적 업데이트지만 이번엔 유독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바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 API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개발됐다. 크롬에서 3자(타사)가 사용자의 쿠키(cookies) 수집을 못하도록 하기 위해 구글이 수년째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이번에 그 도구를 개발자 등 외부에서 써볼 수 있도록 API를 풀었다. 크롬이 ‘쿠키리스(cookieless) 환경’으로 가는 중요한 단계를 밟는 셈이다.
구글은 8월 초부터 쿠키 없는 샌드박스 테스트 모드를 제공해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수백만명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2024년 1분기까지 크롬 사용자 초기 1%를 대상으로 타사 쿠키를 제거하고, 3분기에 완전한 쿠키리스를 추진한다.
쿠키는 사용자가 웹에서 활동할 때 생성되는 일종의 데이터 조각이다. 대부분의 웹사이트가 이 쿠키 정보를 활용해 개인화 콘텐츠나 맞춤형 광고를 노출해왔다. 하지만 사용자의 디지털 데이터를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법‧제도가 잇달아 만들어지면서 플랫폼사도 쿠키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구글은 지난 2020년 크롬의 타사 쿠키 지원 중단을 발표했었다. 당초에는 2년 유예기간을 갖고 2022년 1월 전에 마무리하려 했지만 두 차례 연기 끝에 내년으로 시기가 늦춰졌다. 자사 득실을 정교하게 따지면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해 풀어나가기 어려운 구글의 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모질라 파이어폭스와 애플 사파리는 이미 타사 쿠키 전송을 차단했다. 여기에 크롬까지 내년에 쿠키리스를 완료하면 디지털 생태계를 지배한 쿠키 마케팅은 사실상 끝난다.
코앞으로 다가온 쿠키리스는 (디지털) 광고‧마케팅업계는 물론 매체사에도 큰 도전이다. 현재 언론사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타깃팅 광고는 물론 콘텐츠 추천 시스템도 쿠키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쿠키를 대신할 수 있는 디지털 조각(정보)을 확보해 새로운 방법을 테스트하고 안정화시키지 않으면 사용자 경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트래픽 하락, 광고 수익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이 글로벌 상위 500개 퍼블리셔(publisher)를 대상으로 지난 2019년 8월 쿠키리스 상황을 테스트했는데, 3자 쿠키 제거시 매체당 평균 광고 수익이 50% 이상 떨어졌다. 사용자가 배너광고 창을 닫는 행위는 21% 증가했다.
해외 주요 언론들이 쿠키리스에 대비해 1자(자사) 데이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자동화 시스템이나 광고 상품 개발 및 판매 전략 정비에 나선 배경이다. 크롬 정책 시행 시점이 몇 차례 연기되는 과정에서 서구권 일부 미디어는 ‘쿠키리스 피로도’라는 말을 할 정도로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면 한국 언론은 쿠키리스 생태계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일단 국내 언론사 웹사이트 대부분이 개인별 맞춤형으로 서비스할 만큼 고도화되지 않았다. 사용자 직접 유입에 따른 데이터를 근거로 광고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도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았다.
여차하면 손을 빌리면 된다거나 파트너 기술기업이 알아서 대응해 주겠거니 하는 정도다. 실제 언론사가 도입한 몇몇 자동화 서비스 구조는 전문업체의 솔루션을 가져다 쓰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미국, 유럽 미디어가 쿠키리스에 부산한 것에 비하면 위기감도 절박함도 없는 사정이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디지털 광고에 대한 국내 언론계 인식이 낮은 만큼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조금만 다른 접근을 시도해도 쿠키리스 상황에서 디지털 비즈니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다. 쿠키를 비롯한 자사 데이터를 광고주 시선에서 활용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말이다.
먼저 뉴스 소비자인 독자를 알아야 한다. 우리 사이트에 들어오는 독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콘텐츠를 찾고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분석할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적정 규모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 디지털 비즈니스의 성패는 독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기술을 접목해 콘텐츠와 광고,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수 있도록 하는 데서 판가름 난다.
유료 구독모델만 전부가 아니다. 콘텐츠 못지않게 광고도 제품 관점에서 업그레이드해 나가야 한다. 언론사 얼굴로 광고를 유치하는 전통적 영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지표를 근거로 매체의 가치를 세일즈하는 진짜 디지털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쿠키리스 대책은 아니었지만 로그인을 도입하는 언론사가 늘어나는 지금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서 광고를 고안할 수 있는 적기다.
- 이 글은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오늘> 8월 19일자 오피니언란에 [디지털 혁신 점검] 칼럼으로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