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은 ‘쿠키종말’ 맞을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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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10일

디지털 생태계 형성한 3자 쿠키 중단 예고에도 국내외 온도차 여전
프라이버시‧개인정보 보호 강화 속 자사 데이터 중요도 ↑
유력 언론들 플랫폼 고도화…업계 공동으로 대체 솔루션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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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전면적 변화를 가져올 이른바 쿠키리스(Cookieless) 시대를 앞두고 국내외 언론계 온도차가 여전히 크다. 개별 매체는 물론 유관 협회‧단체 차원에서 쿠키 없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시스템과 모델을 실험‧적용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여전히 광고업계 이슈 정도로 국한해 보는 분위기다.

쿠키는 이용자 개개인의 방문이력과 선호도, 관심사 등을 파악해 디지털 서비스 고도화에 쓰는 주재료다. 게다가 쿠키를 활용한 디지털 광고는 언론의 중요 수익원 중 하나다. 지금이라도 묵은 이슈를 들춰보고 쿠키리스가 언론산업에 가져올 변화 혹은 잠재적 영향을 이해하고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쿠키리스가 뭐길래

“웹사이트 쿠키를 허용하시겠습니까?” 근래 유럽과 영미 등 해외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쿠키 사용 동의 여부를 묻는 팝업창이 질리도록 뜬다. 방문자 쿠키를 정당하게 수집하고 투명하게 고지함으로써 예고된 쿠키리스 환경에 대비하는 조처다.

쿠키(Cookie)는 웹사이트 접속시 자동으로 생성되는 사용자 데이터다. 이 쿠키에 대한 서드파티(third party, 제3자)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바로 쿠키리스다.

기술적으로 쿠키 정보를 외부에서 끌어가는 것이 막히기 때문에 이용자 동의 없는 쿠키 활용은 불가해진다. A사이트는 A사이트 쿠키만, B사이트는 B사이트 쿠키만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A사이트에서 검색한 물건이 B사이트 방문시 자동으로 따라붙는 형태의 맞춤 광고 또한 어려워진다. 구글은 지난 2020년 크롬(Chrome) 웹브라우저에서 이같은 3자 쿠키 수집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바 있다.

쿠키리스 전환은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강화 추세와 닿아 있다. 유럽연합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1], 미국 CCPA(California Consumer Privacy Act)[2]시행 등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빅테크로 성장한 소수 거대기업의 데이터 과점이 심해졌다는 문제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정책적‧법적 규제 강화 속에서 파이어폭스[3]나 사파리(애플)[4]등은 구글보다 앞서 3자 쿠키 전송을 금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웹‧모바일 브라우저 이용 점유율의 66%를 넘는 크롬의 정책 변화는 디지털 환경에서 보편화된 쿠키 마케팅의 ‘종말’로 받아들여진다. 당초 구글은 2022년 타사 쿠키 사용 폐지를 예고했지만, 준비 미흡으로 인해 두 차례 연기 끝에 2024년 하반기로 데드라인을 재조정했다.

3자 쿠키 종말로 자사(1자) 데이터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업종을 불문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 처리, 확장하는 데 골몰한다. 이를 통해 사이트 방문자의 관심 및 필요를 파악하는 한편 고객(이용자)과 직접적 관계를 구축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또 자사 사이트 바깥에서 활동하는 이용자 데이터와 적절히 혼합하는 새로운 솔루션 도입도 모색되고 있다.

#언론사에 왜 중요한가

3자 쿠키는 디지털 광고 시장을 성장시킨 타깃‧리타깃 광고에 주로 쓰인다. 이용자가 웹브라우저에 남긴 행동 데이터를 추적, 수집해 개인별 맞춤 광고로 연결해 가시성을 높여왔다. 이 때문에 3자 쿠키 사용 중단은 애드테크(AD Tech) 등 디지털 광고업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형 이슈지만, 온라인 사이트에 광고를 싣는 언론들도 쿠키리스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맞춤형 타깃 광고는 이용자(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골라 보여주기 때문에 무작위로 노출하는 일반 디스플레이형 광고보다 효과가 좋다. 자연히 다른 광고 대비 단가도 높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디지털상에서 수익이 창출되는 고정 파이프라인인 셈인데 이제는 바뀌는 룰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언론을 비롯해 디지털 광고를 유치하는 미디어 입장에선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구글이 글로벌 상위 500개 퍼블리셔(publisher)를 대상으로 지난 2019년 8월 쿠키리스 상황을 자체 테스트한 결과, 3자 쿠키 비활성화시 퍼블리셔당 평균 광고 수익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용자가 배너광고 창을 닫는 행위는 21% 증가했다. 구글이 공표한 유예기간 내 새로운 환경에 맞춘 대체제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방증하는 조사다.

뿐만 아니라 3자 쿠키는 개인화 뉴스 추천에도 쓰임새가 있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당신에게 추천하는 콘텐츠’ 등의 이름으로 언론사 사이트에서 범용되는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3자 쿠키 등 여러 외부 데이터를 조합해 운영된다. 콘텐츠 추천란에도 리타깃팅 광고나 네이티브 애드(Native AD, 사이트 색깔에 맞게 기획된 콘텐츠형 광고) 등이 섞여 노출되기에 기사 클릭뿐 아니라 광고 수익과도 일정 부분 연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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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사 사이트에 적용되고 있는 콘텐츠 추천 솔루션도 여러 경로를 통해 타사 쿠키를 활용하고 있다. (오해 소지를 없애고자 업체명은 모자이크 처리함)

#해외는 어떻게 대비하나

쿠키리스 환경에서 개인별 맞춤 광고‧뉴스를 매칭하려면 쿠키를 대신할 만한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자체 데이터 수집은 물론 여러 데이터를 혼합해 가치 있는 정보로 확장해야 한다. 영미권 등 해외 언론계는 로그인월(login wall, 회원가입) 및 페이월(paywall, 유료화) 모델이 자리 잡았기에 축적된 독자(오디언스) 데이터가 많은 편인데, 기존 DB를 놓고 첨단기술을 접목해 서비스 고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post)의 경우 사이트에서 독자 여정(journey)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NLP(자연어처리)와 기계학습과 결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 최고수익책임자인 조이 로빈(Joy Robins) 씨는 지난 3월 미 애드위크(Adweek)지가 개최한 미디어위크 행사에서 “독자를 더 잘 이해하고 마케팅을 최적화할 뿐 아니라, 광고주를 위한 부문(세그먼트)을 훨씬 더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여러 곳에 (분산) 저장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Bloomberg)의 퍼포먼스 마케팅&미디어 글로벌 책임자인 크리스 마리노(Chris Marino) 씨도 같은 자리에서 “이번(쿠키리스) 전환에서 관리해야 할 첫 번째가 데이터 수집”이라며 “자사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 가치를 교환하는 방법에 대해 정말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여년 간 지속해온 디지털 전환 덕분에 쿠키리스 변화에도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진작부터 3자 데이터를 단계적으로 제거, 2년여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 2020년 6월 자사 고객 데이터 플랫폼을 출시했다.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거나 따로 데이터를 구매하지 않고, 여러 기계 학습모델을 통해 자사 데이터 품질을 높이고 맞춤 프로세스를 고도화 한다.

한편에선 유관 업계도 공동으로 대체 솔루션을 마련, 활용을 제안하고 있다. 3자 쿠키를 대신할 수 있을 만한 타사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일단 쿠키리스 환경에서 직격탄을 맞는 디지털 광고‧마케팅 회사가 적극적 행보다. 일례로 애드테크 및 프로그래매틱 광고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더트레이드데스크(theTradeDesk)는 사용자 이메일 기반 유니파이드아이디(Unified ID, 이하 UID) 2.0을 내놓았다. 쿠키 대신 이용자 동의하에 암호화된 이메일로 타깃팅하는 솔루션이다. 언론사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 채널, 광고주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종‧경쟁업체끼리 손잡고 통합 로그인 솔루션을 공동으로 내놓기도 한다. 스위스 디지털 얼라이언스(스위스 최대 미디어 회사 및 출판사 연합)는 2021년 공동 로그인 서비스 ‘원로그(OneLog)’를 선보였다. 또 체코 온라인 미디어 사업자협회(CPEx)와 현지 최대 인터넷사업자 세즈넘(SEZNAM)은 ‘체코 광고 ID’(Czech Ad ID) 개발에 협력하기도 했다. 이런 솔루션은 얼라이언스로 연결된 모든 웹사이트에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타깃팅 효과를 높이는 데 사용된다.

주목할 부분은 쿠키 없는 대체 솔루션을 특정 기업이 주도해 출시한다고 해도 해당 기업이 수익사업으로 판매하거나 운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UID 2.0의 경우 더트레이드데스크에서 출시했지만 소유권은 미국 인터넷광고협회(IAB)에 있다. 광고주와 퍼블리셔(publishers), 오디언스를 새롭게 연결하는 표준을 제시하도록 설계, 오픈소스 형태로 운영된다.

#한국 언론계 상황은

“개인 쿠키값을 수집하는 자체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 외부 (광고)대행사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관리하는 입장인데 검증을 안 하기 때문에 실상은 잘 모른다.” _일간지 관계자 A씨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 사이트는 오디언스 타깃팅이 아니라 미디어 타깃팅으로 광고가 집행된다. 외부 환경 변화가 있더라도 현재로선 큰 타격이 없는 구조다.” _애드테크사 대표 B씨

언론계 사정을 잘 아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쿠키리스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 언론 분위기는 한 마디로 ‘안물안궁’(안 물어보고 안 궁금해함)이다. 쿠키를 비롯한 독자(이용자) 데이터를 이용한 제품‧서비스 개발이나 광고 집행 등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배경이다. 그도 그럴 게 국내 언론사에 실리는 광고는 종이신문(지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특이성이 있다. 형태는 디지털 광고지만 운영은 디지털스럽지 않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비(非) 뉴스미디어의 디지털 광고는 노출도나 클릭률 등에 의해 좌우된다. 사전 광고비 책정은 물론 사후 성과측정에서도 유입률과 클릭율 등 ‘숫자’를 근거로 움직인다. 반면 뉴스미디어에 실리는 디스플레이형 광고는 상당수 ‘이름값’에 의해 좌우된다. 언론사 온라인 광고를 크게 △네트워크 광고 △구글 애드센스 △직접 영업으로 나눠봤을 때, 구글 애드센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매체력에 따라 금액이 책정, 집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일간지 관계자 C씨는 “구글 애드센스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자체 데이터를 쓰는데, 네트워크 광고는 월간이나 연간 계약을 맺어 중간 에이전시에 통으로 맡긴다”며 “전체 광고비가 어떻든 (홈페이지 내 광고)면을 내주면 알아서 광고를 집행하고 고정 금액이 들어온다. 제3자 쿠키 제한이든 아니든 지금으로썬 솔직히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처럼 광고‧마케팅 업계에서 새로운 솔루션을 제안, 테스트하는 것도 어렵다. 디지털 마케팅업계 한 관계자는 “메이저 언론들은 이런(쿠키리스) 사정에 대해 알고는 있으니까 대비해야 한다고는 하는데 실질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고, 자체 CMS 없이 외주업체 솔루션을 쓰는 대다수 인터넷 언론들은 관심 자체가 없는 데다 설령 알더라도 외주업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고 했다.

일간지 관계자 A씨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하면서 “큰 언론사들조차 공개적으로 (자사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광고만 해도 남의 손을 빌리는 처지라 실무 차원에서 어떤 변화나 문제를 인식하다고 해도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 대형 신문사를 중심으로 유료화 앞단에서 로그인월(longin wall)이 도입되는 추세여서 변화 가능성은 엿보인다. 일간지 관계자 C씨는 “(로그인월이) 아직은 고도화되지 않아서 그렇지만 자체 유입률이나 회원 데이터 중요성은 확연히 커졌다”며 “(페이월까지 가면) 유료회원 대상 별도 서비스도 해야 하니까 쿠키 부분도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 필요한 정보를 주고 시스템적으로 할 수 있는 걸 설명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실적 공감대다. 해외 미디어업계처럼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로 보지 않는다. 시스템 개발이나 도입, 대안책 마련 움직임이 더딜 수밖에 없다. UID 2.0 한국 파트너사인 모티브인텔리전스 양준모 대표는 “새로운 솔루션을 매체사가 도입한다고 해도 혼자 하면 절대 효과가 없다”며 “언론계 전반을 묶는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광고주 사이드에서도 받아들여야 (오디언스) 타깃팅이 가능한 의미 있는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UID 같은) 솔루션 소유권도 주장하지 않고 일종의 공공서비스로 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앞으로 개인정보는 지금보다 더 강화될 거고, 쿠키리스 환경에서 타깃팅 못하면 광고효율이 떨어지니 광고단가도 하락할 것이 자명하다. 테크사가 아무리 새로운 기술을 내놔도 매체사 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 없다”며 “대안 솔루션을 당장 도입하진 못하더라도 어떤 것인지 개념은 알고 변화를 받아들여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 1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 유럽연합(EU)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사람의 사생활과 데이터 보호하는 법령으로 2018년 5월 25일 공식 시행. EU 내 사업장 없더라도 EU국 대상으로 사업하거나, EU 소비자개인정보 처리시 GDPR 적용될 수 있음.

  2. 2

    CCPA(California Consumer Privacy Act, 캘리포니아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법): ‘미국판 GDPR’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2020년 7월 1일 시행. GDPR과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에 소재하지 않는 해외사업자라도 캘리포니아 주민(소비자)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경우 다양한 의무 지게 되며 위반시 법 적용 받음.

  3. 3

    파이어폭스는 2019년 강화된 트래킹 보호(Enhanced Tracking Protection) 기능 활성화했으며, 2022년 6월에도 새로운 사생활보호 기능인 ‘토털 쿠키 프로텍션(Total Cookie Protecton) 기본 설정 추가.

  4. 4

    애플은 2017년 9월 쿠키 및 다른 웹사이트 데이터 제한을 통해 사이트 간 트래킹 줄이는 지능형 트래킹 방지 기능 공개한 데 이어, 2021년 4월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 ATT)’ 조치 취한 iOS 업데이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