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대체 불가능한 토큰 (NFT, Nonfungible Token)은 '디지털 아트' 시장에서 활발하게 다뤄져 왔다. 때로는 과장되고 때로는 투기를 자극하는 홍보를 앞세웠다. 시장이 가라앉고 냉혹한 평가가 잇따르면서 잠잠해지긴 했어도 뉴욕타임스, 시사주간지 타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기사 NFT 판매로 남다른 결실을 맺었다.

이들 언론사의 디지털 자산을 바탕으로 제작한 NFT를 구매하는 행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뉴욕타임스 디지털 부문에서 일한 잭 와이즈(Zach Wise) 노스웨스턴대 부교수는 "언론사가 지향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입증한 결과"라고 말했다. 디스코드 커뮤니티서 활동하는 NFT 구매자들도 "역사적이고 진정성이 있다"는 데 힘을 실었다.

와이즈 교수는 나이트재단(knightlab)과 2022년 뉴스 조직의 자산 활용 방법을 모색하는 NFT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질문은 어떤 유형의 디지털 자산 또는 저널리즘 결과물이 독자에게 가치가 있는가, AP 및 타임지의 NFT 프로젝트는 다른 언론사에서도 가능한 일인가 등이다.

'정서적 만족'과 '거품론' 뚫고 온 NFT

NFT 시장 형성 초기에는 예술 작품들을 중심으로 거래 시장이 열렸다. 미술품 수집의 미래라는 극찬도 나왔다. 그러나 이것이 정녕 '수집'인지, '소장'인지 줄곧 논쟁적이었다. 일부는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 '정서적 만족'이라고 묘사했고, 일부는 '거품이 잔뜩 있는 부동산 시세'와 다름없다고 할 정도로 비판적이었다.

2021년 트위터 설립자 잭 패트릭 도시(Jack Patrick Dorsey)는 2006년 자신의 첫 트윗을 NFT로 제작해 290만 달러에 판매했다. 무려 15년간 누구나 원할 때마다 볼 수 있었던 공개 트윗을 센트(Cnet)^[1]의 NFT 마켓 플레이스(Valuables)에 올려서 놀라운 거래가 성사됐다.

NFT는 트윗의 텍스트(내용), 작성자의 사용자 아이디, 발행 시간, 작성자의 디지털 서명을 담았다. 트윗의 링크를 포함하지만, 링크된 콘텐츠는 블록체인 외부에 존재한다. 또 트윗을 NFT로 제작하는 것에 독점성은 없다. 다른 기업도 할 수 있다. 잭 도시는 처음에는 센트를 선택했지만 '.jpg'를 NFT로 발행한 뒤 오픈씨(OpenSea) 등 다른 플랫폼에도 게시했다.

마켓 거래소(Valuables)는 "귀하가 결제하는 NFT는 트윗의 디지털 인증서이며, 작성자가 서명하고 확인했기 때문에 고유하다"며 '구매'의 의미를 정리했다. 마치 레고 정품을 구입하면 제품 박스에 들어있는 정품 인증서에 해당한다.

"역사적 보도 자료는 구매자가 있을 것"

그러나 NFT의 가치는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 시장과 구매자 반응에서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여전히 NFT는 예술가의 작품 및 스포츠 스타, 대중 음악인 등에 집중돼 있다. 세계적으로 팬들이 있고 그 가치에 공감하는 그들만의 문화가 살아있는 덕분이다.

저널리즘에서도 유명 기자, 독보적인 콘텐츠,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역사적 보도 자료라면 NFT에 가치를 형성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테크 칼럼니스트 케빈 루즈(Kevin Roose)는 2021년 3월 NFT 판매에 직접 뛰어들었다. 자신의 칼럼을 NFT로 만들어 오픈 마켓에서 판매했다. 수익은 NYT 자선기금(Neediest Cases Fund)에 기부했다.^[2]

케빈 루즈는 토큰을 보관하는 디지털 지갑과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설정하기 위해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으로 메타마스크를 연결했다. 가상자산으로는 이더리움을 설정했다. 거래 플랫폼은 파운데이션(Foundation)을 선택했다. 파운데이션에 가입하고 자신의 계정을 이더리움 지갑에 연결했다.

칼럼 이미지 파일은 분산형 스토리지 서비스 IPFS(InterPlanetary File System)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해당 파일에 매핑된 토큰을 발행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존재할 고유한 서명을 생성해 그 파일에 표시했다. 토큰 발행을 위해 가스 수수료(50~100달러)를 지불했다. 또 NFT 경매에 필요한 코드(최소 입찰 가격 등) 설정을 마쳤다.

"뉴스조직의 비즈니스도 갈아치울 수 있을 것"

NFT 최종 낙찰자는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의 맞춤형 음성 메모'와 (구매자가 동의한다면) 이름, 가족사진 등을 NFT 판매 후속 기사에서 소개되는 혜택을 갖는다. 그의 기사 NFT는 판매 이틀 뒤인 26일 350.00 ETH로 거래됐다. 총 거래 규모는 50만 달러를 상회했다.

루즈는 "구매자는 뉴욕타임스 역사상 NFT로 배포된 최초의 기사 즉, 역사의 한 페이지를 소유하는 특전을 갖는다"고 묘사했다. 물론 NFT 소유가 다이아몬드처럼 항구적으로 '가치 보증'을 하는 것도 아니고 투자 가치가 없는 것으로 결론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블록체인 기술로 소유권에 대한 영구적인 기록을 갖게 된 것은 그간 디지털에서 무한 복제로 무너졌던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는 단서가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언론사들의 무료 기사 서비스는 복제나 공유로 수익화가 어려웠다. 일부 매체는 페이월로 이동하고, 변호사를 고용해 저작권 침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적발된 곳으로 비용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포털사이트나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협의해 기사 전재료를 받아냈다. 이것이 NFT 등장 이전에 뉴스조직이 자신의 디지털 콘텐츠로 돈을 버는 방법들이었다.

루즈는 "지금까지는 유료 구독 모델이 뉴스룸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었지만 NFT의 등장으로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가는 이익을 줄이고 언론사가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점도 강조했다.

단순한 디지털 수집품에서 특별 '티켓'으로 진화

한국 언론이 만약 NFT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면 격동의 현대사를 담은 기사에서 동기를 가질 만하다. 5.16 군사 쿠데타, 80년 서울의 봄, 최초의 정권교체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나오는 신문 지면을 NFT화 하는 것이다. 그 지면의 디지털 사본을 유일하게 소유한다는 것은 역사성 희소성은 물론이고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특별한 '차이'일 수 있다. 이를 구매할 독자들은 아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이같은 가치를 갖는 지면과 보도물은 그다지 많지 않을 수 있다. 또 저널리즘에는 관심이 없지만 돈을 벌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NFT를 독식할 수 있다. 니먼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신문의 1면 NFT는 소수의 교양층과 투자를 즐기는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니먼랩은 "NFT는 자산 판매뿐만 아니라 소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액세스 권한을 부각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이는 기사 NFT의 진정한 가치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신문사 캐리커처를 담당하는 화가의 작품이 좋아서 NFT를 구매할 수도 있지만 그가 진행하는 그리기 교육 프로그램 수강권 혜택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신문사 NFT 커뮤니티 내에서 NFT 구매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알린다면 의외의 결과를 낼 수 있다.

이 가치 구축 단계는 USA투데이가 잘 보여줬다. 8,000달러 이상에 판매한 첫번째 NFT를 거래소에 올렸을 때 유명 리포터와 함께 하는 해안 투어 프로그램을 포함했다. USA투데이는 NFT를 단순한 디지털 수집품에서 '티켓'으로 바꿔놓았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신선한 것은 아니지만) 마이크 리드(Mike Reed) 가넷그룹 CEO는 "기사 NFT로 얼마든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플랫폼 구축이 언론사 NFT의 미래

물론 이 방향은 타당하지만 기존 접근 방식이나 비즈니스 판도를 흔들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언론사는 컨퍼런스 같은 대형 이벤트 초대장을 판매하거나 미술 전시 티켓 판매를 이미 전개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NFT는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NFT는 이런 접근보다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가는 차원이다.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티켓으로 만든 것도 뉴스 조직이 새로운 유형의 청중과 커뮤니티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띤다.

결국 언론사 NFT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은 마지막 단계인 커뮤니티 구축이다. NFT 소유는 단순히 환금성 자산을 갖는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수준에서 기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할 수 있다. 기사 편집 액세스 권한, 거버넌스 논의 테이블 참여 등 영향력과 닿아 있다.

이것은 편집 권한을 NFT 소유자에 완전히 넘기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활동에 있다. 어떤 NFT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것은 회원이 되는 것만이 아니라 플랫폼의 공동 소유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의미다.^[3] 즉 이 커뮤니티는 NFT를 구매한 기여자들로 굴러간다.

토큰 소유자만 커뮤니티에 글을 게시할 수 있으며 어떤 간부를 선출할지 투표할 수 있다. 또 두 명 이상의 작가가 함께 스토리를 생산하면 가상자산 또는 크라우드 펀딩에서 나온 수익도 배분받을 수 있다. 일부 토큰은 독자의 읽기 및 댓글 쓰기 등에 액세스 권한을 제공한다. 또 칼럼 기고 권리도 있다. 희귀한 토큰은 다른 기여자의 콘텐츠 편집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금전적 보상도 마찬가지다.

핵심 과제는 신뢰 기반 상호작용으로 영향력 확보

니먼랩은 "블록체인 기술의 또 다른 특징은 토큰을 사용하고 교환하는 방법에 대한 규칙을 수립하는 기능"이라면서 "이러한 스마트 계약은 탈중앙 자율조직(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 근간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뉴스룸의 다양성, 양방향성, 투명성을 높이는 대안 조직으로 DAO를 꼽는다.

DAO는 블록체인 기반 조직으로, 암호화 토큰에 의해 관리된다. 이 토큰을 구매하고 보유하는 사람은 누구나 DAO와 직접 관련된 중요한 문제에 투표할 수 있다. 이 조직은 모든 주제를 다루는 뉴스 미디어 사이트에 이르면 NFT 구매로 기여한 독자들의 권한이 대폭 증가하고 브랜드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블록체인 기술은 돈에 관한 것일 뿐이라는 오해에 휩싸였다. 사실은 정보의 진실, 저널리즘 과정의 투명성 및 독자 참여에 있다. 물론 이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오류도 있다. 모든 것이 어떻게 될지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 블록체인 기술이 오늘날의 소셜미디어만큼 더 혼란스럽고 중앙 집중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더 고민해야 할 것은 기술이, 기술 그 자체가 계속해서 메시지가 되면서 뉴스가 무엇이며 앞으로 언론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대비하는 전략이다. NFT 검토도 판매에 머무를 일이 아니다. 미래의 언론사에게 이 산업의 본질인 신뢰 기반 영향력을 쥐어줄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겨우 '독자 인식'하는 한국 언론도 NFT 구상 나서야

국내 뉴스 독자는 언론사 브랜드와 긴밀히 연결돼 있지 않다. 독자는 항상 제한적이고 종종 체계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뉴스에 참여한다. 잠재 독자의 다수는 브랜드와 완전히 떨어져 스쳐 지나갈 뿐이다. 신뢰 기반의 상호작용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페이월, 로그인월을 적용한 몇몇 언론사가 이제 겨우 '독자 인식'을 떠올리는 상황이다.

오늘날 저널리즘과 독자 관계, 브랜드 경험의 미래는 새로운 기술의 잠재력에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NFT의 잠재력도 그 지점에서 비롯한다. 돈벌이로 국한하지 않고 흥미로운 가치와 역동적인 커뮤니티를 품는 구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한국 언론의 독자 중심 비즈니스에도 어떤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