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소장 김위근)는 최근 일주일 동안 국내 뉴스 미디어 업계 전문가 10명에게 2023년 시장 전망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국내 미디어 시장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나요? 국내에서 주목하는 이슈가 있습니까?"에 대해 디지털 구독 모델 확대, 방송계 지각 변동, 새로운 플레이어 등장 등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또 저널리즘, 뉴스 시장, 미디어 산업 전반에 펼쳐지는 위기를 시장 양극화로 요약하고, 기회는 디지털 전환으로 풀어냈다.
- 참여 전문가 (가나다순)
김성해 대구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류현정 조선일보 편집국 디지털기획팀장, 손재권 더밀크 대표, 신한수 서울경제 전략기획실 부장,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소장,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한정훈 다이렉트 미디어랩 디렉터(전 JTBC 미디어 전문기자),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언론이 증폭하는 위기 현실화 가능성"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당장 총선이 1년 앞이다. '언론의 정치화'가 예상된다. KBS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 관련한 논란, MBC와 YTN 민영화, 신문법 개정 등의 논의가 정치를 관통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시끄러울 것 같다.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의 충돌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시민언론 더탐사>의 보도 논란과 정치권의 명예훼손 논란 등에서 드러난다. 사법부 수장의 과잉 대응도 문제지만 언론도 '정의로운 언론'의 신화에 사로잡히면 곤란하다.
한반도 안보위기와 경제위기를 다루는 언론의 자세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언론은 위기 상황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경우가 많다. '강 건너 불 보듯' 한반도 문제도 대한다. 첨예한 이슈 상황에서 언론이 증폭하는 위기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안언론의 도전도 계속될 것 같다. 뉴스 유통 방식을 새롭게 고민하는 퍼블리시를 비롯해 인터넷신문으로 새롭게 출발한 <스픽스>와 <민들레> 등이 시장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 지 관전 포인트다.
"미디어 산업의 재정 위기 파고 높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전체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미디어 산업의 재정적인 위기가 무엇보다도 당면한 현안이다. 광고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도입은 국내 레거시, 디지털 미디어 사업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대전환은 가속화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대전환이 OTT 이용의 보편화 등 디지털 미디어 이용을 늘리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면, 2023년은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 등 서비스 간 융합, 메타버스를 활용한 몰입도 심화 등의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K-미디어, K-콘텐츠의 위상이 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K-미디어, 콘텐츠의 경쟁력은 더 높아져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이 이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 미디어 산업 영역뿐 아니라 K-미디어, 콘텐츠를 국가의 소프트 파워 증진으로 활용하는 과제가 부상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 시도 넘어 매출 내야"
류현정 조선일보 디지털기획팀장
국내 신문사의 디지털 전환에서 세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첫째, 2023년 4월 네이버의 아웃링크에 대해 각 언론사의 대응 방향이다. 일단 자체 웹 사이트를 성장시키고 풍부한 콘텐츠로 수익화가 가능한 곳을 중심으로 아웃링크 대응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이 네이버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 지켜볼 일이다.
둘째, 방송사의 디지털 대응 수위와 성적표다. SBS, JTBC 등이 디지털 대응을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섰다. 영상이라는 강점을 가진 방송사들이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어느 정도 결실을 맺는다면 뉴스 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 유료화다. 다시 말해 독자 수익(Reader Revenue)을 구축하는 뉴스 사이트가 얼마나, 어느 정도로 등장할지 여부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할 것이지 언론계 전체가 주목하는 주제다. 시도만으로는 평가받을 수 없는 시기다. 의미 있는 매출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콘텐츠‧오디언스 원점에서"
손재권 더밀크 대표
2021년에 이어 올해도 국내 주요 언론사들의 경영 성과가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자를 비롯 구성원들은 웃을 수만은 없다. 유능한 인력들이 언론사를 떠나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홍보실 등으로 이직한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현상을 심각히 다뤄야 한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기업들은 존재의 이유를 다시 증명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구독형 '페이월' 도입을 서두르는 국내 레거시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구독모델을 정착시키려면 언론사의 '사명'을 재확인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콘텐츠와 오디언스를 원점에서 잘 챙겨야 한다.
한편 2023년은 YTN 민영화에 따른 인수전 그리고 새로운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선임 등 방송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격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산업의 본질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많은 '벽(wall)' 등장할 것"
신한수 서울경제 전략기획실 부장
최근 1~2년 사이 언론사들이 앞다퉈 '벽(wall)'을 치기 시작했다. 로그인'월', 페이'월'이다. 2023년에는 보다 많은 언론사들의 '벽'이 등장할 것이다. 과연 이번에는 언론사들의 오랜 숙원과제 가운데 하나인 '유료화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벽'을 통해 언론사는 충성도 높은 독자 데이터도 수집하고 구독경제를 향한 실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반면 '나'의 정보를 제공하고, 로그인을 하고, 지갑을 열어야 하는 독자들로서는 뉴스 이용 환경이 꽤 불편해진다.
현재 이용자가 일반적으로 찾아 보는 뉴스는 차별성이 낮다. 결국 '벽'을 둘러싼 안팎의 효용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관건은 그 '벽'이 언론사를 위한 '벽'이 아니라 뉴스 소비자들을 위한 '벽'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뉴스조직이 풀어가는 장면이 어떻게 연출될지 궁금하다.
"방송-디지털 뉴스 하이브리드 경향 강화"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소장
정권교체 이후 정쟁의 심화로 내년에도 뉴스 양극화가 이어질 것이다. 이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평균 실종'으로 표현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서도 나타난 한국의 낮은 뉴스 신뢰도로 인해 선택적인 뉴스 회피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성 언론이 아닌 유튜브 '삼프로TV' 채널이나 뉴스레터 '모닝블루' 등이 더욱 부상할 수 있다. 방송의 경우만 봐도 뉴스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뉴스 자체에 대한 소비는 줄어드는 흐름이지만 뉴스 콘텐츠 이용은 확장되고 있다. 그러면서 지상파방송사 버티컬 채널인 크랩, 14F, 스브스뉴스 등 방송 뉴스와 디지털 뉴스의 하이브리드 경향은 강화할 것이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가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뉴스가 현상 위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하나의 이슈에 집중하여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공영 미디어 거버넌스에 변화가 예고돼 있다. 서울시가 TBS 지원 중단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진행자 김어준 씨 등이 하차를 발표했다. 새 정부 집권 후 추진하고 있는 KBS의 지배구조 개편과 YTN 민영화도 가시화 할 것이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미디어 시장의 재원 구조는 더 취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생존 방안 모색으로 분주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독자 데이터' 전쟁 시작"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더코어 미디어 에디터
2023년은 플랫폼과의 거리 두기를 서서히 시도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포털 아웃링크, 로그인월 도입 등 굵직한 변화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있다. 자체 독자 데이터의 확보다.
언론사 수익원이 다변화하게 되면 포털과 별개로 스스로의 마케팅 역량을 키워야 하는 숙제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부딪히는 문제는 빈약한 독자 데이터이다. 유료 구독을 시도하든, 이벤트나 커머스 비즈니스에 도전을 하든, 높은 광고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들은 독자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마케팅에 기반한다.
언론사들도 이를 숙지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디지털 수익을 위해서, 디지털 구독모델 확대를 위해서 독자 데이터 확보에 전사적으로 매달리는 언론이 하나 둘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면 이메일을 포함한 독자들의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과 시도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계속 출시될 버티컬 미디어들도 궁극적으로는 독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전사 차원에서 통합하고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독자 데이터'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낡은 경쟁 문법 무너진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변화를 이미 눈치 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뉴스 소비의 양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독자들이 뉴스를 떠나는 게 아니라 그저 그런 흘러 지나가는 뉴스에 싫증이 난 것일 뿐이다. 탁월한 관점과 깊이 있는 분석, 대안을 다룬 뉴스에 대한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뜨겁다. 뉴스에 대한 지불 의사도 높아지고 있다.
뉴스에 대한 피로와 혐오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만큼 좋은 뉴스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많이 읽히는 기사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열심히 읽는 기사가 더 중요하다. 누가 읽느냐도 중요하고 그 기사가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드느냐도 중요하다.
이제 실험이 아니라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값싼 트래픽에 연동되는 값싼 광고 시장은 한동안 살아있겠지만 명확하게 경계를 긋고 맥락과 통찰을 제공하는 언론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다. 하루 100건의 기사를 만드는 것은 100개의 서로 다른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브랜드를 믿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각각의 상품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안 팔리는 상품의 유형을 분석해서 과감하게 폐기하고 핵심 가치에 역량을 집중하는 언론사가 이 새로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것이다. 2023년은 뉴스 시장의 낡은 경쟁 문법이 무너지는 첫 해가 될 것이다. 좋은 기사만 읽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방송사 스트리밍 전략 기로에"
한정훈 다이렉트 미디어랩 랩 디렉터(전 JTBC 기자)
2023년은 방송가에 큰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당장에는 YTN 민영화 이슈가 본격화 할 것이다. 인수전에 뛰어드는 신문사들 사이에 경쟁이 벌써 뜨겁다. 만약 YTN이 민영화 되고 특정 신문사가 새로운 대주주가 된다면 'YTN라디오'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한다. MBC 사장 선임도 또 다른 이슈다. 사장 임명에 영향력을 미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문화진흥회에 전 정부 인사들이 버티고 있는 만큼 격돌이 예고된다. 방송법 개정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한국 뉴스 미디어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구독 생태계 흐름이 주목된다. 2022년 <중앙일보>가 시동을 건 구독 미디어 전환 움직임은 2023년 국내 언론계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디지털 전환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경기 침체로 인한 투자 저조는 국내 미디어 기업에 양극화를 드리울 가능성이 있다.
지난 몇 년 간 한국언론의 디지털 전환은 실험이었으나 이제는 실험이 아니라 실제여야 한다. 디지털 전환으로 오디언스를 확장하며 수익을 올려야 한다. '디지털 항해'가 분명해지면 한국언론의 경쟁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카드뉴스나 숏폼을 넘어서는 보다 최적화 한 디지털 포맷 개발이 화두가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방송계는 스트리밍 서비스(Streaming Service) 진출을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내년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스트리밍에 진입할 것인지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알고리즘 설명 책임 요구 커진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디지털커뮤니케이션 연구센터장
올해 한국 뉴스시장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플랫폼 경제의 도래를 확인시켜줬다. 특히 방송사들은 유튜브 플랫폼을 통한 매출이 증대하면서 뉴스룸의 자원을 재배치하고 멀티플랫포밍 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동원했다. 반면, 신문사들은 여전히 포털뉴스와 전재료 협상이나 제휴시장 진입에 초점을 맞추는 전통적인 플랫폼 전략에 머물렀다.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과 숏폼 영상을 기반으로 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성장은 2023년에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신문사들의 멀티미디어 전략이 독자들의 접점을 확대하고 새로운 매출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크리에이터 경제로 표현되는 개인 미디어의 약진으로 전통적인 언론의 지위가 위협받고 언론의 전문직 모델에 큰 도전이 일어날 것이다. 특히, 의견 분극화가 심한 정치보도 영역에서 이런 대체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뉴스 유통의 중심 경로인 디지털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져서, 알고리즘 설명 책임 및 투명성을 확대하기 위한 입법 및 정책화 논의가 보다 본격화될 전망이다.
메타버스나 NFT가 뉴스산업에 상용화되는 데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다만 인공지능 기술은 뉴스의 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에 상용으로 바로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해 인간의 언론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해 나갈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은 허위조작정보를 가려내는 탐지 및 판별 기능에서부터 자동화된 콘텐츠 제작시스템(자막, 자동편집, 로봇 기사 등)이 경영적 효율성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 수용에 대한 언론사 간 인식 및 운용 능력 격차가 심해서 신기술 적용은 사업자별로 시간차가 발생하고, 이는 미래 수익 모델이나 독자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