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유료화, 디지털 뉴스 플랫폼, NFT와 메타버스. 해묵은 과제와 불확실한 기술 잠재력이 뒤섞였던 2022년이 저문다. 언론산업은 내년 어떤 변화와 희망을 갖게 될까.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는 국내외에서 일어난 여러 이벤트와 트렌드를 중심으로 올 한해 미디어 시장을 짚었다. (관련 영상)
그간의 혁신이 콘텐츠를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정도였다면 새로운 기술 화두는 커뮤니케이션과 문화를 전환하는 웅장한 서곡을 짓는다. 그러나 현실은 그 변주에 맞추기보다는 코앞에 있는 거친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가장 뜨겁게 부상한 이슈인 디지털 구독모델 추진도 마찬가지다.
2022년 그 어느 때보다 ‘오디언스 퍼스트’ 흐름은 더 명확해졌고, ‘독자 수익’은 누구나가 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한국에서는 <중앙일보>가 그 첫 스타트를 끊었다. 다양한 주제로 분화하는 생태계의 곳곳에서 유료 콘텐츠 실험이 이어졌지만 대형 종합일간지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처음이다.
마침내 한국서도 뉴스 유료화 불밝혔다
<중앙일보>는 10월 ‘더 중앙 플러스’로 뉴스 유료화 즉, 디지털 구독모델을 선보였다. 길게는 4년, 짧게는 2년여 인프라 투자, 전담인력 확보 등 조직 정비, 콘텐츠 개발에 이은 실행이다. 이른바 '제품 사고'에 공을 들이면서 지난해 8월 로그인월(login wall)을 도입해 8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1년여 만에 확보했다.
11월 말 기준 약 8000여명의 누적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지만 이탈율 등을 고려하면 연내 1만명 도달은 미지수다. 2024년 유료 구독자 2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낙관하기는 어렵다. 올해 하반기 인사에서 모바일서비스본부 내 마케팅부서 강화로 전사적 드라이브에 나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중앙일보> 디지털 구독 모델은 국내 다른 언론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경제>를 비롯, 일부 언론사들이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미 사전 정지 단계인 로그인월을 적용하거나 ‘팔릴 만한 콘텐츠’를 검토하는 언론사도 여럿 있다. 이용자 데이터를 찬찬히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전략의 변화로 평가할 만하다.
지상파 방송사 SBS는 11월 독립 채널 ‘스브스 프리미엄’을 내놨다. ‘퀴즈’를 앞세운 독특한 방식으로 콘텐츠 읽기를 유도하는 등 쉽고 간결한 정보 제공을 특징으로 한다. 영상 뉴스는 속도, 시각화, 접점 관리 등으로 디지털 영향력과 광고를 초점으로 두는 만큼 이례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구독모델 성급하게 서두르면 망친다
다만 뉴스 유료화를 앞다퉈 시행하는 것만으로는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착실한 선행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조직 개편, 인프라 구축 등 적지 않은 투자와 시간을 써야 한다. 현재 <중앙일보>의 구독 모델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전문가들은 비싼 구독요금, 펼쳐놓기만 한 콘텐츠를 한계로 꼽는다. '따라하기'로는 결실을 맺기 어렵다.
해외 언론의 디지털 구독모델도 명암이 엇갈린다. 페이월(paywall)의 역사가 10년 안팎의 글로벌 뉴스 미디어 기업을 중심으로 뉴스+비뉴스 ‘번들 전략’이 자리를 잡았다.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뉴욕타임스>가 구독 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있다. 올초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래틱>을 사들인 데 이어 3월엔 게임업체 ‘워들(Wordle)’을 인수했다.
그러나 구독 성과에 있어서는 모두가 웃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년 전 달성한 유료 구독자 300만 명을 밑돌 거라는 전망이 나왔고,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라는 우울한 예상에 갇혔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CNN, 가넷 등은 정리해고 바람을 맞았다.
내년 경제 전망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디지털 혁신의 양상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언론은 구조조정을 한 차례도 겪지 않고 예상치 않은 성장과 소폭의 하락을 반복했다. 이런 가운데 1~2년 전부터 주요 언론사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었다. 건설사 등이 신문사의 주인이 됐다.
최근에는 보도전문채널 YTN 매각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내년 인수전에 뛰어들 언론사만 어림잡아 4~5곳으로 점쳐진다. 이미 일부 매체는 현재 여건에 걸맞는 YTN인수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이 강세인 경쟁환경에서 철 지난 채널 소유 경쟁이지만, 라이선스 사업자 이점과 브랜드 파워에 올라타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시장 달구는 OTT 플랫폼 합종연횡 예고
영상 시장은 OTT 바람이 휩쓰는 가운데 시장 재편도 계속될 전망이다. 유튜브가 광고를 가져가는 블랙홀이라면 구독료를 쓸어담는 OTT 플랫폼은 콘텐츠에 투자한 주요 미디어 기업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방송 뉴스를 활용하는 콘셉트로 시작한 CNN의 명암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CNN은 ‘CNN+’에 2년간 3억 달러(한화 약 3600억원)를 투입한 대형 프로젝트로 온라인 스트리밍 시대에 발맞춘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모회사 지배구조 변화 이후 ‘돈 안 된다’는 결론으로 출시 한 달이 채 안돼 문을 닫았다.
국내에서는 JTBC 크로스미디어 스튜디오 룰루랄라(SLL)가 독주하고 있다. 올해 산하 15개 제작사와 30편 이상을 제작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등 제작비 투자와 펀드 결성, 핵심 리소스 확보 등에 향후 3년간 3조원 투자 계획도 밝혔다. 가장 뜨거운 OTT 시장은 내년 합종연횡도 예고되고 있다.
기술 이슈도 훈풍과 역풍을 오갔다. 뉴스룸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은 언론의 미래로 추앙받고 있다. 지난해 “저널리즘은 웹 3.0으로 간다”고 할 정도로 고조됐다. 사실 세계 주요 언론사들은 1~2년 사이 아카이브와 IP로 수익을 일으키고, 후원을 창출하고, 독자에게 보상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이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아티팩트 프로젝트, <타임>의 타임피스는 여전히 눈길을 끌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 여름 아바타로 가상공간을 살펴보는 프로모션 채널을 공개했다. 세계신문협회 ‘뉴스 미디어 혁신 월드 리포트 2022~2023‘에 따르면 DAO[1]를 실행하는 테크 스타트업도 나왔다.
'크립토 윈터'에도 NFT, AI 환대받아
그러나 NFT 만큼 붐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국내 언론사는 주요 매체들이 거래소 구축, NFT 제작으로 나눠졌다. 다만 연계된 커뮤니티 구축이나 멤버십 등 상호작용성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다. 실제 성과도 아직은 의문이다. 리브랜딩 관점에서 저널리즘, 서비스, 독자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특히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높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연계하는 과제는 중요하다. 세계신문협회 ‘뉴스 미디어 혁신 월드 리포트 2022~2023‘에 따르면 DAO에 초점을 두는 스타트업이나 테크 기업도 증가했다. 젊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창의적인 커뮤니티에 초점을 둬야 한다.
올해 인공지능(AI)는 여전히 전 세계 언론사에서 환대받았다. AI 딥러닝으로 새로운 기회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재까지는 아카이브, 구독, 뉴스 서비스에서 최적화, 자동화, 개인화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미지, 영상, 오디오 등 다양한 포맷과 영역에서 급진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도 한창이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연관 기술이 고도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예측보다는 메타버스가 메인 시장에 진입하는 기간이 단축될 여지도 있다. 국내 언론사 가운데 메타버스 프로젝트에 뛰어든 곳도 있는데 내년에 가시화할 것으로 보여 일종의 이벤트가 예상된다.
그런데 2022년 기술 생태계 자체는 어두웠다. 웹 3.0을 뒷받침하는 디지털 자산인 코인 시장이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가상화폐 겨울)’로 접어들어 갑갑한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2023년 테크 기업 ‘옥석 가리기’, 뉴스룸의 실험과 도전이 확대되느냐가 분기점이 될 것이다.
언론사 저작권료 가치 올라갈지 주목
뉴스를 매개하는 빅테크 기업의 디지털 플랫폼도 시장 안팎에서 요동쳤다. 구미 시장에서 디지털 광고를 독식하는 페이스북, 구글을 향한 전방위 압박이 거셌기 때문이다. 유럽 저작권 지침이 공표된 이후 구글과 언론단체 간 투명한 계약, 저작권료 지불이 보편화 하는 흐름이다. 일종의 링크세(Link Tax)다.
유럽에서 북미로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12월 14일 캐나다 하원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일부 언론사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단 메타(Meta)는 뉴스 노출을 하지 않겠다며 반발했지만 흐름은 저작권을 가진 언론사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각국 언론단체들도 거대 플랫폼 불공정 문제를 거듭 제기하고 있는데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법제화’ 이야기가 나왔다. 일본에서도 야후재팬 저작권료 이슈가 지속돼 왔다. 공동 대응은 물론이고 저작권 계약, 시장지배적집단 지정 등 규제 목소리가 터졌다.
한국의 포털사이트의 뉴스 서비스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20여년 포털사업자는 자사 서비스 방식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변경해왔고 그때마다 국내 언론은 부침을 겪었다.
내년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에 이어 네이버가 4월 모바일에서 아웃링크(Outlink)를 적용한다. 언론사는 아웃링크를 할지, 인링크를 할지 선택할 수 있다. 일단 조선일보, 한국경제신문 등 일부 언론사는 아웃링크 입장이다. 유료 구독모델 추진 여부에 따라서 선택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구독경제 흐름과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로 포털이 선택하는 뉴스 서비스 정책의 마지막 카드일 수도 있다.
기술, 인력, 조직 새롭게 탈바꿈할 때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리포트 2022’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포털뉴스 이용률이 77%서 69%로 감소한 반면 소셜미디어, 유튜브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포털뉴스도 이용자 외면이 현실화 한다고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뉴스회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호시절은 끝났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면 틱톡은 명실공히 소셜미디어 강자로 자리잡았다. ‘디지털뉴스리포트 2022’는 전 세계 응답자 가운데 18~24세의 40%가 틱톡을 사용하고, 15%는 뉴스를 보기 위해 틱톡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성인 4분의 1은 뉴스를 얻기 위해 항상 틱톡을 사용’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뉴스 소스이지만 틱톡 알고리즘 자체가 화제성 높은 콘텐츠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배경도 거든다. 아직 국내 언론사에는 틱톡 바람이 미풍이다. MZ세대의 놀이터로 저평가됐기 때문이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우리는 신문이다(We are a newspaper)”라는 슬로건으로 젊은 오디언스와 소통 노력을 기울이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언론에 적대적이었던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화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단 한 사람의 결정으로 일방적으로 계정을 폐쇄하거나 차단하는 등의 공포가 현실화 했다. 테크 플랫폼, 알고리즘 등의 부작용은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넘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뉴스 미디어 업계는 도전과 혁신에서 경험한 것을 새해 희망과 기대로 쏟아부어야 한다. 올해는 콘텐츠 유료화에 다가섰고, 기술의 시그널에 부응하는 정도였지만 2023년 한국 언론은 ‘디지털 구독’과 ‘멤버십’에 다가서면서 기술, 인력, 조직의 문제를 맞닥뜨리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리더십, 소통과 협업(파트너십)은 내년 미디어 시장의 우열을 가르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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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중앙 집중식 뉴스 조직은 다수의 미국인에게 도달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현재 케이블 뉴스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60세이며 뉴스룸의 인종적 다양성은 1970년대 이후로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인은 현재 40세 미만이며 미국 역사상 가장 이질적인 두 세대인 밀레니얼 또는 Z세대이다. 이들을 포함 소수자 혹은 사회적 약자들이 공동체의 가장 절박한 문제에 대해 정보를 얻고 연결할 수 있으려면 새로운 뉴스 모델-소규모 조직, 탈중앙화된 조직을 상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