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붙는 언론사 콘텐츠 조건

News

2023년 08월 18일

독자가 뉴스를 멀리하는 등 심각한 변화 이어져
아무리 훌륭한 저널리즘도 독자 연결이 승부처
벤치마킹보다 스스로 실험해야 솔루션 찾는다

Share on Twitter Share on Facebook Share on LinkedIn Share by email

구독만 갖고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안 돼

“무한 콘텐츠 경쟁 시대” 현대 디지털 미디어 지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렇다. 사람들을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하는 인터넷의 콘텐츠 양은 가늠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유튜브 하루 소비량은 시간으로 10억 시간이 넘고, 1분마다 업로드 되는 콘텐츠(영상)의 양은 500시간에 이른다.

여기에 팬데믹은 온라인 공간의 체류 시간과 콘텐츠 소비를 가속화했다. 딜로이트 2023년 미디어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세대에게 온라인 공간과 경험이 갖는 의미는 점점 커지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유지하는 기반은 상품에 대한 소비 촉진과 수익 창출이다. 언론산업 구성원들은 디지털이란 가변성이 큰 공간에서 콘텐츠 경쟁 우위를 점하고 수익 증대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 왔다.

다양한 수익 모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광고다. 과거 종이매체 시기부터 지속된 것이다. 급성장한 스트리밍 생태계서 구독 모델이 각광받고 있지만 결국 다시 광고를 채택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OTT 대표주자 넷플릭스도 본격적인 광고 기반 모델 초읽기에 들어갔다.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는 '구독'이란 단일 모델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디지털 광고'에 계속 주목해야 하는 까닭

디지털 광고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디지털이 전체 광고 시장의 절반을 넘고 TV 등 전통 매체의 편입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주력 소비자로 떠오른 젊은 세대는 온라인 뉴스 소비를 늘리고 있다. 커머스도 소셜미디어로 이동해 '소셜커머스'는 커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서 상품은 물론이고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와 경로는 다양하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 정보 혼란과 피로도까지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에서 정보 소비가 증가한들 언제나 소비자의 시간과 관심은 한정된 자원이다.

미디어 산업에서 그 소비자를 붙드는 경쟁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OTT 광고 시장 진입을 비롯 플랫폼의 승자로 자리매김하는 숏폼, FAST TV까지 디지털 광고의 파이를 두고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는 이유다. 여기에 제3자 쿠키 제한으로 아마존처럼 행동 데이터를 보유 및 분석해 검색 광고가 가능한 슈퍼앱도 급부상하고 있다.

독자 경험과 연결된 기사여야 광고주에게 어필

광고주 고민도 점점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면서 효율적인 광고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다다익선 전략을 채택할 수 없다. 이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콘텐츠 제작자들도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뉴스 산업은 고민을 넘어 위기에 가깝다. 광고주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포인트가 없어서다.

가장 큰 원인은 콘텐츠 경쟁력 저하다. 어느 순간 소셜이나 유튜브 등 신흥 플랫폼에 밀려나며 언론사 뉴스 웹사이트는 수익 감소에 직면했고, 수익 감소는 콘텐츠 품질 하락으로 이어졌다. 콘텐츠 시장에서 저널리즘은 하나의 장르일 뿐 유일하지도 않다.

소비자 즉, 독자들의 뉴스 소비가 전통적 저널리즘을 이탈하며 한계에 다다랐다는 진단도 나온다. 특히 독자의 경험과 연결되지 않는 저널리즘은 더 이상 광고주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필요한 건 어떻게 뉴스의 경쟁력을 확보하느냐다.

관심 갖는 기사 페이지 게시 광고는 실구매로 이어져

경쟁력 확보는 두말할 나위없이 독자가 원하는 고품질의 콘텐츠에 있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콘텐츠가 부실하면 성공할 수 없다. 다만 소모되는 자원, 투입 비용의 증가를 감당해야 한다. 저널리즘이란 콘텐츠의 특성상 취재와 같은 정보 수집에 소요되는 시간도 상당하다. 독자 니즈를 파악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때문에 언론사들의 투자 심리도 위축된다. 충분한 자원이 있는 일부 언론사를 제외한 대다수 뉴스룸은 깊고 멀리 볼 수 없다. 일단 “좋은 뉴스 콘텐츠는 곧 광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명제에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

최근 한 연구에선 좋은 뉴스 콘텐츠가 곧 광고에도 혜택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독자들이 높은 주목도를 보인 기사의 페이지엔 게시된 광고의 주목도도 높아졌다고 한다. 일종의 파급효과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독자의 관심이 넘쳐흐르는(spillover)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연구자들은 설문과 추가 실험을 통해 그 효과가 기업 브랜드와 제품 소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확인했다. 실험에서 제공된 기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을수록 함께 게시된 광고의 브랜드를 기억할 확률도 높았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실구매로 이어질 확률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구 방법은 아래와 같다.

  • 별도의 장비 없이 PC나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는 자연적인 환경에서 독자 시선 측정하는 비침투적 시선추적(eye-tracking) 방식으로 실험했다.
  • 성별, 나이, 소득 등 인구통계학적으로 고른 분포의 참여자를 확보했다.
  • 실제 최신 기사와 브랜드 광고를 실험물로 활용(매체와 브랜드 인지도 수준은 유사)했다.
  • 콘텐츠에서 광고로 넘어가는 ‘주목도 이전(allocation)’에 대한 공식을 마련했다.
  • 시선 추적 실험 이후 설문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기억력을 측정했다.
  • 기본적인 참여 보상 외에도 현금과 광고된 브랜드 쿠폰(voucher)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추가 보상을 제공하여 구매 가능성을 측정(현금과 쿠폰의 금액 비율 달리해가며 실험[1])했다.
  • 기사에 대한 시선 추적 데이터와 설문 및 보상 실험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이 연구는 실제 독자가 경험할 만한 환경에서 진행한 실험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측정 데이터를 광고 효과와 연결하는 방법론도 실용적 가치가 있다.

물론 즉각적인 구매 효과를 확인하거나 최근 증가하고 있는 타겟팅 광고 효과 확인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광고주들이 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은 유의해야 한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양산형 웹사이트, 저품질 콘텐츠가 브랜드와 독자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면 고품질의 콘텐츠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뉴스룸 지상 과제는 독자 경험 끌어올리는 것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야 할 이유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막상 방법도 문제다.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독자의 ‘주목도’를 잡으려면 단순 제품 퀄리티만 갖고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표1
뉴스 콘텐츠 경쟁력 확보 수단

언론사 기사는 '신뢰'를 입힐수록 매력도 커져

첫째, 강점을 살린다. 뉴스는 기본적으로 정보성 콘텐츠다. 과거와 달리 뉴스 외 정보 콘텐츠가 많아져 경쟁이 심화됐다. 정보의 품질을 살리면서 경쟁에서 승리할 무언가가 요구된다. 언론사는 저널리즘의 가치이자 강점인 '신뢰'를 더해야 한다.

품질만으론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이길 수 없다. 보유하고 있는 정보 수집 능력을 살려 믿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방황하는 독자들에게 신뢰할 정보 그 자체가 돼야 한다. 광고주에게도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는 곧 광고와 브랜드의 가치 보전을 의미한다.

둘째, 콘텐츠 확장이다. 고품질의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로 독자의 주목을 끌었다면 이를 확장하면 된다. 소셜미디어, 숏폼, 유튜브 등 다양한 포맷으로 내보내 노출 범위를 늘리는 것이다. 모든 독자들이 항상 정보성 콘텐츠를 찾아다니진 않는다. 심지어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경우도 많다.

접점을 늘리며 관심 주제는 폭넓게 발굴해야

제작한 콘텐츠를 들고 직접 독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 방대한 디지털 지형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은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콘텐츠를 직접 헤쳐 나가는 독자는 예상보다 적다. 독자의 시간과 인지는 한정적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버티컬(vertical) 콘텐츠다. 독자 니즈와 관심사는 다양하다. 하드 뉴스를 제외하고도 요리, 기술, 투자, 기후변화 등 여러 정보를 원한다. 신뢰와 품질이 보장된 버티컬 콘텐츠는 동일한 원리로 독자를 끌어 당긴다. 이미 보유한 제작 노하우와 강점을 재활용하는 활동이다.

또 콘텐츠 다원화는 독자 유입의 새로운 통로를 만든다. 이미 서구에서는 팟캐스트가 많은 언론사들에게 독자 유치를 위한 훌륭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흥미로운 주제로 독자를 끌어들이면 자사의 뉴스 콘텐츠로 잇는 자연스러운 독자 여정 구성이 가능하다.

하드나 소프트와 같은 뉴스의 종류는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민감한 주제를 담은 하드 뉴스부터 가벼운 버티컬 콘텐츠까지 주목할 콘텐츠라면 독자와 광고 효과 모두 잡을 수 있단 얘기다.

뉴스 브랜드로서 고유한 색깔 갖춰야 한다

콘텐츠 품질, 신뢰도, 다양성까지 모두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언론사는 신뢰도 확보 과정은 잘 헤아릴 수 있지만 품질은 부족한 인적 자원과 시간에, 다양성은 경험 및 디지털 이해도 부족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서비스 마인드를 끌어올려야 한다. 독자와 광고주에게 뉴스라는 상품을 파는 영업이라 전제하고 독자 경험 중심의 사고방식과 전략을 세워야 한다.

최근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아시아 퍼시픽 뉴스 미디어 서밋’에서 강조된 것도 독자 중심 비즈니스다. 아무리 훌륭한 저널리즘도 독자 경험과 연결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광고 수익도 마찬가지다. 뉴스가 디지털 콘텐츠로서 독자에게 주목받는 것이 핵심 미션이다.

한국 시장의 과제와 해결 방식도 동질하다. 저널리즘과 뉴스 콘텐츠를 둘러싼 브랜드 고유의 관점과 솔루션을 가져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제품과 고객을 파악하는 일이다. 그 다음은 거기에 맞춘 브랜드 및 콘텐츠 전략이다.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은 벤치마킹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언론사의 특정 사례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잘 따라가지만 격차를 절감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타사의 방법과 결과가 아니라 이들이 했던 고민과 실험, 그 과정의 시사점을 학습해야 한다.

  1. 1

    물론 현금 비율이 높아질 경우 현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을수록 광고된 브랜드 쿠폰(voucher)을 선택하는 비중이 커졌다. 또, 쿠폰의 기한이 1년인 걸 감안했을 때 잠재적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