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좌초할 건가, 흐름을 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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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 07일

고품질 콘텐츠 있으면 테크기업 협상에 우위 선다
인공지능 시대 부상하는 독자 데이터 활용 능력
구독자에 다가서서 또 질문하는 것이 이탈률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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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매체는 AI에 더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7월 열린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아시아 퍼시픽 뉴스 미디어 서밋’의 기술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주요 언론사들이 보는 시각도 수개월 사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얼 윌킨슨(Earl J. Wilkinson) 국제뉴스미디어협회 CEO가 공개한 자료에서 언론사 경영진들은 효과성(51%)과 생산성(49%) 측면에서 동일 비용으로 더 많은 걸 이뤄낼 기회라고 봤다. 반대로 산업(26%)과 언론사(16%)에게 위협이 될 것으로 보는 응답은 비교적 낮았다.

이는 생성형 AI를 둘러싼 언론계의 기대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윌킨슨은 "전통매체가 더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가 디지털 지형 자체를 바꾸고 있어서다.

20여년의 디지털 파고...AI도 예외될 수 없다

현재 세계 주요 언론사들의 AI 실험과 도입은 상당히 전개되고 있다. 뉴스 생산 자동화, 코딩 보조, AI 기반 추천 엔진 등 AI를 도입한 뉴질랜드 언론사 스터프(Stuff)는 대표적이다. AI 실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조직 전체가 새로운 도구를 이해하는데 적극성을 띠고 있다.

스터프는 투트랙으로 대응했다. 실무 현장은 새로운 도구, 어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실험에 나섰고 경영진은 별도 위원회를 열어 기술 사용에 따른 위험 요소들을 다뤘다. 취재 윤리나 콘텐츠 건전성이 침해될 경우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을 고려했다.

시네드 부셰(Sinead Boucher) 스터프 발행인은 "AI가 가져올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소셜미디어를 경험한 것처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실험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터프의 AI 전략은 구성원들을 반복 업무로부터 해방시켜 창의적인 일을 하도록 돕고, 결과적으로 독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데 뒀다.

콘텐츠와 IP 등 저작권 보호 방법을 찾는 등 테크놀러지의 혁신성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부셰 발행인은 "앞으로 뉴스 생산, 마케팅, 재무, 판매 등 모든 분야로 AI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지만 그 활용 정도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제도적 정비를 기다리기보다는 언론사만의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AI는 언론사의 고품질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AI는 지속적으로 고품질의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미 AI는 서로의 생산물을 갖고 학습하는 일종의 자기잠식 현상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AI 기반 테크 기업은 이러한 콘텐츠를 필터링할 방법을 찾거나 언론사 등 미디어 기업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면 테크 기업이 언론사에 콘텐츠 대가를 지불하려 먼저 다가서진 않을 것이다. 결국 AI 시대를 맞는 언론사의 승부처는 고품질의 저널리즘과 콘텐츠다.

생방송 필사, 편집 등 'AI 퍼스트' 공들인다

싱가폴의 미디어코프(MediaCorp)는 생방송 전사, 음성 텍스트 전환, 번역 및 요약 등 이미 적용된 프로젝트 외에도 개인화, 자동화 영상 편집 등 'AI 퍼스트'에 초점을 둔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미디어코프는 뉴스에 특화한 팀과 더 광범위한 조직적 활용을 위한 팀을 구성했다. 기자는 독자와 브랜드 가치 증가 등을 목표로, 서비스팀은 배포 전략을 짜는 것으로 나뉘었다. 이러한 전략은 생방송 전사와 인공지능 스마트 편집 등 대형 프로젝트를 일구는 배경이 됐다. 미디어 서밋에서 공개한 주요 프로젝트는 아래와 같다.

생방송 필사(transcription): 스피치, 음성, 얼굴 자동인식, NLP 등을 활용하는 작업이다. 더 정확한 결과물을 위해 싱가폴 영어를 이해하는 기술 기업과 협업했다. 프로젝트를 위해 150 시간의 스피치를 아카이브에서 가져와 작업했다. 인공지능이 학습해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인공지능 스마트 편집: 스피치 자동화, 음성 인식, NLP, 키워드 탐지 기술을 적용한다. TV 방송 기사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빠르게 온라인으로 편집해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80%의 정확성으로 인터뷰 등을 편집(cut)할 수 있다. 30%대 정확성으로 시작했다. 정확도 향상을 위한 반복 테스트, 검증이 중요하다.

데이터, 적임자 보유한 언론사는 AI 기업과 '딜' 가능

린이 청(Lyn-Yi Chung) CNA 디지털 부편집장은 "비즈니스 전반에 자동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WAN-IFRA 디지털 미디어 어워드'를 수상한 CNA는 영어 아시아 뉴스 네트워크로 1999년 미디어코프에서 설립했다.

청은 "자동화된 언론사는 효율성을 통해 뉴스조직에 저널리즘의 잠재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AI는 생산성 개선이 아닌 미래(visibility)까지 담보할 중요한 분야"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CNA가 인공지능 도입 과정에서 얻은 프로젝트 관련 팁은 다음과 같다.

문제를 정확히 포착 및 정의: 그냥 보기 좋고 듣기 좋다고 시도할 순 없다. 몇 년까지도 걸릴 수 있는 프로젝트이기에 뉴스조직 안팎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지와 개념은 반드시 확립해야 한다.

협력 및 외주 계약: 대다수 언론사들은 인공지능 기술자를 보유할 능력이 없거나 경쟁력 없을 확률이 높다. 기술기업과 협력 혹은 계약하는 게 최상의 선택이다. 여러 경쟁력 있는 사업체 가운데 적합한 곳을 고르는 방식이다. 광범위하고 고품질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피드백할 인적 자원을 갖춘 언론사는 테크 기업과 충분히 거래 가능하다.

검증의 중요성: 가장 중요한 부분은 데이터를 검증할 전문가다. 솔루션을 사오더라도 무조건 검증, 테스트해야 한다. 그렇기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검증과 테스트가 없으면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디어코프의 AI도 처음에는 정확성이 형편없었지만 차츰 개선할 수 있었다.

구성원 관여하는 여건 조성, 장기 로드맵 중요

이해관계자들과의 타협: 학습과 테스트를 무한히 이어나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과 납득할만한 수준에서 성공률을 타협해야 한다. 85%든 90%든 도달하고자 하는 정확도를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솔직히 짧은 시간 내 도달할 수 없다. 도달하더라도 뉴스 제작자들, 이슈, 새로운 기준 등 변수가 존재한다.

아이디어 공개 및 공유: AI 실험시 무엇(아이디어)을 하고 있는지 주변에 알려야 한다. 가령 누군가의 이미지와 음성을 복사하고 있다면 대상에게 알리고 저작권을 구매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잠재적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단계적 적용: 만들어진 솔루션을 더 넓은 범위로 적용하려면 다음 단계에선 무엇이 일어날지 명확히 해야 한다. 진정한 AI 시스템이 되려면 다음 단계를 계획해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협력하고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지 선을 긋는 게 필요하다. AI의 학습과 개선에도 중요한 일이다. 향후 2~3단계를 포함한 로드맵을 갖고 실행해야 한다.

조직 문화: AI를 원한다면 혁신이 ECA(extra curricular activity)가 아닌 DNA여야 한다. AI는 단순한 부가 프로젝트나 일회성 이벤트는 아니다. 구성원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파이프라인을 마련하고, 좋은 아이디어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구성원이 솔루션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친화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저널리즘과 독자 관계 잇는 기술 이해 관건

이번 뉴스 미디어 서밋에서 분명해진 것은 저널리즘과 독자와의 관계에서 기술의 역할이다. 앞으로 수많은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널리즘은 독자의 경험과 반드시 연결돼야 한다. 여기에는 기술의 적절한 쓰임새가 좌우한다. AI,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을 전면적으로 수용하려면 경영진 및 구성원의 기술 이해가 출발선이다.

월킨슨 CEO도 저널리즘과 독자 경험 사이의 괴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짚었다. 아무리 훌륭한 저널리즘이라도 독자의 경험으로 이어져야 비즈니스가 되고 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저널리즘 비즈니스의 결과물은 온전히 독자 입장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데이터를 능숙하게 다뤄 독자에 대한 접근을 최적화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한편 월킨슨 CEO는 지난 5년간 언론계 논의가 ‘구독’에 집중했지만 '구독 VS 광고'가 아니라 구독자에게도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융합적 실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내놨다. 그만큼 '로그인' 독자들이 중요하다.

또 2030년까지 신문, 매거진, 라디오, TV 등 전통매체를 포함한 모든 미디어들이 하나의 디지털 지형으로 집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쟁이 아닌 뉴욕타임스와 NPR, CNN과 애틀랜틱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경쟁하는 구도를 상정했다. 크로스플랫폼을 넘어 모든 매체가 디지털 생태계라는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콘텐츠를 매개로 경계 없는 각축전을 예고했다.

독자 데이터 활용, 구독 전환률 높인 닛케이

독자 데이터 통제권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자체 플랫폼 기반으로 독자 데이터를 모으는 활동이다.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최적화·개인화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일본의 경제지 닛케이(Nikkei)도 독자 데이터에 진심이었다.

닛케이는 유입과 이탈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젊은 독자층 유지에 초점을 뒀다. 닛케이닷컴은 기본적으로 순방문자층 -> 무료 구독자층 -> 지불 구독자층으로 이어지는 마케팅 퍼널(Funnel)을 그렸다.

여기서 구독자의 참여와 이탈률 사이 상관관계를 찾았다. 즉 참여 수준이 올라갈수록 이탈률은 급격히 낮아진다는 점, 다시 말하면 참여 수준을 높이면 구독 전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를 위해 구독자의 '지난 20주 동안 웹사이트 및 앱 방문율(F, frequency)'과 '같은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기사를 읽었는지(V, volume)'로 참여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를 만들었다.

또 구독자를 참여 지수로 5단계 세분화했다. 이탈률 감소를 방어하는 열쇠는 낮은 단계 구독자에게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닛케이는 이들 구독자에 한번 더 다가서는 전략을 취했다.

참여 지수가 낮거나 중간 단계인 구독자들을 인터뷰해 원인을 짚어내는 방법을 썼다. 구독자들은 닛케이가 제공하는 뉴스 자체가 배경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전문지임을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이지만 독자에게 묻지 않았다면 전혀 모르고 넘어갈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닛케이는 2020년부터 외부 전문가들이 기사에 대해 코멘터리를 달 수 있는 ‘Think!’ 기능을 도입했다. 이 기능을 이용하는 독자들의 참여 지수에서 상승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