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뉴스룸을 어떻게 바꾸는가

News

2022년 08월 05일

비즈니스 실현, 새로운 독자 탐색의 핵심 동력
기술 플랫폼과 관계 설정, 활용 방식 더 중요
언론사의 기술 수용 태도나 환경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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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새로운 기회를 활용하는 조건

디지털 저널리즘, 스트리밍, 구독경제로 제작방식에서 수익화까지 뉴스조직의 모든 영역이 빠르게 변모했다. 빠른 변화는 발전과 동시에 허위조작정보, 언론신뢰도 하락 등 성장통도 수반하고 있다.

변화의 흐름 속 효율적인 디지털 전환은 언론계의 과제이자 동아줄이다. 사막화를 겪는 지역언론도 디지털 기술을 학습하고 적절히 내재화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독립 저널리스트와 후원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도 주목해야 할 가능성이다. 또, 언론과 기술 플랫폼 간 관계 변화는 뉴스 콘텐츠에 가치를 부여하고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언론사들은 기후변화, 요리 등 여러 버티컬(vertical) 채널을 확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과학, 의료 등 전문영역의 인력이나 뒷받침할 디지털 뉴스룸 설계는 미흡한 실정이다.

디지털 전환 속 언론계가 살아남기 위해선 기술에 대한 이해와 긍정적 태도가 필요하다. 그간 가졌던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내려놓고 적극 수용해야 한다. 특히 저널리스트와 기술인력 간 협력환경 구축은 절대적이다.

웨비나 개요

“저널리스트들과 기술인력 간 협력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시간 정보탐색 플랫폼 데이터마이너(Dataminr)가 지난해 7월 주최한 웨비나 ‘뉴스룸을 바꾸는 기술’에서 나온 제언이다.

현재 뉴스산업의 위치와 이후 미디어 지형 변화, 핵심적인 트렌드, 언론계 변화 속 기술의 역할 등 여러 주제를 다뤘다. 커스틴 드와르(Kirsten Dewar)[1], 데이비드 클린치(David Clinch)[2] 를 중심으로 진행된 웨비나를 정리하여 소개한다.

두 토론자 모두 전직 저널리스트로 활동 당시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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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을 바꾸는 기술’ 웨비나

구독과 스트리밍이 주도하는 시장 변화

[커스틴]

👩 언론계에 디지털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데이비드]

👨2010년은 소셜미디어 등장으로 언론계 ‘전환(pivoting)’의 시기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뉴스산업과 기술산업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초기엔 다소 지엽적이었으나 결국 소셜미디어의 물결이 뉴스산업 전반을 덮쳤다.

그리고 현재(2021년) 다시 한번 큰 전환의 시기가 왔다. 광고와 구독 사이 비즈니스 모델, 젊은 저널리스트들의 소셜미디어 활용 등 뉴스산업이 뒤바뀌고 있다.

2020년 초반을 되돌아 보면 뉴스산업의 방향성과 계획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해 몇 년에 걸쳐 진행될 계획들이 빠르게 검토 및 진행됐다.

온라인 뉴스룸(Virtual Newsroom)[3], 내부 커뮤니케이션 방식 디지털화, 디지털 기반 시각적(visual) 저널리즘, 플랫폼이나 스트리밍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 등 시기적으로 거리가 있거나 시작단계에 머물렀던 계획들이 작년 한해동안 모두 압축적으로 진행됐다. 실험이 아니라 업무 방식(Work-flow), 기술, 출판, 수익화 등 모든 영역이 급진적으로 전개됐다.

또, 큰 관점에서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정치이슈 뒤로 밀려났던 여러 이야기들이 뉴스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아직까지도 정치뉴스가 지배적이긴 하지만 코로나, 기후변화 등 여러 주제의 뉴스와 속보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편으론 뉴스와 기술 사이 대형 기술기업들과 언론사들간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거의 모든 주류 플랫폼들 목적지향적(purpose-built) 뉴스허브들을 만들면서 새로운 경제적 관계를 형성했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변화는 구독과 스트리밍이다. 구독과 스트리밍은 불가분 관계로 산업지형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뉴스산업도 CNN 구독 및 스트리밍 서비스[4]처럼 몇년 뒤로 예측됐던 일들이 앞당겨지고 있다.

[커스틴]

👩 동감한다. 급진적 변화 속 뉴스룸 작동방식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로 재택 혹은 원격으로 근무했던 사람들이 다시 뉴스룸으로 복귀하고 있는데, 코로나가 뉴스룸에 미친 영향과 변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데이비드]

👨 전통적 뉴스룸 환경에서 장기간 종사했지만 현재 뉴스를 제대로 다루려면 온라인 뉴스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둘 중 우위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으로 인접한 전통적 뉴스룸이 구성원 간 소통이나 인적관계 등 사회적인 부분(social life)에 도움을 줄 순 있으나 반드시 좋은 저널리즘으로 이어지진 않는 것처럼 장단이 있다. 결국 중요한 점은 두 가지 방식의 적절한 조합이다. 어느 한쪽 우위 없이 어우러지는 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편, 코로나 기간동안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의 유용성과 영향력이 증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적, 저널리즘적 측면도 중요하다. 유용한 디지털 도구 활용, 온·오프라인 뉴스룸 융합처럼 기술이 가져온 변화는 결국 훌륭한 저널리즘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커스틴]

👩 동의한다. 뉴스룸에서 슬랙(Slack)이나 모바일 알림 등 디지털 도구들이 사용되는 빈도가 상승하고 있다. 뉴스룸의 민첩성(agility)이 향상됐고 인력의 작업방식과 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로운 경쟁력은 데이터와 맥락 포착 능력

[커스틴]

👩 다음으로 빠른 정보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뉴스조직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다 생각하는지?

[데이비드]

👨10년 전엔 실시간으로 정보들을 인지(aware)하는 능력, 즉 정보와 맥락을 빠르게 확인하는 능력이 최우선적이었다. 디지털 환경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인터넷의 속도에 맞춰 뉴스를 커버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단순 정보확인과 뉴스커버를 넘어 수준 높은(sophisticated) 작업이 이뤄진다. 정보에 대한 빠른 검증(verification), 데이터와 맥락(context)을 빠르게 포착하는 능력 등이 매우 중요해졌다.

속보로 대중들에게 정보를 빠르게 전달한 뒤, 웹사이트나 추가 보도 등 여러 방식으로 가능한 더 많은 맥락정보를 추가하는 작업들이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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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지형 변화로 발생한 뉴스룸 변화를 설명하는 데이비드 클린치

또, 팬데믹으로 기후변화, 사회정의, 요리, 여행 등 특정 분야를 콘텐츠로 다루는 다양한 버티컬(vertical) 팀들이 많이 생겨났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팀들도 뉴스룸과 동일한 정보인지(awareness)를 갖게 됐다는 점이다. 모든 팀들이 뉴스룸과 동일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참여하고 동일한 정보와 알림(alert)을 받게 됐다.

모든 인력이 정보 초기 인지단계부터 연결(tapped-in)돼 있고 정보가 조작 혹은 사라지기 전 포착할 수 있어 콘텐츠나 프로덕션 기획과정에 초기부터 반영 가능하다. 한마디로 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환경이 도래했다. 심지어 '넷플릭스 스페셜' 같은 롱폼(long-form) 콘텐츠나 스트리밍 콘텐츠 제작인력도 동일한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10년간 단순히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가’를 넘어 더 수준 높은 콘텐츠와 프로덕션으로의 발전을 이끌었다.

[커스틴]

👩 특히 전문분야를 다루는 뉴스룸의 재구성이 흥미롭다. 현실적으로 과학, 의료 등 전문영역에 대한 저널리스트와 인력이 부족하여 팬데믹처럼 전문지식이 필요할 때 적확한 그리고 유용한(Informative) 정보 전달이 어려웠다. 코로나 같은 상황에서 생산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수 언론사들이 기존 아웃풋 모델(6 or 10 o’clock show) 기반 뉴스룸 구성에서 정치, 스포츠, 건강, 기후 등 전문화된 뉴스룸 형성 기반(backbone)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가령 기후변화나 재난에 대한 정보가 입수되면 전문팀이 가공하여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일반(generalist)저널리스트들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뉴스들과 더불어 목적에 맞는 전문성을 가진 인력과 뉴스룸 확장이 필요하다.

소규모, 지역 언론사는 기술 접목이 과제

[커스틴]

👩 전문화에 이어 지역언론 이슈도 단골손님이다. 그동안 고군분투했던 지역언론에 코로나가 미친 영향은 어떠했는지?

[데이비드]

👨 현재 지역언론 상황은 매우 어렵다. 주요 도시나 큰 지역에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들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다. 지역언론도 외부 대형 언론사에게서 이러한 이야기들의 주도권을 가져와 어떻게 수상할 만한(award-winning) 뉴스로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언론사들에게 매우 어려운 일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언론도 기술기반으로 정보에 대한 즉각적 인지와 작업과정에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을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역추적하고 디지털 보도(Visual Investigation)[5]를 제작하거나, 훌루(Hulu)나 넷플릭스 등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관련해 ABC는 지역언론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력하고 있다. 이민이나 사회정의와 같은 큰 이야기들을 어떻게 협업하여 다룰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사고과정(thought process)'을 보유하고 있다. 속보가 발생했을 때, 장시간 회의를 거칠 필요 없이 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더 작은 지역단위에선 언론사들이 점차 사라지는 사막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주목할 사례들이 발견된다. 악시오스(Axios)와 같은 일부 매체를 비롯 독립 저널리스트를 지원하려는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이 창출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역학(creator economy dynamics)이 그 주인공이다. 독립 저널리스트들은 지역 이야기를 뉴스레터 형식으로 전달해 수익창출이 가능하며, 대형 이슈 발생시 언론사들을 위한 슈퍼 프리랜서(super freelancer)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지역언론은 이제 단순 생존을 넘어 큰 언론사들의 작업과정을 연구하고, 각 요소들을 어떻게 조직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작은 규모의 팀, 적은 리소스 한계가 고민이라면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술을 적절히 적용하고, 기술에 현명하게 투자하고, 기술활용에 적합한 사람을 고용한다면 큰 언론사 작업 대부분을 수행할 수 있다.

왜냐하면 CNN, NYT 등 큰 언론사들도 결국 기술 기반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작은 단위 작업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떻게 기술을 적용했는지, 어떠한 단계를 밟아 나갔는지 탐구하고 자신의 것으로 차근차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커스틴]

👩 현재 영국에서도 지역언론사, BBC 등 여러 언론사가 지역 스토리를 다루고 지역언론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뉴스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기류

[커스틴]

👩 언론과 기술기업의 관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1년 초 페이스북과 호주 언론 사이 벌어진 사건[6]을 시작으로 언론과 기술 플랫폼 간 큰 관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 생각되는지?

[데이비드]

👨지난 5~10년간 언론과 기술산업이 서로 어떻게 대립과 갈등을 감안하면 두 산업 관계변화가 흥미로운 동시에 약간 두려운 상황이라고 본다. 변화가 일어난 이유도 굉장히 긍정적인 이유와 부정적 이유가 함께 존재한다.

구체적으론 원인이 다르겠지만 결국 유럽, 호주, 캐나다 등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앞으로 미국이나 타 지역에서 벌어질 일들 모두 연결돼 있다. 일단 대형 기술기업과 소셜플랫폼들이 모델에 변화를 주고 있다. 페이스북 뉴스탭이나 구글 뉴스쇼케이스처럼 목적지향적 뉴스 서비스를 개설하고, 필요한 콘텐츠들을 확보하기 위해 거액의 수수료를 직접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물론 기술기업과 소셜플랫폼 입장에서 거액을 지불하고 싶진 않겠지만 이미 스냅챗(Snapchat)과 틱톡 등 여러 기업들이 고려하고 있다.

한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다가오고 있다. 언론사들은 크리에이터 콘텐츠 제공을 위해 상당 금액을 지출해야 할 것이다. 독립 저널리스트는 자신의 콘텐츠를 새로운 소셜플랫폼에 유통 및 수익화가 가능하다. 지역 언론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변화라 할 수 있다. 물론 허위조작정보 등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콘텐츠와 정보의 바다는 지속될 것이고 가능성 있는 새로운 모델들(원하는 뉴스를 소셜플랫폼에서 찾아보는 환경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언론과 기술플랫폼 간 일종의 파트너십으로 뉴스 콘텐츠에 가치가 부여되고 그 값이 지불된다는 점 그리고 목적지향적 뉴스허브와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들이 개별 언론사의 저널리즘을 향상시켜주는 것이라 볼 수 없다. 구독자 증대나 새로운 독자 유입 등 각 언론사 스스로 노력할 것들이 많다. 적극적인 협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뉴스와 저널리즘이 비싸고 값을 지불해야 되는 것이라는 이해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술 플랫폼을 활용하는 3가지 조건

[커스틴]

👩코로나로 인한 오보(misinformation)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이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과 저널리즘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데이비드]

👨 가장 큰 위험은 저널리즘과 언론산업이 기술을 무시하거나 열외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허위조작정보 같은 문제점들을 이유로 기술과 플랫폼을 최대한 피해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비즈니스 실현, 새로운 독자 탐색, 저널리즘 구현을 위해서 기술플랫폼이 어떻게 작동하며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동할 것인지 정교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플랫폼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해서 10~15년 전처럼 얼마나 많은 팔로워와 조회수를 얻고 있는지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다. 플랫폼을 활용하고자 하는 언론사들은 다음의 3가지 축(pillar)에 더 집중해야 한다.

1) 언론사 구독모델을 구축하거나 광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가?

2) 소셜미디어나 플랫폼으로부터 당신이 필요한 퍼스트 파티(first-party) 데이터 혹은 최소한의 정보들을 얻고 있는가?

3) 새로운 대중, 즉 이용자들을 탐색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이렇게 3가지 방점을 두고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하여야 한다. 결국 언론사들도 무엇이 도움이 되고 비즈니스 계획에 필요한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언론사의 훌륭한 저널리즘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인력들이 뉴스룸으로 복귀하는 시점이 이러한 변화에 대해 고민할 적기라 생각한다. 어떤 인력을 고용했고, 무슨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어떤 버티컬들을 다루고 있는지, 또 보유한 비즈니스 스킬은 무엇인지 등 전반적으로 훑어보고 재집중해야 한다.

정리하면 남들을 따라 최신 플랫폼에 진입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기술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왜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기술을 활용했을 때 비즈니스 전반을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커스틴]

👩기술과 뉴스 사이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저널리스트들이 기술에서 등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것, 기술과 뉴스룸을 함께 다룰 능력이 있는 인력이 없다는 점, 사이버 공격처럼 영향력이 큰 기술 이슈를 다룰 적합한 인력이 없다든 점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선 결국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관련된 정보들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뉴스룸에 적용해 나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은 완벽한 상태로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을 접했을 때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다 느끼면 기술 자체를 사용을 꺼리고 외면한다. 기술 솔루션기업들도 완벽한 제품을 출시할 수 없고 사용하는 언론사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조정하고 적응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뉴스룸은 기술이나 플랫폼에 대하여 관심을 보이며 끊임없이 질문 및 수정해 일종의 제품 관리자(product manager)처럼 행동하여 기술을 녹여내는데, 이러한 뉴스룸은 생각보다 부족한 실정이다.

뉴스룸 웨비나 2
언론계가 기술을 외면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전달하는 커스틴 드와르

[데이비드]

👨 기술과 저널리즘 접목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뉴스로 다루려는 주제가 기후변화, 코로나, 사이버 공격 무엇이 됐든 적합한 인력이 없다면 실행도 어렵다. 기술적용이 성공적인 사례에는 항상 언론사, 즉 기술기업의 반대편에도 기술을 이해하는 인력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술인력들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이슈가 발생시 별도 지시가 없더라도 즉각 어디서 어떻게 취재하고 시각자료, 데이터, 그래픽 등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 정보들을 원하는 방식으로 가공하여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기에 훌륭한 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다. 아무리 유용한 정보라도 흥미롭지 못하고 지루하다면 훌륭한 저널리즘이 될 수 없다. 기술을 어떻게 다룰지 알고, 기술 기반 작업과정을 이해하며, 정보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인력을 보유해야 한다.

최고의 뉴스룸은 기자와 개발자를 함께 배치한다

[커스틴]

👩 온라인 공간의 정보지형은 실시간이고 그 양이 방대하다. 여기서 뉴스룸이 가능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 그리고 필요한 도구들을 마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번 웨비나에서 가장 인기있는 질문도 “궁극적인 기술스택(tech stack)은 무엇인가?”이다. 고성능(high performing) 뉴스룸이 되기 위해 어떤 도구 포트폴리오가 필요한지가 주요 골자이다.

또, 다소 간과될 수 있는 질문인데, “편집 및 뉴스룸에 필요한 기술도구, 더 많은 광고 기술(ad-tech), 새로운 CMS 도입 등 요구되는 기술들 가운데 무엇을 채택할 것인지?”, 즉 기술 도입 우선순위 설정에 대한 질문이 있다.

[데이비드]

👨가장 단순한 방식은 바로 저널리즘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훌륭한 저널리즘이 없다면 구독자를 늘릴 수도 없고, 수상할 기회도 없으며, 비즈니스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저널리즘이 없다면 달성할 수 없다. 여기엔 언론사에 소속된 인력의 업무 기반 기술 제공, 구성원 모두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적합한 CMS 구축,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유통과 수익화에 대한 계획 등이 포함된다.

기술을 활용한 훌륭한 저널리즘은 어떻게 기술을 이용해야 할지 알고, 팀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할 때 탄생한다. 기술 플랫폼의 힘을 이용하고 기술도구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아는 인력으로 구성된 팀은 돌파구를 만들어 새롭고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결과물들이 출판 및 방송되어 알려지면 경영진에게도 더 나은 대우와 투자를 약속받을 수 있다. 15년 전 CNN에서 우리 팀은 스스로를 일종의 소셜미디어 반군(social media insurgency)이라고 불렀는데, 당시엔 누구도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일이라고 말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했지만 기회를 보았고 도전했었다.

거의 모든 저널리스트들은 기술에 대하여 위험할 정도로 일부만 알고 있다. 그래서 항상 "기술이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할지 모른다", "기술을 이렇게 시도했는데 작동되지 않는다",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른다"와 같은 말들이 나온다.

만약 당신이 결정권이 있는 경영진이라면 기술인력과 저널리스트를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장소, 회의에 참여하고 함께 전반적인 과정을 수행하게끔 해야 한다. 기술인력 혹은 기술작업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저널리스트와 같이 작업하면 실무에선 어떤 기술이 작동하고, 저널리스트들이 기술을 사용하는데 무지한 부분을 인지하게 됨으로써 개선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덧붙이자면 최고의 뉴스룸들은 모두 돈을 어디에 쓸지 생각하기 전에 저널리스트와 기술인력이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벽을 허무는 것을 우선 실천한다.

혁신이 가능한 기술 환경은 무엇인가

[커스틴]

👩 한편, 혁신하고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도 조직구조나 시스템처럼 환경이 너무 경직돼 변화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히 규모가 크고 오랫동안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해 변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열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데이비드]

👨 양 측면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먼저 장벽을 허물고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고 이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내어줘야 한다. 다른 한 측면에선 필요한 지원과 리소스를 제공하는 관리(management)의 영역이 요구된다. 지속된 변화를 경험해 기술 도입 시 발생할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인력, 여기에 전략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력이 존재해야 한다.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니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권위를 부여할 수 있는 관리능력(management capability)을 보유해야 한다. 새로움과 경험 양 측면이 중간에서 만났을 때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만약 뉴스산업에 상당 기간 종사했는데 아직도 처음과 동일한 작업을 하고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향후 5~10년간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이 보유한 능력을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할 수 있고 언론사에서 사용 중인 기술과 어떤 식으로 접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후를 오래 다루던 인력들은 기후변화를 주제로 새로운 버티컬 콘텐츠를 제작하여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CNN은 요리와 십자말풀이(crossword)에 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내고 있다. 만약 소속된 언론사가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어떤 곳이 당신의 능력과 저널리즘에 대한 접근방식을 새로운 기술이나 수익화 기회에 접목시킬 수 있는 곳인지 검토할 때다.

아직 수많은 도전과제들이 남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선 많은 광고비용이 유입되고 있고 소셜플랫폼에서 거액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등 새롭거나 재활성화되는 경제가 존재한다. 다소 까다로울 수 있지만 수많은 저널리스트들과 언론사들에게 스스로를 개조하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확보할 기회가 놓여 있다고 본다.

[커스틴]

👩그렇다면 단순히 양질의 콘텐츠와 저널리즘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민첩하고 혁신적이며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등 노력하는 선두주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데이비드]

👨 NBC, CBS, CNN, NYT 등 대형 언론사들 대부분 잘하고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과연 지금의 방향이 스트리밍 혹은 미래 디지털 환경에 부합는가"처럼 내부적으로 돌아보고 고심할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악시오스(axios)와 같은 소형 언론사가 기존의 룰(대형 뉴스룸 보유, 장문 콘텐츠 작성, 명망 있는 저널리스트 보유 등)을 깨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사람들이 소비하고자 하는 방식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물론 언론사 입장에선 어려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디지털 광고가 재활성화 되고 있긴 하지만 중소언론사들은 구독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 현재 구독과 광고를 두고 벌어지는 비즈니스 모델 경쟁에서 하나의 모델이 아닌 모두를 확보해야 하는데, 구독 모델의 길을 닦아 놓지 못한 중소형 언론사의 경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중소규모 언론사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영국의 토르타스(Tortas)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으로 뉴스 자체를 '느리게' 만들려 한다. 너무 많은 정보가 산재한 지금 사람들이 적지만 품질이 높은 정보를 원한다고 판단했다. 정보의 바다에 사람들이 압도당하고 있는 만큼 토르타스의 새로운 모델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

또 한편으로 크리에이터 경제에서 일어나는 일도 정말 흥미롭다. 여기에선 저널리스트들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동안 기존 뉴스룸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겠지만 존재하지 않던 독립 저널리스트가 탄생이라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술은 기자의 역할을 위축시키는가?

[커스틴]

👩 마지막으로 기술이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축소시킬 것으로 보는지?

[David]

👨절대 아니다. 기술이 저널리즘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저널리스트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기술은 항상 기회를 내포한다. CNN과 스토리풀(Storyful)에서 일할 때 저널리즘과 기술이 같이 일할 필요성을 체감했다. 물론 기술에 관심이 없고 자신의 일이나 저널리즘에 접목시킬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저널리스트라면 예외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기술을 현명하게 수용하지 못하면 향후 저널리즘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불어, 기술을 틱톡이나 유튜브처럼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편법처럼 사용한다면 저널리즘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저널리즘의 모든 과정에 기술을 적재적소 배치하여 영리하게 결합시켰을 때만 기술기반 저널리즘은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10년 전 기술과 결합을 생각하고 행동했던 언론인들은 이제 시니어가 되어 주요 요직에 위치한다. 그리고 기술을 활용하여 영향력 있는 도전들을 이어가고 있다. 저널리즘에 종사하고 있다면 누군가의 말에 의해서가 아니라 저널리즘에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고민하고 슬기롭게 다뤄야 한다.

기술, 플랫폼 그리고 언론의 가능성

이번 웨비나는 국내 언론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뉴스룸은 더 적극적으로 기술 수용의지가 가져야 하며, 정보 등 필요한 것들을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와의 관계에도 신경써야 한다.

특히, 빠른 정보 전달을 넘어 데이터와 맥락을 담은 뉴스 콘텐츠가 중요해졌다. 기후변화 등 전문영역 부각에 맞춰 뉴스룸 재구성이 필요하고 개발자와 저널리스트가 협업할 동기 부여와 물리적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뉴스룸 인프라와 장벽을 부술 경영진의 결단 그리고 실현능력을 가진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구독모델이나 크리에이터 경제의 부상은 (중소 및 지역)언론사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해외에서도 전통매체 저널리스트의 기술에 대한 저항, 반발심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과 생존을 위해선 기술에 대한 유연한 조직 문화와 이를 이끌어낼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적재적소에 배치한 기술은 훌륭한 저널리즘 그리고 매체 경쟁력을 담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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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스틴 드와르는 실시간 정보 플랫폼 데이터마이너(Dataminr)에 종사하고 있다. 데이터마이너는 전 세계 650여개 뉴스룸에 실시간 정보탐색 솔루션을 제공하는 AI 비즈니스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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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클린치는 소셜미디어 정보 에이전시 스토리풀(Storyful)의 창립 파트너이다. 스토리풀은 현재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의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의 자회사로 뉴스를 위한 정보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웨비나 당시 데이비드는 스토리풀을 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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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뉴스룸(virtual newsroom)이란 물리적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뉴스룸 환경을 말한다. 뉴스 콘텐츠를 위한 정보수집, 검토, 기획, 제작, 편집 등 일련의 과정이 모두 뉴스룸이라는 한 장소에 종속되어 있었다면, 온라인 뉴스룸에서는 종사자들이 이에 구애받지 않고 클라우드 시스템이나 슬랙(Slack)과 같은 OCS(online collaborative software)를 활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뉴스를 함께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흥미로운 실험에 불과하였던 온라인 뉴스룸이 코로나로 인해 급 전개 됐다. 많은 언론사들이 온라인 뉴스룸을 구성해 더 빠르고 많은 뉴스를 커버하고 새로운 형태의 뉴스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고유한 작업방식(workflow)을 구성하며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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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N+에 관한 논의를 말한다. 결국 2022년 출시되었으나 인수합병으로 인한 경영진 변화, 초기 성과 부족 등으로 출범 3주만에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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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보도(visual investigation)는 영상, 사진 및 오디오 정보, 텍스트 분석, 위성 이미지 분석, 범죄 현장 3D 재구성 등과 같은 고급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을 활용한다. 기술을 활용한 해설적(explanatory)인 콘텐츠로 설명책임(accountability)의 가치를 실현하는 저널리즘이다. 대표적으로 NYT에서 각종 자료들을 수집, 분석, 활용하여 “Killing Khashoggi: How a Brutal Saudi Hit Job Unfolded”라는 디지털 보도를 만들어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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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Google), 메타(Meta)와 같은 거대 플랫폼이 호주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2020년 7월 ‘뉴스미디어 협상법(News Media Bargaining Codes)’ 초안이 발표되고, 플랫폼이 여기에 강력히 반대하며 시작된 논쟁이다. 결국 2021년 완화된 수정안을 제시해 극적 합의를 이뤘다. 한편, 현재(2022년) 이로 인해 메타가 언론사들과의 파트너십을 재평가하게 만들어 언론사에 제공하는 비용을 오히려 줄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지난 7월 28일(현지시간) 메타는 뉴스 콘텐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파트너십 중단을 언론사들에게 순차적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고 AP통신 등 복수의 외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