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와 뉴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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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26일

정보 전달과 독자 확보에 획기적 전기 기대감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이용자 경험 재편 초점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미래형 뉴스 눈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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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미디어 업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애플의 증강현실(AR, Augment Reality) 헤드셋 등장 덕분이다. 애플은 최근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와 그 운영체제 “비전OS”를 공개했다. 미디어 업계가 인공지능(AI)으로 이목이 집중된 시기에 가상현실의 문을 다시 열었다.

일단 평가는 엇갈렸다. 약 450만 원($3,499) 수준의 높은 가격, 전원 공급을 위한 외부 연결선 등이 발목을 잡았다. 7년이라는 긴 개발 기간과 브랜드 이미지를 감안하면 혁신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리뷰가 많았다. 비전 프로가 공개된 이후 하락했던 애플의 주가도 시장의 냉정한 시선을 보여줬다.

하지만 우수한 하드웨어와 그 몰입도의 완성도로 기대감을 키운 것은 사실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AR 디스플레이, 내장 카메라의 손동작 인식을 통한 핸들리스(Handless) 조작, 현실과 가상을 통합하는 UI 등은 독보적인 콘텐츠 이용 경험을 구현했다. 또 상호작용적 시각효과를 제어하는 실시간 서브시스템(real-time subsystem)은 신체에 부작용 발생 요인을 줄였다. 특히 탑재된 비전OS는 기존 애플 운영체제들과 동일 프레임워크로 기존 어플리케이션(앱)의 확장성도 갖췄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넘어서는 공간 컴퓨팅의 의미

팀 쿡 최고경영자는 "비전 프로를 사용할 때 디스플레이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디스플레이 환경에서는 사람의 시선이 디스플레이를 따라 고정됐지만 비전 프로는 사람의 시선에 디스플레이가 반응한다. 한마디로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공간이 곧 컴퓨팅 환경이 된다.

애플은 이를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으로 명명했다. 이미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시장은 이미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대중화는 이루지 못했다. 애플이 굳이 '공간 컴퓨팅'을 내세운 것은 이들 생태계로 한정하지 않고 차별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애플은 맥(MacOS)의 화면을 이전하고, 디자인 도구(Adobe), 오피스앱(Microsoft), 화상회의(Cisco) 등 데스크탑에서 작동하는 기능들을 가져와 공개했다. 여기에 사진 및 영상 캡처 기능, 디즈니와의 제휴로 몰입감 있는 영상 콘텐츠를 더했다. 메타버스나 VR보다는 AR을, AR보다는 공간 컴퓨팅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구현하려는 의도다.

평면 디스플레이에서 3차원 공간으로 컴퓨팅 환경을 이전하려는 배경은 ‘개인화된 경험’과 ‘확장성’에 있다. 이용자에게 더 깊은 개인화 경험과 몰입도, 그리고 현실의 확장을 선사하는 것이다. 하락한 애플 주가와 달리 공간 컴퓨팅 환경에서 작동할 앱 개발기술을 보유한 유니티(Unity)가 주목 받으며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다.

물론 애플의 헤드셋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정식 출시도 2024년이다. 기기 제조기업, 디즈니 플러스 등 콘텐츠기업의 호응이 중요하므로 다소의 시간을 번 것이다. 일단 전문가 그룹을 향해 화두를 던져 앱 생태계처럼 다양한 킬러 콘텐츠(앱)을 확보하는 수순이다. 스마트폰에 통화 기능을 기본으로 메시지, 다른 부가 기능과 즐길 거리 등이 있었던 것처럼 공간 컴퓨팅이 대중의 선택을 받으려면 동일한 생태계를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 시청이 아닌 직접 참여하는 '공간 저널리즘'

주지하다시피 모바일 플랫폼은 소셜미디어라는 킬러 콘텐츠를 생산해 미디어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애플의 헤드셋도 가능성과 상상으로 가득 찬 다음 세대의 디지털 생태계를 그리고 있다. 아직 전환의 속도가 어느 수준일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논쟁을 촉발시킨 것만큼은 분명하다.

언론사를 비롯한 미디어 업계에서 몰입형 콘텐츠는 눈밖에 있었다. 사람의 시각과 청각을 넘어 감정과 정서에 대한 접근성, 관전이 아닌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서비스는 완전히 다른 관점과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놀라운 경험을 주도한다면 오디언스는 제2의 소셜미디어로 맞이할 수 있다.

저널리즘이 공간 컴퓨팅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이, 소셜미디어와 영상 플랫폼이 뉴스 소비 생태계를 어떻게 전환시켰는지 알고 있다. 가상공간과 기기를 활용한 미디어 소비가 활성화 되면 뉴스 콘텐츠 생산과 소비, 유통 방식도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가상공간을 염두에 둔 콘텐츠는 저널리즘에서도 완전히 낯선 개념은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펼쳐지는 ‘공간 저널리즘’을 개척한 언론사의 도전기도 이미 10년 전에 작성되고 있었다. 2015년 말 뉴욕타임스는 몰입형 360도 영상 콘텐츠를 제공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기술적 제약이 따랐다. 지금처럼 가상현실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없었기에 뉴욕타임스는 약 100만 대의 구글 카드보드[1]를 배포하고 별도의 앱을 출시했다.

이후 스냅(Snap), 페이스북(현재 메타) 등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상황은 점점 변했다. 2017년 이코노미스트는 AR 콘텐츠 ‘음식의 미래(future of food)’를 제작하면서 별도의 앱 없이 스냅챗 코드만 배포해 접근성을 끌어올렸다. 뉴욕타임스는 웹GL(webGL)을 사용, 모바일 웹에서 폭격으로 파괴된 시리아 건물을 3D로 제공했다.

이 몰입형 콘텐츠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기간 제작 과정이 필요한 기획보도가 아니라 비교적 단기간에 완성해 시기적절하게 보도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사례였다. 기기와 소프트웨어 등 기술 진보는 세계 주요 언론사들의 도전과 실험을 자극했다.

현실처럼 재구성된 뉴스 스토리텔링의 잠재력

이렇게 평면적 공간을 벗어나는 '공간 저널리즘'은 다양한 몰입형 콘텐츠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독자에게 맥락적 정보, 상세 묘사, 새로운 차원의 현장감 등을 지원하는 구조다.

공간 저널리즘은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언론사에게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는 계기가 된다. 경계 없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현장감을 배가한 뉴스는 독자에게 현실과 유사한 친밀도 높은 경험을 선사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는다. 가상공간에 진입하는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고 기존과는 다른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저널리즘의 가치 향상이다. 현실처럼 재구성된 뉴스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텔링은 독자에게 이슈 한복판에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정보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이는 것이다. 기존 전통매체가 전달하지 못하는 주도적 소비 환경을 마련한다. 정보 전달 방식의 새로운 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상의 ‘공간’을 활용한 콘텐츠는 공간적 이해에 크게 의존하는 인간의 기억 속에 더 생생하고 오래 남을 수 있다. 공간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영향력을 새로운 차원에서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현실감 높은 가짜뉴스로 변질될 수 있는 몰입형 콘텐츠

그러나 몰입형 콘텐츠와 공간 저널리즘이 확산되기까지는 풀어야 할 기술 과제들이 만만찮다. 가상공간을 활용하려면 웨어러블 기기의 성능 향상과 보급률, 대용량의 데이터를 막힘없이 전달할 네트워크(5G 이상), 심리스(seamless)한 경험을 위한 센서, 몰입도 높은 시각효과를 위한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등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저널리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짜뉴스와 파편화를 극복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역설적으로 보면 사실과 유사한 콘텐츠는 정보의 오용·악용 문제를 악화시킨다. 소셜미디어는 나의 주변 사람 혹은 또 다른 개인이 전달하는 말과 사진, 영상, 그리고 바이럴의 에너지가 그 조건이다. 몰입형 콘텐츠는 사실과 같은 콘텐츠, 친밀한 전달 방식으로 가짜뉴스를 무장시킬 수 있다. 현실과 같은 공간에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그것이다.

몰입형 기술이 개인화를 강화할 때 사회 공동체는 더욱 파편화 될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에 의해 제공되는 나만의 공간은 개인화 경험을 더욱 깊게 만든다. 이같은 개인화는 사회적 연대나 소통을 막을 수 있다.

페이스북의 피드, 유튜브 영상에서 이미 서로 다른 콘텐츠를 보고 있다. 개인화된 콘텐츠가 현실과 차단된 공간 안에서 더욱 몰입도를 높인다면 끔찍한 일이 펼쳐질 수 있다. 여기에 사실과 분간이 어려운 가짜뉴스까지 확산되면 사람들은 그야말로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생태계는 기술 무관심으로 버티기 어렵다

몰입형 콘텐츠가 갈 길은 멀다. 저널리즘에 미칠 영향과 미래에 대한 논의는 적어도 5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몰입형 기술이 걸어온 여정은 분명 새로운 미래를 암시한다.

디지털 전환을 겪은 언론사라면 이미 기술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한다. 디지털 기술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고 그 과정에 참여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많은 언론사들이 실패를 감수하더라도 먼저 실험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국내 언론사도 관심을 갖고 있다. KBS는 뉴스 영상 제작에 부분적으로 활용하며 날씨 서비스부터 테스트하고 있다.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 신문사도 360도 VR 콘텐츠를 제작한 바 있다. 그러나 전용 채널이나 전담 조직을 두고 지속적으로 전개하지는 못했다. 비전 프로가 열어젖힐 수도 있는 생태계는 기술 도전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KBS의 360도 VR 뉴스 예시

디지털 기술 이해를 높이고 자원 부족을 해결하려면 특별한 자세가 요청된다. 무엇보다 점점 고도화되는 디지털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한다. 공간 저널리즘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리소스 투입이 필요하다.

내부에서 해결이 어렵다면 외부의 기술 기업과 협업하고 협력의 솔루션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기술의 장벽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진다. 또 기술기업은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느라 협업 대상을 찾아 나서거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있다.

기술에 조금만 다가서면 어디부터 들여다 봐야 할지, 어느 곳을 찾아가야 할지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환경이 됐다. 데이터, 인공지능도 그랬다. 이제는 비전프로를 추가하고 파트너를 찾아 나서야 한다. 비전 프로가 제시하는 공간 컴퓨팅 그리고 뉴스룸으로 연결되는 공간 저널리즘은 먼 산의 불구경이어서는 안 된다. 미래형 뉴스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공간 저널리즘(spatial journalism)에 대하여

  • 공간 저널리즘은 뉴스 보도와 저널리즘 실현에 다양한 공간, 장소 혹은 위치를 적용하는 저널리즘 방식을 뜻한다. 물리적 공간 뿐만 아니라 증강 및 가상 공간을 활용해 독자에게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AR, VR, 3D 그래픽 등 진보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실제 뉴스가 일어난 상황을 현실과 유사하게 재현해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 현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공간 저널리즘은 이미지나 영상 등 기존 방식들에 비해 몰입도나 전달력이 높다. 공간 전달이 갖는 힘으로 새로운 맥락 정보들을 전달할 수 있다. 독자 입장에선 현장을 그대로 옮긴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1인칭 관점과 상호작용으로 개인화 및 주도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 아직까진 기반 기술의 한계로 시도 단계다. 하지만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그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애플의 '비전 프로' 정도의 디스플레이와 조작이 가능한 환경이 대중화 한다면 미래는 멀지 않다. 공간 저널리즘이 보편적으로 채택된다면 여러 가지 저널리즘의 진화도 예상할 수 있다.

첫째, 중립성 확보. 기자는 추측보다 사실과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바탕으로 보도해야 한다. 이때 기본적으로는 사건을 목격한 그대로 전달한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편향 왜곡 등이 일어나 보도 중립성이 흔들리는 등 한계도 존재한다. 여기서 공간 저널리즘은 독자에게 사건이 일어난 그대로 경험하고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 사안 이해도의 증가. 있는 그대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함께 몰입도 높은 콘텐츠 구현은 독자의 이해도 증가에도 긍정적이다. 현장을 복잡하게 서술할 필요 없이 직접 체험하듯 현장감 있는 보도가 가능해서다. 예를 들어 전쟁터에 나가 있는 군인 혹은 군종 기자의 관점에서 현장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다. 또한, 공간이라는 전달 방식은 평면의 그것보다 정보를 더욱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든다.

셋째, 독자 및 수익 증대 가능성 고조. 공간 저널리즘은 독자에게 몰입감 높은 경험과 정보를 선사하는데 저널리즘의 가치와 더불어 콘텐츠로써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곧 독자의 관심을 끌어올려 체류시간 등을 높이고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져 수익화를 모색할 수 있다.

넷째, 가짜뉴스 예방. 몰입형 콘텐츠는 사실과 다르지만 사실과 매우 유사한 형태로 잘못된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조작의 위험성 또한 높다. 이 가짜뉴스를 차단하는데 공간 저널리즘은 유용할 수 있다. 신뢰성 있는 정보 출처를 가감없이 전달하면 사실 왜곡 없이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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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박스와 같은 카드보드(card board)로 된 간이 VR도구. 조립 후 앞단에 스마트폰을 넣고 앱을 실행시켜 체험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헤드마운트(head mount) 디스플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