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원천은 독자 정보경험 이해
독자는 뉴스를 하나의 콘텐츠 장르로 다가간다
뉴스 회피 자체가 정치사회적 이슈 외면은 아니다
언론은 독자가 보고 느끼는 것에 초점을 맞출 때다
"독자는 뉴스를 콘텐츠 장르 가운데 하나로 수용"
“언론의 위기다”. 시대와 국가의 구분 없이 고정값으로 등장하는 문구다. 물론 원인은 제각각 다르다. 그리고 지금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가 그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콘텐츠 공급과 정보 접근성 증가로 다양한 선택지를 들고 있는 독자에게 현재 뉴스 콘텐츠는 과거처럼 우선 순위는 될 수 없다.
정파적 편향성, 신뢰도 하락 등 풀어가야 할 문제는 많다. 언론사와 연구자도 주로 저널리즘 이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독자의 이탈’이라는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업계의 이해를 담는다.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의 관점으로 보면 언론의 신뢰도 하락과 잘잘못도 비판의 잣대일 수 있지만 결국 기사도 하나의 미디어 ‘콘텐츠’로서 다가간다. 즉, 하나의 콘텐츠 장르로서 뉴스의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최근 한 논문은 저널리즘(산업)의 관점이 아닌 독자의 관점에 주목했다. 오디언스 전략은 언론 산업에서 오래도록 화두였던 만큼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문제는 아직도 언론사가 독자 중심 접근에 소극적이라는 데 있다. 이 논문은 ‘저널리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뉴스조직에서 독자 관점의 전략으로 급진적인 선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독자는 정녕 뉴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가?
하지만 관점의 전환을 시작하는 순간 세 가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다. 첫째, 뉴스는 독자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언론계는 흔히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기자가 생산하는 뉴스는 독자들에게 정보, 통찰, 중요성 그리고 관련성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이 가정은 불행하게도 틀렸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 시민들은 언론 외 기관, 다른 미디어 장르, 심지어 인근 점포의 계산원이 더 '정보적'일 수 있다. 물론 동네 점포 계산원에게 듣는 정보가 뉴스가 전달하는 정보보다 객관적으로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지역의 독자들에겐 더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이것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로이터 연구소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 따르면 뉴스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뉴스 산업의 재정 상태를 염려하지 않고 있었다. 뉴스가 이전보다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인식하는 것은 응답자의 31%, 온라인 뉴스에 비용을 지불한 사람도 17%에 불과했다. 익숙한 사실이지만 “대다수의 뉴스를 대부분의 경우 신뢰한다”는 응답도 44%에 그쳤다.
독자의 시간과 비용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독자가 접하는 뉴스는 저널리즘의 오랜 형식에서 멀어져 간다. ‘뉴스의 이용’이 ‘저널리즘의 이용’과 동일하다는 업계의 가설에 관한 것이다. 전통적인 저널리즘은 여전히 독자들에게 하나의 문화이자 사회적 (공인) 장치로 받들어진다.
그러나 오늘날 '뉴스성'은 가파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가령 인포테인먼트와 같은 하이브리드 형태의 뉴스는 익숙한 저널리즘과는 다르다. 더불어 뉴스는 개인의 성장배경, 문화 그리고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독자에게 인지되는 뉴스는 보편성의 범주는 아닐 수 있다.
독자가 경험하는 뉴스와 언론이 생각하는 뉴스 사이의 간극은 비단 산업계 뿐만 아니라 학계에도 적용된다. 만약 저널리즘이 더 이상 독자들이 경험하는 뉴스와 맞닿아 있지 않다면, 전문적 저널리즘의 목적은 무엇이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며, 과연 그 경계는 어디인가에 대한 주제를 잇달아 내놓는다.
셋째, 뉴스 회피 자체가 이기주의는 아니다. 다시 말하면 뉴스 비이용과 회피를 독자들의 탓으로 보면 안 된다. "뉴스 읽기가 곧 민주주의의 근간이다"라는 이른바 '뉴스-민주주의' 프레임은 이미 과거 연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오늘날 뉴스 거부 행위는 뉴스에 대한 비판이지, 정치적 사회적 이슈 자체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 연구는 뉴스가 독자들의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으로 연결된다는 내용도 나오고 있다. '뉴스 회피'를 조명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뉴스 회피의 주요 이유 가운데는 독자가 느끼고 경험하는 것과 연결돼 있었다.
도리어 제한적-효율적인 뉴스 소비는 독자의 현재와 미래, 다른 이들과의 협력에 보다 건설적인 태도를 갖추는 것으로 작동했다. ‘뉴스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일반적인 틀을 조금만 벗어나면 뉴스 이용에 따른 시간 및 비용의 절감이 독자에게 더 중요한 선택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독자의 뉴스 이용이 증가하면 뉴스 생산자인 언론에게는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독자 중심 관점이 나온다. 언론은 뉴스 회피와 거부를 최소화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우리 독자의 적정한 뉴스 이용량은 얼마인지, 그에 따른 충만감과 만족감 등 독자가 보고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활동이다. 독자 중심 관점이야말로 상호 호혜적인 저널리즘 활동인 것이다.
독자는 지혜롭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언론의 독자 중심 행보는 "독자가 중요한 건 모두가 알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뉴스조직은 독자의 위치에서 탐색하고 독자를 위한 뉴스를 고민해야 한다. 언론은 독자를 계몽한다거나 사회를 선도한다는 우월감을 내려놓아야 한다.
언론의 뉴스 서비스는 미디어 비즈니스다. 미디어 산업군 안에 하나의 장르로서 저널리즘을 분리해야 한다. 기존의 독자는 물론 잠재적 독자군의 관점, 행동 그리고 경험을 우선시하는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새로운 관점은 결국 저널리즘이 독자를 이끌어간다는 착각이 아니라 독자는 지혜롭고 냉철하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나온다. 독자는 어디에 있고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독자의 일상에 다가설수록 뉴스조직 효율화 가능
그렇다면 독자 중심의 관점은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우선 독자 관점에서 경험을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흔히 저널리즘에선 독자에게 ‘무엇이 뉴스 이용인가’라는 접근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실상 필요한 건 독자에게 "어떤 것을 정보적으로 경험하는지"다. 이제 뉴스는 독자에게 더 이상 가장 이상적인 정보 콘텐츠는 아니다.
뉴스의 이용 관점에선 특정 독자들의 단순 조회수와 체류 시간을 탈피해야 한다. 독자가 뉴스라는 콘텐츠에서 무얼 느끼는지, 언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지, 어떤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 등 보다 여러 차원의 탐구가 있어야 콘텐츠 선택과 소비를 독자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흔히 산업에서 전략을 정할 때 가장 큰 고민점은 경쟁사다. 그렇다면 현재 디지털 미디어 지형에서 저널리즘의 ‘경쟁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 해답도 독자에게 있다. 사람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어떠한 정보적 대체재들을 접하고 있는지, 대체재들로부터 어떤 경험과 감정들을 얻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독자 관점의 경험을 파악하는 하나의 방법 가운데는 로우(Ornebring and Hellekant Rowe(2022))의 연구에서 사용한 '미디어 데이(Media day) 타임라인'이 있다. 뉴스가 아닌 개인이 영위하는 일상에서 독자의 이용 행태를 기록 및 분석한 것으로, 한 개인의 일상에서 식료품점과 학교가 작은 지역에서 정보 허브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독자의 정보적 경험을 기반으로 따져보면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와는 별개의 경쟁 상대인 셈이다.
이렇게 독자 관점으로 미디어 이용을 탐색하고 분석하면 뉴스가 할 수 있는 영역과 없는 영역을 구분하고, 경쟁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제대로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면 뉴스 조직은 작은 지역의 소식도 챙겨 보는 관행 대신에 허위 정보나 음모론 확산 등 독자 중심의 정보 확산이 내포할 수 있는 문제에 치중할 수 있다.
일상 속 독자에게 어떤 정보적 경험들이 존재하고, 무엇을 느끼고, 어떠한 환경에 있는지를 바탕으로 뉴스조직의 자원과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언론사 경쟁력 제고에서 독자 관점의 정보 경험 이해를 먼저 제기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