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해결책과 연결점 담아야
한국 뉴스 독자들의 뉴스 회피 사례 증가
뉴스 회피 방치하면 언론 산업 위기 가속
부정적 감정 덜어내는 새로운 화법 필요
정보화 시대, 정보 홍수, 정보 격차. 정보로 시작해 정보로 끝나는 시대다. 거시적 관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정보는 중요하다. 이 가운데 뉴스는 정보 습득을 위한 주요 통로다.
뉴스를 통한 정보 습득은 시민 의식의 시작이자 올바른 사회의 주춧돌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금 뉴스는 회피해야 할 대상, 불신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뉴스 회피자’가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도 잇달아 나온다.
10명 중 7명 뉴스 회피 경험 있다
뉴스는 복잡한 일상에 부정적 현실을 상기시켜 불안감과 무력감에 빠뜨린다. 뉴스의 신뢰도 하락, 일상과의 괴리로 정보로서의 가치도 낮다. 뉴스를 생산하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저널리스트에게 뉴스 회피는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뉴스 홍수 속 개인에게 뉴스회피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 로이터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46개국 평균 뉴스 회피 경험은 69%에 이른다.
브라질, 미국, 영국, 프랑스, 덴마크, 일본 등 주요 국가의 평균치도 지난 5년간 약 10%가 증가했다. 브라질이 2017년 27%에서 올해 54%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또 미국, 영국, 호주, 아일랜드 등 주요 국가에서도 상당히 증가세로 나타냈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한국'에 따르면 국내 뉴스 소비자 중 약 67%가 "뉴스 회피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5년전에 비해 15% 증가한 수치이다. ‘자주’ 또는 ‘때때로’ 뉴스를 회피한다는 응답엔 큰 변화가 없었으나 ‘가끔’ 회피한다는 이용자는 14% 증가했다. 뉴스 회피 행위가 보편화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뉴스 회피를 선택한 이유도 다양하다. 한국은 ‘뉴스 신뢰도 하락 및 편향’(42%)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과도한 정치 뉴스 및 코로나 팬데믹 뉴스’, ‘부정적 감정 유발’, ‘뉴스 피로감’ 등은 국가 별로 차이가 다소 있었지만 뉴스에 대한 혹은 뉴스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그 원인이었다.
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 과도한 정치 뉴스 및 팬데믹 뉴스, 부정적 감정 유발은 저널리즘 활동에 많은 고민을 안긴다. 기자가 중요하게 판단한 주제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전달하는 가치가 아닌 부정적 감정이 근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회적 뉴스가 냉소주의 확산시켜
뉴스 회피자를 다시 뉴스 소비자로 만들려면 왜 이러한 원인들이 뉴스 회피로 이어지는지 들여다 봐야 한다. 뉴스 회피를 살펴온 토프(Benjamin Toff)와 닐슨(Rasmus Kleis Nielsen)[1]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뉴스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내재된 관점이 뉴스에 대한 태도와 행동에 중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연구 인터뷰에 응한 뉴스 회피자들은 '공포와 불안을 유발하는' 뉴스는 "적은 실용적 가치를 보유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다. 또 뉴스 회피자들은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불균일하였고, 동시에 약한 규범이 내재하고 있었다. 뉴스가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고 그저 불안하게 만든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뉴스가 대부분 범죄, 전쟁 그리고 테러리즘에 관한 것이다”, “뉴스는 우울하다”, “내게 뉴스가 유용하지 않다”, “뉴스는 혼란스럽고 나와 관련이 없다”, “뉴스를 따라가는 것에 의무감을 느끼지 않는다”처럼 뉴스에 대한 불편함과 불만을 토로했다.
그들은 성범죄자들의 범죄와 낮은 형량에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범죄와 테러리즘 뉴스에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또 끔찍한 사건을 생생히 전달한 뉴스는 악몽을 꾸게 하고 우울감을 유발했다. 끊임없는 정치적 논쟁과 복잡한 이슈들을 실어나르는 뉴스는 무력감과 냉소주의를 퍼뜨렸다.
뉴스 회피자들의 답변과 반응에는 불안감이 들어가 있었다. 뉴스의 대한 경험과 관점이 모두 부정적 감정으로 점철돼 있었던 것이다. 불확실성이 덧씌워진 공포스런 뉴스들에 대한 뉴스 회피는 일종의 ‘자기방어 기제’로 작용했다.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뉴스 회피는 정보 습득의 중요성을 뛰어넘는 합리적 선택으로 부상했다. 뉴스를 따라가야 한다는 일종의 추상적 의무감은 있었지만, 결국 뉴스는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이성적인 통제와 확신이 아닌 불확실성의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다시 말해 뉴스는 불안감을 생성하는 저가치 콘텐츠였다[2].
정보를 공유받지 않을 때 안도감이 커졌다
뉴스 회피 현상은 비단 전통 뉴스 채널에 국한되지 않았다. 뉴스를 전달받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소셜 플랫폼을 통한 뉴스도 마찬가지였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뉴스를 종종 회피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로부터 너무 많은 뉴스를 본다"고 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응답자의 2배에 달했다. 즉, 소셜 플랫폼 뉴스도 사람들의 뉴스 회피에 영향을 미쳤다.
한때 소셜 미디어의 부상은 ‘고립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젊은 세대의 고립증후군을 가속화시킨 주범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FOMO가 아닌 ‘ROMO(relief of missing out) 즉, 정보를 공유받지 않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보를 따라가지 못하면 고립된다는 두려움, 사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무감은 사라지고, 뉴스 회피를 '자기 돌봄'으로 삼은 것이다.
이는 젊은 세대의 뉴스 이탈로 이어진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MZ세대 즉, 젊은 세대의 뉴스 회피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단순히 뉴스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되레 어느 세대보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뉴스에 노출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소셜 플랫폼에 익숙한 만큼 뉴스에 더 많이 노출되고 더 빠르게 뉴스 회피를 선택한 것이다.
뉴스의 신뢰와 편향 정도가 뉴스 회피 유발할까?
뉴스 회피 원인을 해석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 연구자들은 뉴스에 대한 피로도나 신뢰도 하락은 물론이고 세대별, 성별, 지역별, 국가별 차이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대중과 뉴스의 접점을 줄이는 뉴스 회피는 저널리즘과 뉴스 산업을 넘어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언론은 뉴스의 신뢰도 하락과 편향성 극복을 핵심 과제로 거론해 왔지만 국내 뉴스 소비자는 가장 큰 뉴스 회피 동기로 꼽았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토프와 닐슨의 연구에서 보듯 뉴스 회피는 감정적 원인이 크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신뢰도 하락과 편향성이 뉴스 회피를 직접 유발한다기보다는 뉴스에 대한 부정적 감정으로 매개됐을 확률이 크다.
국내에서는 뉴스 회피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 일부 자료에서 속성이나 개념으로 활용되긴 하지만 뉴스 회피 자체를 주제로 하는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계조차 올해 발행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한국을 일부 인용하는 정도로 그쳤다.
어떤 집단적 태도와 실천이 지속될 지의 여부는 참여자가 어떻게 느끼는가에 좌우된다. 뉴스 회피에서도 그간 누적된 부정적 감정으로 인한 ‘예견된 불안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 회피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신뢰도 하락과 편향의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쌓여온 뉴스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슈 메이킹' 아닌 '솔루션 메이킹' 되어야
국내외 연구 및 조사들을 종합하면 뉴스를 전달하는 화법의 변경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뉴스를 회피하는 사람들에게 뉴스는 무겁고 부정적이다. 일부러 진지한 언어들로 빼곡이 채운 뉴스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전문적인 용어는 풀어서 설명하고 딱딱한 어조는 조금 더 친근하게 변화하는 것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후변화 등 점차 뉴스 내용이 전문화 하는 상황에서는 더 어렵고 심오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문 지식을 쉽게 풀어 그 내용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 대선주자들의 언어사용이 초등~중등 수준이었던 것은 사람들을 쉽게 설득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뉴스가 단순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부정적 감정의 장벽을 넘어 정보를 전달하려면 뉴스에서 살아 숨쉬는 공감과 설득의 언어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해법은 뉴스에 문제점을 나열하는 것과 함께 해결책과 연결점을 담는 것이다. 사람들이 뉴스에 대해 불안감과 함께 느끼는 건 무력감이다. 뉴스 내용이 거시적이고 심각한 문제만 담을 뿐 해결책이나 공감할 부분은 없기 때문에 갖는 심리다. 뉴스는 '이슈 메이킹'이 아닌 '솔루션 메이킹'이어야 한다. 일상에 지친 개인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자신의 삶과 연결해 생각해볼 점을 던져 뉴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물론 현실은 냉정하다. 수많은 이슈와 뉴스가 쏟아지는 생태계에서 주목도가 곧 생존인 언론에게는 다소 먼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뉴스 회피는 뚜렷이 증가하고 있고 그 원인 역시 뚜렷해지고 있다. 그대로 방관한다면 뉴스 회피는 걷잡을 수 없는 뉴스 시장의 위기로 밀어닥칠 것이다. 더 많은 독자를 위한 언론의 투자를 뉴스의 화법과 양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