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새로운 독자 감동시키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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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2일

세계 주요 언론 웹 3.0 이니셔티브 지속
<매일경제>, 메타버스 편집국 회의 눈길
본질 외면한 채 "돈 낭비한다" 비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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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미디어 기업은 인터넷에서 지속가능한 디지털 비즈니스 구축에 노력해 왔고, 몇몇 글로벌 브랜드는 뚜렷한 성공 가도에 올랐다. 많은 매체들이 구독 비즈니스에 희망과 기대를 거는 동안 또 다른 기류도 형성됐다.

공유 가상(몰입형, 대화형) 환경 네트워크인 메타버스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메타버스는 소셜 플랫폼 디스코드(Discord)부터 등 더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것들을 아우른다. 지금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등 새로운 기술에 닿아 있다.

기성언론과는 동업 혹은 경쟁 사이에서 맞닥뜨렸던 빅테크 플랫폼이 변화를 주도했다. 메타버스로 방향 전환을 시사한 페이스북은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페이스북은 '메타(Meta)'로 리브랜딩했다.

하지만 그 가치와 방향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로이터연구소는 올해 초 전 세계 언론사를 대상으로 메타버스 투자에 나설지 여부를 물었지만 약 8% 정도만 투자 계획을 밝혔다. 게다가 메타버스는 현재 기술과 사용성 측면에서 의문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더 나은 경험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메타버스 아이디어는 미디어 기업 안팎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것은 언론산업에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바람과 얽혀 있었다. 거대한 가능성, 잠재력으로 포장이 되는 동안 언론사의 고민은 하나로 모아졌다. "새로운 세계에 뉴스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였다.

눈길 잡는 브랜드 퍼포먼스 잇달아

세계신문협회(WAN-IFRA) '뉴스 미디어 혁신 월드 리포트 2022-2023' 보고서에 소개된 사례를 정리하면, 세계 주요 언론사들의 새로운 기술 수렴 양상은 △ 이벤트 개최 △ 멤버십 강화 △ 저작권 관리 △ 비즈니스 영역 등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메타버스에서 닉 클레그(Nick Clegg) META 글로벌 담당 사장을 인터뷰했다. 국내 언론사 <매일경제>는 지난해 6월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 버추얼 밋업'의 가상공간에서 편집국 회의를 열었다. 다양한 장소에서 모인 데스크와 기자들이 각자 선택한 아바타가 등장했다.[1]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사 컨퍼런스를 몰입도가 강한 가상세계로 구성했다. 이 신문의 전략 담당자들은 시장 이해관계자들이 낯설어하더라도 메타버스는 계속 들여다봐야 한다는 관점을 유지했다. 시간, 공간의 장벽 없이 하나로 통합된 메타버스는 조금 먼 미래의 일이지만 디센트라랜드(Decentraland), 더 샌드박스(The Sandbox)에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멤버십 강화하는 매체 전략 주목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3월 23일 블록체인에서 NFT로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분산형 잡지를 발행했다. 이 잡지는 탈중앙화 프로토콜을 통해 호스팅 돼 소유자는 대화형 NFT로 잡지를 볼 수 있다. 또 잡지에 들어갈 기사를 제안하고 투표하는 가상편집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다.[2]

<타임>은 NFT 커뮤니티 타임피스(TIME Pieces)에서 예술 및 상거래를 추진하는 공간 디자인을 '건축가'들에 의뢰했고, '더 샌드박스(The Sandbox)'[3]타임 스퀘어(TIME Square)를 구현했다.

미국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 콩드 내스트(Conde Nast) 계열의 매거진 <GQ>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디스코드(Discord)에 둥지를 텄다. 프랑스 잡지 <20 미닛(Minutes)>은 웹 3.0 전용 잡지 <20 Mint>를 창간했다. 새로운 세계를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는 NFT를 280 유로로 판매해 매거진 제작 비용을 충당했다.

가상세계의 비즈니스 포문 열어

새로운 세대의 독자를 감동시킨다는 목표를 가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비슷한 영감을 발휘했다. 풍부한 콘텐츠 자산을 재창조하는 NFT 컬렉션으로 첫 발을 뗐다. 아티팩트(ARTIFACT)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게리 리우(Gary Liu) 전 SCMP 최고 경영자의 디지털 리더십도 눈부셨다.

올해 3월에는 메타버스 기반 게임인 '알파 시즌 2'(더 샌드박스)와 센트럴 피어(Central Pier)에 새로운 양방향 디지털 경험을 불어넣기로 했다. 이 가상공간에 들어온 참여자는 역사적 관심 장소를 소유, 건설, 수익화 할 수 있다. SCMP가 118년간 보유하고 정리한 사진, 뉴스 아카이브는 메타버스 내 역사적 공간에 자리잡았다.

홍콩에서 영향력 있는 신문사 가운데 하나인 <애플 데일리(Apple Daily)>는 홍콩 정부의 조치로 폐간됐다. 이때 한 개발자가 신문 홈페이지의 콘텐츠를 스크랩하여 분산형 데이터 저장 플랫폼인 '아위브'에 올리는 '애플 데일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블록체인에서 콘텐츠를 보존하는 시도다.

AP는 2021년 NFT를 발행한 뒤 올해 초 일부 포토저널리스트의 작품을 NFT화 하고 이를 판매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선보였다. 드와인(Dwayne Desaulniers) AP 웹 3.0 블록체인 겸 데이터 담당자는 "NFT도 뉴스 제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콘텐츠 선택의 중요성, 표준화된 편집 등 내부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메타버스 진입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메타버스 진입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메타버스 공간에 그들의 콘텐츠 자산을 활용하며 영토를 건설했다.

뉴스 미디어 가치 확인하는 기회

메타버스에서 언론사 영향력을 확인하는 사례도 나왔다. 2003년 린든랩스(Linden Labs)에 의해 꾸려진 가상 세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는 90만 명의 활성 사용자들이 모였다. <세컨드 라이프 인콰이어러(Enquirer)>는 '세컨드 라이프'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광고 유치를 하는 인터넷신문이다. 광고주는 전용 통화인 '린든 달러'로 광고 스팟을 구매한다. 제품을 소개하고 기사 및 보도자료도 처리한다.

<몰리퀴지션(The Maliqusition)>은 가상 항공 뉴스를 다룬다. 개인의 이야기와 의견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컬티베이트 매거진(Kultivate Magazine)>은 예술, 문화, 사진, 음악과 패션을 다루는데 아트 갤러리를 제공한다.

매체들은 이같은 노력을 새로운 세계를 향한 '이니셔티브'로 불렀다. 다분히 공격적이지만, 참여자들에게 이해와 이익을 나누는 시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의문과 과제도 만만찮다. 메타버스 기반 뉴스 콘텐츠 생성 프로세스(또는 콘텐츠 관리 프레임워크)를 구성하는가, NFT형 사고와 열광적인 독자층을 갖고 있는가, 블록체인 혁신으로 시각적인 스토리텔링 등 뉴스 콘텐츠 경험을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가 등 숱한 과제가 가로놓였다.

웹 2.0도 제대로 달성하지 않았는데...

아예 메타버스 투자를 '돈 낭비'로 보는 견해도 있다. 언론사들은 구독 콜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핵심 업무인 만큼 웹 3.0에 집중해야 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레거시 미디어는 웹 2.0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웹 1.0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일갈도 나온다.

몰입형 콘텐츠 컨설턴트로 BBC와 협업한 적이 있는 질라 왓슨(Zillah Watson)은 "'헤드셋'은 여전히 사용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VR 콘텐츠는 헤드셋을 쓸 만큼 가치가 있어야 한다. TV에서 스토리를 잘 풀어갈 수 있다면 VR은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론이 메타버스 콘텐츠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는 것과는 별개로 관련 기술 진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사용자의 기대와 바람도 제대로 짚어야 한다. 앤드류 초우(Andrew R. Chow) <타임> 기자는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하나의 통합된 세계로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과 자신의 관심사(패션에서 예술, 소비에 이르기까지)를 플랫폼에서 플랫폼으로 원활하게 가져올 수 있는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각각 게시한 콘텐츠가 해당 플랫폼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접속하든 자신의 아이디와 콘텐츠를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주권과 상호 운용성의 아이디어에 해당한다.

한국언론, 창의적 리더십 기회 갖춰야

특별한 사용자에는 특별한 집중이 필요한 대목이다.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모리세이(Brian Morrissey)는 세계신문협회 보고서에서 "뉴스 미디어 기업은 넓고 얕은 것보다 깊고 좁은 것을 좇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방식으로 생산하는 뉴스를 옮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뚜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NFT, DAO, 메타버스 등에 투자하고 있는 세계의 혁신 언론사도 이미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다. NFT 커뮤니티는 기존 유료 구독자보다 더 열성적이고 충성도가 높으며, 메타버스 사용자는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미디어에 돈을 지불할 만한 충분한 동기와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문밖에 서성이는 한국의 레거시 미디어가 풀어가야 할 문제는 분명하다. 지금까지는 기득권을 지켰지만 미지를 개척하려면 언론사의 조직 구조와 역량, 리더십을 탈바꿈해야 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재능은 저절로 탄생하지 않기 때문이다.[4] 시장을 주도하는 언론사들의 혁신에서 보고 배울 점은 바로 그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거버넌스 구조

<파이낸셜타임스> 거버넌스 구조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술, 데이터, 콘텐츠 등의 부서를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결합하는 거버넌스를 갖추고 있다. 새로운 기술환경에 대응하려면 기성 언론의 조직구조와 리더십에 대전환이 필요하다.

구독하고 공동 집필하면 보상한다

분산형 자율조직(DAO)도 부상하고 있다. '혜택이 있는 친구(Friends With Benefit, 이하 FWB)'는 대표적인 소셜 DAO이다. 2020년 "문화 현상으로서 웹3.0의 힘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3000명 이상의 가입회원과 닻을 올렸다. FWB 회원들은 디스코드, IRL 등에 모여 협업한다.

FWB는 DAO로서 커뮤니티의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이벤트, 협업 및 제품 생산을 전개했다. 특정 이벤트, 채팅에 참여할 수 있는 등 FWB 토큰에 가치를 추가하는 흐름도 설계했다. FWB 편집부는 자체적으로 특집 기사를 생산했다. 지역 저널리즘 형태인 주간 뉴스레터 'TL;DR'도 있다. 읽으려면 1FWB가 필요하다.

저널리스트 체리 후(Cherie Hu)가 설립한 '물과 음악(Water And Music)'은 크립토(Crypto) 기반 미디어다. '물과 음악'은 수십 명의 지역 사회 구성원들과 공동으로 기술이 음악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를 주제로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들에게 자체 스트림(STREAM) 토큰을 지급한다. 참여하면 혜택을 받는 구조다. 1500명의 유료 구독자가 있으며, 그들은 대부분 음악 분야에서 기술에 영향을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웹 3.0의 '진입항'으로 평가받는 '포어프론트(FOREFRONT)'는 콘텐츠 생산 기반 프로젝트다. 팟캐스트를 제공하고, 데이터 오퍼링(offering)을 진행한다. 주간 단위로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기부자에게 FF 토큰을 보상한다. FF를 보유하면 커뮤니티 구성원이 된다.

메타버스 관련 정보 소스

  1. 1

    세계신문협회(WAN-IFRA) '뉴스 미디어 혁신 월드 리포트 2022-2023' 보고서에 짧게 기술됐다.

  2. 2

    <타임>의 웹 3.0 실험은 지난해 3월 이후 1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과 2만5000명 이상의 예술가, 수집가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일궜다. 또 2만 개 이상의 NFT를 생성했다. 1만2000 개의 디지털 지갑 가운데 약 절반은 타임 온라인 채널(Time.com)과 연결돼 있다.

  3. 3

    더 샌드박스(The Sandbox)는 사용자가 블록체인에서 게임 경험을 구축, 소유 및 수익화할 수 있는 가상 세계다. 샌드(SAND)는 이더리움(ETH) 및 폴리곤(MATIC) 블록체인에서 실행되는 ERC-20 자산인 플랫폼의 기본 토큰이다. 샌드박스 알파 시즌은 플레이어가 시즌 내내 퀘스트를 완료하여 샌드(SAND) 토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게임 이벤트다. 올해 3월 <타임>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더 샌드박스'를 포함했다. <타임>은 '더 샌드박스'가 인간 상호작용의 새로운 영역인 메타버스 활성화에 기여했고, NFT에 가치를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4. 4

    NFT 시장에는 한국의 언론사들도 뛰어들었지만 커뮤니티, 세계관은 허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