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술 파트너 중요해졌다
포털도, 이용자도 언론사 뉴스 외면할 수 있다
독자의 정보 이용 경험 재설계하는 주도권 쥐어야
더 이상 기술 포기자로 미래 운운하기 어렵다
오늘 강연[1]은 인공지능이 뉴스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응하는 언론사 전략이 주제입니다. 2000년을 전후로 시장에 보급된 인터넷, 2010년 이전 등장한 스마트폰 그리고 최근 챗GPT 열기는 근 10년 주기로 지식정보 생태계에 분기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스산업은 어떤가요?
첫째, 기술력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언론사의 현주소는 알다시피 디지털에서는 광고시장을 뺐겼고, 이용자들도 등졌습니다. 오늘자 신문지면, TV뉴스를 챙겨 보는 사람들이 점점 소수가 되었습니다. 포털, 소셜미디어, 유튜브, OTT가 미디어 이용시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둘째, 오디언스는 언론사와 그 뉴스를 선호하고 충성도를 갖는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희박합니다. 뉴스조직은 오디언스의 정보를 갖고 있지 않고,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셋째, 기자와 기사의 위상에 대해 의문이 커졌습니다. 뉴스의 생명력은 불과 반나절도 넘기기 어렵습니다. 무엇이 뉴스인지도 불분명해졌습니다. 기자를 추월한 정보 생산자들이 유튜브와 커뮤니티를 주름잡고 있습니다.
산업·매출·소비 3중 위기 구조 빠진 언론사
2022 신문산업실태조사 전체 신문사의 매출 구성비는 구독 16.8%, 광고 60.6%, 기타 22.6%입니다. 10년 전 2013년도 신문매출 구성은 일간지 기준 판매 17%, 광고 60%, 부가사업 22%였습니다. 놀랍게도 거의 일치합니다. 이 수치를 신문산업의 비즈니스모델 안정성으로 해석하는 분들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구독 비중이 50%를 넘습니다. 철저한 디지털 혁신과 전환의 결과입니다.
2021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 가운데 지상파TV 방송채널 광고매출 추이도 하향세가 뚜렷합니다. 닐슨코리아가 매달 공개하는 100대 광고주의 4대 매체 광고비 집행 현황에 따르면 TV는 올 2월 1768억, 지난해 같은 달 2665억원입니다. 1천억원 정도가 감소했습니다.
신문은 오히려 200억이 늘었습니다만 상위 기업 광고주의 손절 흐름, 양극화가 뚜렷합니다. 광고단가도 싸고 광고효과를 노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흥미롭지 않은 수치입니다. 기업이 여론 전달자로서 신문의 관계를 중요하다고 '정치적으로' 고려하는 것이지 광고효율 등 시장 관점에서는 이만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 뉴스 소비의 규모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광고가 몰리는 주소지는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닙니다. 수용자의 탈브랜드 소비, 저참여로 매체와 오디언스는 점점 분리되고 있습니다. 선택과 회피로 뉴스 소비의 양극화도 가파릅니다. 하지만 뉴스조직 회의 석상에 오르내리는 유튜브나 포털뉴스의 조회수 성적표에 자부심을 갖는 오판이 심각합니다.
테크 기업, 알고리즘으로 언론사 영향력 제어
특히 언론산업이 고객 직접 점점을 구체적이고 효과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볼만한 근거도 없습니다. 이러는 사이 산업구조, 매출구조, 소비구조 등 3중 위기의 구렁텅이에 빠졌습니다. 이를 극복할 만한 자본력도 부족합니다. 뉴스는 글로벌 시장 진출도 어려워서 새로운 기회 창출도 한계가 뚜렷합니다. 물론 좋은 콘텐츠는 불패라는 실증도 있지만 거기에 따른 지출도 양립합니다. 비전, 조직, 업무환경을 전향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어떤 콘텐츠도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구독 습관 형성, 뉴스 유료화 등 언론사에 기대를 걸만한 이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지점에 레거시 미디어의 존재감은 엷습니다. 중소 규모 언론사의 동력은 더 떨어집니다. 새로운 오디언스 접점을 마련하는 시도도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한 중앙일간지가 유튜브 채널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시사 장르'에 주력합니다. 수억 원을 들여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현실정치'에 국한시켜 접근하는 것이 브랜드에 이로운 결론일까요?
플랫폼 전략도 깊숙하게 손을 봐야 하지만 일반적인 대응에 머물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매체의 정체성을 부각하는 시도를 펼쳤지만 이마저도 레드오션이 되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처럼 언론사 브랜드 구독을 유도하지만 본질적으로 유튜브는 커뮤니티-팬을 형성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관계와 교류가 없는 채널은 무의미합니다. 마치 포털사이트 언론사판과 같습니다. 자신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려고 할 때 포털, 유튜브는 효과적인 플랫폼인지 자문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는 뉴스 시장을 극적으로 바꿨습니다. 본질적인 게임 체인저는 '내'가 이야기하는 곳에, '내'가 참여하는 곳에 '내'가 필요로 하는 뉴스를 가져다주는 역할입니다. 모든 언론사들이 급부상한 소셜미디어에 계정을 개설하고 뉴스를 배포했습니다. 버티컬 채널도 열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은 언론사의 뉴스를 알고리즘의 소굴로 던져 넣고 이용자의 뉴스 노출을 통제했습니다.
빅플랫폼의 AI 활용 환경에서 뉴스는 미아된다
그러나 거대 플랫폼은 '대마불사'가 아닙니다. 한국의 포털사이트도 이용자 이탈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양대 포털의 PC 뉴스 서비스를 이용한 순방문자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2005년 6월 기준 네이버 PC 뉴스 서비스 순방문자수는 1900만여명에 달했으나 2020년 6월에는 1000만명 선이 붕괴돼 982만여명에 그쳤습니다. 2005년 다음 PC 뉴스 서비스 순 방문자수는 1899만여명에 달했던 반면 2020년에는 846만명으로 줄었습니다.
모바일 웹에서도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순 방문자수는 917만명에서 358만여명으로 급감했습니다. 다음의 경우 같은 기간 485만여명에서 315만여명으로 줄었습니다. 모바일앱은 빠져 있지만요. 모바일앱은 조사의 한계로 수치가 나와 있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이후가 반영되지 않은 한계에도 이러한 흐름은 당연하다,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뉴스 이용자는 양대 포털뉴스 이외에도 미디어를 이용하는 경로가 부쩍 늘었습니다.
물론 20년 뉴스 소비 습관이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뉴스를 매개하는 데 충실하면서 영향력을 증가시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포털사업자에게 뉴스 서비스도 점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포털 제휴 언론사의 뉴스 아웃링크 추진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포털이 뉴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이용자의 뉴스 이용 경험도 나빠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참여할수록 보상을 받는 웹3 패러다임도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내 정보, 내 활동, 내 콘텐츠가 주목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흐름은 반짝 유행이 아닙니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AI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따라서 뉴스 서비스 구조도 탈바꿈할 것입니다. 지식IN, 부동산, 주식 등 보유 데이터베이스와 AI가 연계되면서 지식 정보가 새롭게 구성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웃링크 자체가 아니라 전체 생태계에서 뉴스는 어떻게 될까요,라고 질문할 때입니다.
'정보 허브'로 서비스 역할 부상한다
AI 열기가 대단합니다. 먼저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뉴스에서 AI와 관련된 모든 작업에는 비용이 따릅니다. 대부분의 AI 도구, 서비스 또는 이를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는 뉴스 조직이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소수의 강력한 테크 및 플랫폼 기업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데이터 학습에는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듭니다. 소규모 스타트업도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언론계도 AI 활용에 관심이 큽니다. 오늘날 AI는 뉴스룸 현장에서 이미 큰 비중을 갖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AI 기반으로 번역하고 필사합니다. 뉴스 서비스에도 알고리즘을 적용합니다. 이미 모든 뉴스와 서비스에 등장한 상태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챗GPT는 더욱 발전된 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AI 사용의 증가 가능성이 고조돼 있습니다.
검색 환경에서는 언론사 사이트의 기사 페이지가 최종 도착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챗GPT가 인프라로서, 플랫폼으로서 자리잡는다면 언론사 뉴스는 최소한의 역할로 한정될 수 있습니다. 챗GPT는 이용자의 정보 접점 환경을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UGC나 유튜브처럼 완성된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구성하는 단계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AI를 단순히 더 빠르고 자동화된 방법으로만 생각하는 것을 벗어날 때 가능합니다. 잠재력에 다가서려면 더 스토리 중심적이고 더 오디언스 중심적이어야 합니다. AI를 최종 제품을 만드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일부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국립도서관의 디지털 논문을 AI로 학습한 뒤 대화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것에 질문을 하고 활용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입니다. 바로 정보 허브의 기능입니다.
미래 비전 없어 로봇기사 이후 휴면 상태
해외매체를 중심으로 AI 활용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계학습을 통해 보도에 활용하는 매체들부터 AP, 로이터 등 세계적 뉴스 통신사를 중심으로 아카이브 고도화를 통해 뉴스제작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습니다. BBC 오리엘 프로젝트는 기자가 기사에 가장 적합한 이미지를 자사 아카이브에서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 BBC는 방대한 영상 아카이브를 재구성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실험도 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개인화에 이어 창의적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AI는 잠재적으로 뉴스조직에 새로운 제어 수단을 추가합니다. 뉴스 조직 운영의 모든 측면에 중요한 인프라, 서비스 및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뉴스 제작 및 배포에 더 깊이 관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와 고객에 대한 이슈를 갖습니다. 데이터 부서, 마케팅과 뉴스생산부서의 협업 관계 조정 등 관리와 적용의 문제를 비롯 의사결정구조를 재편해야 합니다. 제품, 데이터, 기술, 고객 등 전 부문에서 최고의 전문가를 필요로 합니다.
국내외 언론사의 AI 기술 활용 사례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 이유 가운데는 내부에 기술 비전과 체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 해외 언론사는 저널리즘부터 교육, 독자 참여, 미디어 합성, 구독 등 콘텐츠 생산부터 비즈니스까지 다양한 범위를 다루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는 로봇기사 중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사들은 미디어 생태계에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면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뉴스조직이 하지 못하면 외부의 다른 조직에서 할 거라는 인식 덕분입니다. 안에 없다면 밖과 협력해야 합니다. 기술 파트너를 물색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가능성이 있다면 투자합니다. 날씨(기상) 보도에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이제 사람들은 언론 보도를 거치지 않고 날씨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무엇이 가능한지, 어떻게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상상해야 합니다.
기술에 어떻게 접근할지 상상력 키울 때다
이를 위해 언론사는 기술 기업 또는 스타트업과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새로운 상황 가운데 하나는 기존 AI 도구를 저널리즘에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개 조직이 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외에서는 실험을 대신 해주는 곳도 있고 완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연구소도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뚜렷한 협업 사례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그 길이 열리기까지는 시간 문제입니다.
실제로 많은 언론사의 저널리즘 혁신에 복잡한 AI 연구개발(R&D)이 항상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이미 구축된 외부 솔루션 즉 오픈소스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테스트는 충분합니다. 그러나 이 최소한의 걸음을 떼기 위해서라도 뉴스 조직은 기술과 내부 워크플로우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사람과 조직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역할은 한국 언론사 안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화 모델에 따르면 미디어는 웹사이트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서 연결 기반 미디어, 데어티 기반 미디어, AI 미디어로 향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형식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이 시점에서 레거시 미디어에 요구되는 것은 상상력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접근 방법입니다.
즉, 기술 파트너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대학 컴퓨터 관련 학과,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보유한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뉴스조직 내부에서 누가 어떻게 진행하고 마무리할 것인가를 정돈하는 것부터 서둘러 시작해야 합니다. 해외 언론사는 조직을 꾸리고 활동 방향이나 가이드를 만든 뒤 실험에 나선다. 그 과정을 보면서 외부 협력자도 찾고, 종합적인 비전을 수립한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전개한다. 이것은 비단 AI에만 국한하는 일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혁신과 전환 프로세스가 있어야 하고 그것은 조직, 전문가, 리더십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인공지능의 메시지...퀄리티 저널리즘 추진
생성형 AI는 뉴스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autoGPT는)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가져다 줍니다. 또 즐겨 찾는 정보 플랫폼도 교체합니다. 표준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보다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내가 제어하고 완성할 수 있는 과정 즉 정보 이용 경험을 재설계합니다. 오디언스 관계는 더욱 주목받을 것입니다. 고객이 요청하면 대응할 수 있는 조직과 그 체계가 준비돼야 합니다. 기자도 정보 큐레이션부터 기술 활용과 독자 소통의 역할이 더 커질 것입니다.
뉴스조직과 독자 간 관계는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콘텐츠 이상의 브랜드 경험을 제시해야 합니다. WSJ는 지난해 컨퍼런스 하면서 메타버스 환경을 구현하고 이를 서비스했습니다. 경제적 보상, 심리적 접점, 차별화한 콘텐츠(서비스)로 미디어 브랜드를 새롭게 설정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혁신 미디어 기업이 새로운 기술 수용을 생태계 주도권(Initiative) 차원에서 다루는 것과 같은 배경입니다.
물론 핵심은 저널리즘입니다. 언론을 다른 기술 기업, 데이터 기업과 구분하는 결정적 가치입니다. 워싱턴포스트 한국인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그 매체에서 가장 자랑할 것은 무엇인가? 동료들과 왜 이걸 서비스해야 하는지를 질문하고 토론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제품을 만들고 독자의 반응을 보고 다음 프로젝트에 수렴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AI 기반 서비스도 저널리즘 개선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챗GPT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하루 아침에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식과 철학의 뿌리가 굳건해야 합니다. 인터넷 초기 실패했던 것을, 스마트폰 때 외면했던 것을 AI 시대에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여야 합니다. 국내 언론사는 더 이상 '기술 포기자'로 생존할 수 없습니다. 인정사정없는 위기가 닥칩니다.
감사합니다.
-
1
이 글은 2023년 4월 20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사례> 전문연수 강의 때 발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