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세대가 오고 있다."
지난 9월 국내 최대 코인 거래소 업비트(Upbit)가 주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UDC, Upbit Developer Conference). 이 자리에서는 NFT, 메타버스 등 블록체인 생태계의 가능성을 두고 관련 기술기업과 전문가들의 진단이 오고 갔다.
블록체인 완성도, 메타버스 연결성, NFT 멤버십, 다오(DAO)의 가능성과 한계 등 몇 가지 주제는 10월 열린 ‘서울 메타위크‘의 관심사와 닿아 있었다. 대중이 블록체인 기술 효용성을 광범위하게 받아들이는 흐름에서 기술적 한계와 잠재력에 대한 조명은 당분간 주목받는 소재라고 할 것이다.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의 참석자들은 기업 사례와 현장의 목소리를 비교적 담담하게 공유했다. 10월 '서울 메타위크'보다 늦었지만 몇 가지 시사점들을 정리해 재구성했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크고 작은 한계와 솔루션들은 결국 기술 진화에 대한 신념과 연대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블록체인 최대 과제는 보안성 검증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는 탈중앙화다. 기술 효용이 일부 기업이 아닌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HYBE America) 대표는 “현재 웹2.0 생태계에선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이용자가 아닌 플랫폼이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간다”면서 “블록체인으로 구현된 디앱(dApp) 기반 소유권 경제에선 데이터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돌려주어 이용자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 광고주까지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하이브는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합작회사 ’레벨스(Levvels)‘를 통해 팬덤 기반 비즈니스 모델에 이같은 가치를 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과제는 서비스 완성도와 보안성 검증이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크립토 윈터’를 넘기기 위해선 완성된 서비스로서 블록체인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기준을 높이려면 프로젝트 관리와 내부 통제 측면에서 높은 도덕적 기준이 요구될 것”이라면서 “업비트도 규제준수와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의 핵심 경쟁력은 강력한 보안성 기반 신뢰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해킹 사건은 사람들에게 불신을 낳았다. 박세준 ‘티오리(Theori)’ 대표는 “블록체인의 개념과 이론만 보면 안전한 기술이지만 언제든 보안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보안 중심의 프로젝트 진행과 론칭 후 코드 변화가 있는지 등 검증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나된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니콜라스 언쇼우(Nicolas Earnshaw) 디센트럴랜드 재단(Decentraland Foundation) 개발환경 총괄은 “메타버스는 단순 가상공간이 아닌 인터넷 진화의 다음 단계”라고 정의했다. 탈중앙화의 비전을 담았던 인터넷이 기업 수익 중심의 폐쇄적 생태계로 변질된 지금, 이용자 합의 중심의 블록체인이 구성하는 메타버스가 인터넷이 진화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니콜라스 언쇼우 총괄은 “이용자 커뮤니티가 가치를 결정하고 사교 활동과 일자리, 수익 창출이 가능한 메타버스를 만들려면 실시간 서비스 구축 기술과 통합된 메타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글로벌 표준 논의 구조에 참여해 상호운용이 가능한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 ‘연결성’이 강조된다면 메타버스의 비즈니스 측면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와 창의성이 중요하다. 메타버스에 도전하는 대표적인 기업 더 샌드박스(The Sandbox) 최고운영책임자 겸 공동설립자인 세바스찬 보르제(Sebastien Borget)도 “메타버스는 빈 공간이며, 아바타와 유명 IP 등 다양한 콘텐츠가 채워져야 다양한 경험을 창출하는 풍성한 메타버스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체 토큰으로 메타버스 안에서 생태계를 만들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 “현실에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같은 긍정적 영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NFT 시작과 끝은 이용자 커뮤니티
가장 불꽃을 일으켰고 활성화된 NFT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웹3.0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이미 익숙한 용어가 됐다. 대표주자로 이용자가 운동하고 움직이면 보상을 주는 스테픈(Stepn)이 있다. NFT로 이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른바 ‘Move to Earn(움직이며 돈을 번다)' 콘셉트다.
쉬티 라스토기 망가니(Shiti Rastogi Manghani) 스테픈 마케팅 총책임자는 “스테픈의 고속 성장 뒤에는 커뮤니티가 있다”고 짚었다. “상품보다는 커뮤니티에 집중해 트위터와 디스코드(Discord)에서 기반을 구축하고 UX-UI 등에서 지속적인 피드백 수용과 밋업(meet-up)을 진행하며 활성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커뮤니티 중심에는 NFT가 있었고 네트워크 효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유명 캐릭터 IP 펭수는 기존의 팬덤을 확장시키기 위해 NFT를 선택했다. 한결 EBS 아트 디렉터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세컨드 크리에이터가 되어 콘텐츠 재생산과 IP 영향력을 확장시키는 끈끈한 커뮤니티를 구성한 것이 펭수의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한결 아트 디렉터는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알기에 NFT를 선택했다. 디지털 자산화로의 확장성 그리고 매개체 없이 자유로운 시장 참여가 가능한 커뮤니티성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NFT 도입에 있어 고려한 지점을 “적합한 블록체인 선정, 완성된 NFT 사용성, IP의 정체성, 디지털 생태계를 반영하는 디자인”이라 말하며 특히, 펭수의 정체성과 NFT 트렌드를 고려해 3D 아트워크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초기 구성원 역할 규정 중요한 다오
탈중앙화 조직 다오는 중앙집중적인 리더십 없이 커뮤니티가 설정한 규칙과 블록체인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올렉 쿠디노브(Oleg Kudinov) 원인치 랩스(1inch Labs) 사업개발부장은 다오가 “범위(scope), 깊이(depth), 효율성(efficiency) 3가지 측면에서 조직적 한계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올렉 쿠디노브 사업개발부장은 “범위는 전략에 대한 중요한 이슈가 생겼을 때, 다오 커뮤니티의 모두가 전략에 기반해 프로젝트의 방향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한계”라고 설명했다. 중앙집중적인 리더십이 부재하면 의사결정권자인 커뮤니티 모두가 전략에 기반해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는 곧 깊이의 한계를 수반한다. 다오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일 수 없고 필요한 행동과 질문을 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공유하고 있기 힘들어서다. 이어지는 의문은 효율성이다. 커뮤니티가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규칙과 결정을 실행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다. 전 세계의 구성원들이 흩어져 있는 다오의 특성상 상당히 느린 것이 현실이다.
그는 “다오 구성원들에게 공통된 목표나 과제는 있지만 개인 책임과 동기부여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프로젝트 진행이 부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예방하려면 초기에 구성원의 역할 등 구조와 규칙을 효과적으로 설계해야 미래에 닥치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브라이언 루(Brian Lu) 일드길드게임즈(Yield Guild Games) 파트너 겸 공동설립자는 다오의 탈중앙화가 가져다 주는 이익과 함께 지속적으로 발생해온 보안 이슈를 지적했다. “초기 다오들을 통해 블록체인 코드가 완전 무결하지 않으며 보안 감사와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다오의 성패는 온체인인지 오프체인인지, 창작자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정보가 커뮤니티에 잘 공유되는지, 멤버들이 아이디어를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는지, 투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멤버들은 어떻게 보상을 받는지 등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자 데이터 주권 확보 가능하다
인터넷의 미래인 웹3.0은 결국 데이터가 시작과 끝이다. 이용자에게 데이터 주권을 돌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초기 인터넷의 탈중앙화 비전이 실패하고 중앙집중화된 이유는 개인이 디지털 공간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게임사 수퍼트리(SuperTree) 이승목 전략이사는 "블록체인 기술의 분산화, 고유성, 투명성 그리고 확장성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며 ‘데이터3.0’ 개념을 제시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검증된 크리덴셜(verifiable credential)’[1]은 데이터의 집합으로 탈중앙화된 웹에서도 이용자의 신원과 자격, 활동, 기여 등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중앙집중화된 기술 플랫폼을 거칠 필요가 없어 이용자가 데이터 주권을 갖는다. 개인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에 분산화는 웹2.0에서 나타나는 잠재적인 개인정보 유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 웹을 위한 뜬 구름이 아니라 온전한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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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덴셜(credential)은 쉽게 말해 신원이나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모인 데이터의 집합이다. 주민등록증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주민등록증에 표기된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발급기관 등의 정보는 각각 주민등록증이라는 크리덴셜을 증명하기 위한 데이터들인 것이다. 물리공간에서 크리덴셜은 운전, 대학증명, 해외여행 등 많은 것을 가능케 하지만 웹 상의 크리덴셜은 표현이 어려워 물리공간의 크리덴셜과 동일한 신뢰를 얻기 어렵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검증된 크리덴셜(verifiable credential)은 디지털 서명 등을 기반으로 동일한 신뢰를 얻거나 변조검증 등 그 이상의 역할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