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전통적인 구독(신문, 잡지, 유료TV) 외에도 가입 및 기타 유료회원으로의 등록, 기부 등을 포함한다.[1]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 소유하는 것보다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인 구독경제는 미국의 구독경제 관련 결제시스템 제공 업체인 주오라(Zuora)가 제안한 개념이다.[2]
미디어 시장에도 구독 비즈니스가 주도하고 있다. 개인의 성향, 기호를 충족하는 개인화 서비스도 핵심 경쟁력이 됐다.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명이 공유하는 편의성도 보강됐다. 더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투자도 잇달았다.
이제는 구독경제 전반에 이른바 '성실한-정직한 구독'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유료 구독을 결제한 뒤 이용하지 않으면서 해지하지 않고 잊고 있던 경험이 적지 않다. 그대로 구독료가 빠져나가는 경우로 구독자가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환경이다. 이를 기업이 먼저 바로잡자는 것이다.
"구독 비즈니스에서는 자고 있는 호랑이는 깨워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다. 호랑이는 '게으르게 보이는 구독자'를 뜻한다. 괜히 관련 사실을 알려 호랑이 구독자가 해지를 하면 기업은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일본 KDDI는 최근 보고서에서 '다크 넛지(Dark Nudge)’ 마케팅과 대척점에 있는, 호랑이를 깨우고 있는 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구독 비즈니스로 성장한 넷플릭스는 2020년 휴면 회원을 대상으로 자동 해지시스템을 도입했다. 에디 우(Eddy Wu) 넷플릭스 제품 혁신 담당자는 2020년 5월 자사 홍보 채널에서 "가입 후 1년 동안 아무 것도 시청하지 않은 구독자에게 멤버십을 유지할 것인지 확인을 요청하는 이메일 또는 앱 알림을 보낸다"고 밝혔다.[3] 계속 구독하기를 원하는지 피드백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구독을 취소한다.[4]
제조원가를 공개하는 미국 의류업체 에버레인(Everlane), 가입자의 보험료 사용내역을 밝히는 미국 보험사 레모네이드도 고객에 대한 성실함으로 부상했다.
올해 8월 미국 가전 양판점 베스트바이(BestBuy)는 소비자 집단소송을 겪었다. TV에 부가로 판매한 소프트웨어 판매는 매월 자동으로 갱신되는 것을 명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캘포니아 자동갱신법률(California Automatic Renewal Law)을 저촉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에서 틈새 비즈니스도 나왔다. 기업이 계약하는 불필요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관리하는 구독대행사(Vendr) 등장이 대표적이다.
구독시장을 점검하는 정책 당국의 규제 기류도 있다. 영국 경쟁시장국(CMA)은 게임업체 세 곳의 구독 과금 방식을 시정했다. 국내 정책당국도 '비합리적 소비'를 유도하는 등 구독경제가 일으키는 소비자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5] 구독 서비스에 대한 만족이 크지 않거나 관심이 사라졌음에도 해지 과정의 귀찮음 등으로 금전 손실을 감수하는 사례 때문이다.
구독모델을 시행, 확장하는 미디어 기업도 주목해야 하는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과금 정책을 단순하게 바꿔야 한다. 예를 들면 휴면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과금 형태와 자동 갱신 방식에 대한 가이드를 만들어야 한다. 또 불명료한 해지 방법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요금제도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에서는 구독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다.
결국 구독을 통해 어떤 유익이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 가치를 높여 신규 가입을 촉진하고 해지를 막는 근본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구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또다른 경험(체험)을 제공해야 한다. 공감을 기반으로 구독자와 관계증진도 중요하다. 새로운 제안을 비롯 할인, 패키지 상품 제시도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성실한 구독'의 여정이다. 독자의 구독료가 어떻게 쓰이고 환원되는지를 보여주는 프로세스이다. 독자를 고객으로 존중하고 무엇이 고객에게 본질적으로 중요한 가치인지를 찾고, 구현하는 일이다. 가치를 확장하는 것은 콘텐츠로는 부족하다. 성실한 노력이 보여질 때 구독모델이 완성된다.
국내 언론사는 이제 조금씩 구독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신문협회보에 따르면 서울 소재 종합일간지 가운데 <중앙일보>는 프리미엄 모델로 유료화를 시행 중이다. <조선일보>, <한국경제>도 유료화 사전 정지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얼마전 론칭한 '마켓PRO' 채널은 '회원 전용' 콘텐츠로 전문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 프리미엄 콘텐츠 생산에는 5명의 전담 기자가 맡고 있다.
그러나 텔레그램 메신저, 페이스북 등 일부 소셜미디어 콘텐츠 배포 외에는 '구독모델'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는 속도가 붙지 않은 상황이다. 주식투자 관련 콘텐츠는 투자 시장 환경과 맞물려 있고, 외부 기고자 관리 등 콘텐츠에 대한 독자 반응을 더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의 한 관계자는 "페이지뷰 추이에 집중하고 있어 고객 관점의 장기 계획을 수립하기는 이른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뉴스 유료화를 시행하고 있는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긴 계획을 갖고 시행하고는 있으나 요금, 편집국 대응 등 시급한 문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구독모델'에 따라 구독자 소통, 관계 증진 등 멤버십 강화는 여전히 안갯 속이다. 이 관계자는 "어느 정도 유료 콘텐츠 라인업이 안정화 하면 기본적으로는 구독자의 의견이나 관심사를 맞추는 등 기본부터 정립할 부분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소비자 연구조사기관 'C+R 리서치'(C+R Research)는 디지털 구독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 있는 5가지 이유로 저렴한 가격 구조, 즉각적인 소비 체험, 개인화, 소셜미디어 접점, 끊임없는 개선과 보완 등을 꼽았다.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비롯 고객 목소리를 수렴하는 속도와 역량에 구독모델의 성패가 달려있다.
이제 막 구독모델에 진입한 한국언론은 지불 편의성, 인프라 구축, 조직 정비 등을 풀어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구독모델을 시작했다면 잠든 호랑이는 시야에 곧 들어온다. 구독모델 전반에 독자 존중의 관점을 수렴하는 것은 나중에 할 일이 아니다. '성실한 구독모델'은 바로 지금 다뤄야 할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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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품이나 서비스 별로 결제가 이루어지던 기존의 경제 모형이 아니라 구독(Subscription) 기반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경제 모형을 지칭한다. 구독경제의 핵심이 서비스라는 점에서 '가입경제'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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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ien Tzuo·Gabe Weisert(2018), Subscrib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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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디 우는 "구독자는 항상 쉽게 가입하고 취소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사람들이 힘들게 번 현금을 절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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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구독 철회로 계정 해지 후 10개월 이내에 다시 가입하는 사람은 즐겨찾기, 프로필, 보기 기본 설정 및 계정 세부 정보를 그대로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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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영훈(2019), 구독경제에서의 소비자문제 개선방안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