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언론산업의 희망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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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4일

신뢰 기반의 언론산업, 신뢰보증 기술 블록체인과 조화 이뤄
현재로서는 신뢰 담보하는 최선의 선택은 블록체인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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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론사는 테크놀로지 기업이다. 뉴스콘텐츠 생산 기업으로서 언론사에 대한 시각이나 접근은 익숙하고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언론사가 테크놀로지 기업이라는 주장, 생경하고 도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동양 최초 인터넷신문인 조인스닷컴은 1995년 모습을 드러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뉴스서비스를 시작한 해는 2000년이다. 이후 인터넷 테크놀로지가 언론산업에 미친 영향이나 인터넷 뉴스미디어 중심으로 재편된 현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995년 이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신문사는 인쇄기술 부문에서 최고 테크놀로지를 구현했다. 영상 및 통신 부문의 최고 테크놀로지는 방송사 것이었다. 이제는 과거 영광의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시간이 흘렀지만, 인터넷이 언론산업에 등장하기 전 매우 오랫동안 신문사, 방송사 등 소위 레거시 언론사는 최고 테크놀로지 기업으로서 명성을 누렸다.

언론사의 주된 비즈니스 모델은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해 이를 소비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뉴스 생산, 유통, 소비라는 모든 과정에 테크놀로지가 작동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언론사의 핵심 영역은 뉴스와 테크놀로지다. 언론사가 어렵고 언론산업에 대한 희망적 전망이 사라진 것은 뉴스의 콘텐츠 경쟁력 문제만은 아니다. 테크놀로지 활용과 운용의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뉴스 생산, 유통, 소비 전과정은 신문사와 방송사가 지배했다. 신문사는 신문을 만들어 자신의 보급소를 통해 배달했다. 방송사는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해 자신의 중계소를 통해 송출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 등 거대 인터넷플랫폼사업자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신문사와 방송사의 뉴스 유통 시장 장악력이 없어져 버렸다.

언론산업은 웹 테크놀로지의 도입과 발전으로 인해 그동안 수많은 부침이 있었다. 웹 테크놀로지 측면에서 우리나라 각 온‧오프라인 언론사가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력을 가졌던 것은 전반적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짧은 기간이다. 거칠게 구분하자면, 이를 뉴스의 웹 1.0 시대라 할 수 있다. 개별 언론사가 인터넷미디어로서 작동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는 영향력이 인터넷플랫폼사업자로 옮아갔다.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 등이 복수 언론사의 뉴스를 배열해 노출함으로써 뉴스 이용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현재도 이들 인터넷플랫폼사업자의 절대적 언론시장 지배력은 여전하다. 이는 뉴스의 웹 2.0 시대다. 브랜드와 차별성이 거의 사라진 언론사는 인터넷플랫폼사업자의 콘텐츠 제공자로 전락했다.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가 작동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플랫폼에서 공적 정보‧지식 전달자로서 언론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언론산업 현실에 대한 비판을 인터넷플랫폼 탓으로만 돌리기엔 언론사 과오가 너무 크다. 콘텐츠로서 뉴스의 경쟁력 약화, 축적된 이용자 데이터의 부재, 무엇보다도 언론사 및 언론인의 테크놀로지 DNA 소멸 등이 비판 받아야 마땅한 지점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확인되는 변화 조짐이다. 테크놀로지 도입과 활용에 소극적이었던 언론산업이 조금씩 적극성을 더하고 있다. 테크놀로지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한 언론산업은 이제 테크놀로지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 한다. 그 핵심 테크놀로지로 블록체인이 손꼽힌다. 비가역적 분산원장을 통한 탈중앙화 테크놀로지인 블록체인이 뉴스의 웹 3.0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잦아지고 있다. 현재 인터넷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중앙집중적 언론권력이 블록체인 테크놀로지로 인해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와 언론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에도 점점 힘이 실린다.

뉴스의 웹 3.0 시대는 단지 언론산업에서 포털사이트,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플랫폼의 지배적 영향력이 사라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뉴스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한다. 페이크뉴스 유통을 막을 수 있고, 투명한 뉴스 이용 보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며, 광고 효율성 극대화로 안정적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한 언론사 및 언론인의 뉴스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고, 언론사 및 언론인에 대한 후원이나 보상을 손쉽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물론 블록체인 테크놀로지의 차별적 특성으로 가능하다. 블록체인의 특성으로 흔히 보안을 일컫는다. 하지만 작동 원리와 방식을 이해한다면 보안이 아니라 신뢰가 블록체인의 핵심 특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는 생태계 내 모든 거래장부가 실시간으로 모든 행위자에게 공유함으로써 거래장부의 위변조를 불가능하게 한다.

블록체인이 신뢰 테크놀로지라면, 언론산업 핵심 역시 신뢰다. 언론이 제4부로서 작동할 수 있는 근간에는 시민의 신뢰가 있다. 현대 대의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알 권리는 일반적으로 언론사 및 언론인을 통해 실현된다. 시민의 알 권리를 대리하는 언론사 및 언론인은 언론 자유를 누린다. 따라서 언론은 시민의 알 권리에 충실히 복무해야 한다. 언론이 자신의 알 권리를 대신해 사회 전반을 감시하고 정보를 제공한다는 시민의 믿음은 뉴스를 통한 언론사의 적절한 사익 실현을 정당하게 한다. 최근 언론산업 전반에 걸쳐 시민의 비판이 예사롭지 않다. 심지어 언론 자유를 규제하자는 주장도 많다. 과도한 언론 자유로 시민의 신뢰를 저버린 언론사 및 언론인에 대한 질타는 매섭다. 책임 있는 언론 자유는 시민 신뢰를 회복하고 제고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언론에 대한 시민 신뢰를 위해 도입되고 활용될 수 있는 최선의 테크놀로지가 현재로선 블록체인이다. 언론산업과 블록체인이 신뢰라는 공통분모로 설명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우리 언론산업에서 진행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언론매체 창간,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사업 실시,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기반 뉴스생테계 구축 등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먼저 블록체인 테크놀로지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언론매체 창간이다. 이는 다시 독립 블록체인 언론매체 창간, 자매 블록체인 언론매체 창간, 협업 언론매체 창간으로 구분된다. 토큰포스트, 블록인프레스 등은 독립적으로 블록체인 언론매체로 창간된 사례다. 기존 언론매체가 자매 매체 형태로 창간한 자매 블록체인 언론매체로는 파이낸셜뉴스의 블록포스트가 대표적이다. 협업 언론매체로는 매일경제의 디스트리트, 중앙일보의 조인디 등과 같이 언론사와 블록체인 기업이 공동으로 투자한 경우와 한겨레의 코인데스크코리아 등처럼 우리 언론사가 해외 블록체인 언론매체와 협업한 경우가 있다. 이 같은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전문 언론매체 창간은 어쩌면 언론사가 가장 손쉽게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방법이다. 사안에 대한 취재와 정리 후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 배포하는 일은 언론사가 가장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혹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이니셔티브를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사가 블록체인 언론매체 창간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문제는 대부분 보도에만 그친다는 것이다. 각종 산업, 테크놀로지 등에 대해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소개할 뿐만 아니라 분석까지 해왔던 언론사가 해당 산업이나 테크놀로지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를 넘어 허탈한 수준이다. 사업다각화를 통해 비즈니스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당위를 모를 일 없는 언론사가 최고 정보를 생산하면서 이를 자신의 비즈니스로 만들지 않고 혹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철저한 자기반성의 대상이 돼야 한다. 물론 최근에는 변화가 일고 있다. 아래에 소개할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사업에 언론사가 직접 취재하고 정리한 정보가 활용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수준은 미미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언론산업에서 진행된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다른 하나는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사업이다. 여기에는 암호화폐,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 등 가상자산 발행이 있다. 스팀잇(Steemit), 시빌(Civil), 퍼블리시(PUBLISH) 등은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이는 암호화폐 발행을 통해 뉴스 저작권자와 뉴스 이용자에게 이익을 발생시키는 모델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모델로 주목을 끌었던 스팀잇은 투자자와 개발자에게 이익이 집중되면서 성공을 말하기 어렵게 됐고, 시빌은 ICO(Initial Coin Offering, 암호화폐공개)가 실패하면서 비즈니스를 접었다. 최근 언론산업에선 암호화폐보다 NFT 발행에 더욱 적극적이다. NFT 테크놀로지는 접근과 운용이 상대적으로 손쉬울 뿐만 아니라 수익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임으로써 언론사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네 번째 대국을 NFT로 판매한 코인데스크코리아, 백범 김구 선생의 휘호가 게재된 신문지면을 NFT로 판매한 영남일보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사례는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OpenSea)에서 판매된 것이다. 이외에도 언론사가 개발사와 합작을 통해 NFT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거나 자체적으로 NFT 마켓플레이스를 개발하는 경우 등도 있다. 한편 상대적으로 드물긴 하지만 언론사가 메인넷 운영에 참여하거나 자체 메인넷을 개발하기도 한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의 현재 도입과 활용 수준, 전망 등을 고려한다면, 언론사는 관련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 정도, 관련 사업의 실행력, 조직의 유연성, 의사결정권자의 결단력 등에서 개별 언론사는 천차만별의 수준을 갖고 있다. 그 동안 있었던 언론 관련 테크놀로지 사업에서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실은 언론사의 실질적 참여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또한 테크놀로지 사업에서 언론사는 협업보다는 자체 사업 진행을 고집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저널리즘이 뉴스와 테크놀로지의 융합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 언론사를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부를 순 없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사업에서 당장 언론사가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영역은 테크놀로지보다는 거번넌스 구축이다. 거너번스가 테크놀로지 도입과 활용 등 사업 내용을 결정할 수도 있다.

마지막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뉴스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의 가장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도입이자 활용이다. 언론사는 인터넷플랫폼으로부터 언론권력을 되찾고자 한다. 이를 위해선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들이 모여 하나의 네트워크로 작동하는 수밖에 없다. 비가역적 분산원장을 통한 탈중앙화 테크놀로지인 블록체인은 해당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 수로 그 영향력과 작동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언론사가 노드로 참여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완성된다면, 하나의 뉴스생태계로 작동할 수 있다. 여기에 뉴스를 보는 시민에 대한 적절한 보상 시스템과 광고 모델이 도입되면 하나의 뉴스 경제체계도 만들어진다. 인터넷플랫폼을 넘어선 새로운 언론산업 구조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는 블록체인 테크미디어 기업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퍼블리시가 지향하고 구축하고 있는 뉴스생태계다. 퍼블리시의 원대한 꿈이 실현되기 위해선 적용하는 테크놀로지가 정말 탈중앙적인가를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의 우수성이나 무결성은 이론적으로 증명 가능하지만, 실제 작동 과정에서 현실적 문제로 타협을 시도하는 경우 블록체인 뉴스생태계는 완성될 수 없다. 참여 언론사, 관계사, 이용자 등 모든 행위자가 해당 블록체인 뉴스생태계를 계속 감시하고 검증할 수 있는 체계와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테크놀로지는 가치중립적이다. 다만 적용되고 활용되는 과정에서 테크놀로지의 중립적 가치는 지향을 가지게 된다. 웹 1.0을 거쳐 웹 2.0까지 실현된 테크놀로지가 웹의 핵심 특성으로 잘 알려진 개방성, 참여성, 투명성 등을 제대로 반영해 왔는지 비판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웹 3.0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수많은 테크놀로지가 언론산업에 활용됐다. 해당 테크놀로지가 가진 정합성을 제대로 살려왔다면 뉴스생태계는 시민의 비판을 받고 있는 현재 모습이 아닐 것이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도 마찬가지다. 그 가능성과 효용성이 최대한 발휘되는 방향으로 적용되고 활용되고 있는지를 언론산업 전체가 감시하고 교정하는 체계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산업은 신뢰산업이다. 아직까지는 언론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최고 테크놀로지는 블록체인이 유일하다. 현재 언론산업이 불록체인에서 희망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블록체인 비즈니스 리뷰(BBR)> 2022년 6월호에 실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