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세계 미디어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메타버스, 웹3.0, NFT 등 블록체인 기술을 배경으로 한다. 국내외 언론사들이 블록체인[1]을 관심사에 올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이다.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는 2018년 '블록체인: 차세대 미디어 서비스 기반'을 주제로 웨비나를 열었다. 세계신문협회(WAN-IFRA)는 이듬해 '블록체인과 뉴스의 미래(새로운 미디어 에코시스템을 향해)' 보고서[1]를 펴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콘텐츠 생산 및 유통, 참여자 보상, 유료 콘텐츠 거래, 저작권 관리, 광고 비즈니스 등 뉴스 비즈니스 전반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개인 없이 당사자 간 직접 거래를 가능케 하는 분산원장기술 덕분이다. 이론적으로는 저작물을 완벽하게 관리 및 추척할 수 있고, 콘텐츠 거래에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언론 환경에 이를 접목하면 매체와 광고주, 매체와 독자가 중간 플랫폼 없이 직접 만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중개인에게 광고비를 지불하는 대신 개인정보 등을 제공한 독자에게 직접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그 광고를 보는 독자는 광고비(코인)를 받는다. 분산 노드에 저장된 소비자의 암호화한 개인정보는 노출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 뉴스 유료 구독모델에도 블록체인 기술은 요긴하다. 콘텐츠를 사용 단위별로 지불할 수 있어 소액결제 활성화에 유용하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균일한 월 구독료를 내는 것보다 선호하는 음악 트랙에 대해서만 소액으로 결제하는 것을 선호하는 세대다. 기사 건당 몇 십원에서 몇 백원 결제로 구성할 수 있다.[2]
찬사와 혹평 사이, 블록체인 쓰임새
뉴스 미디어 시장에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이미 여러 실험들이 나왔다. 가장 논쟁적이었던 '스팀잇'(steamit)은 콘텐츠 생산과 확산에 보상 구조를 설계했다. 시빌(Civil)은 참여자에 토큰을 보상하는 등 구독과 후원 모델을 내세웠다. 토큰 보유자들은 투표로 매체의 참여를 결정했다.[3] 콘텐츠 출고 여부를 익명의 다수 리뷰어가 결정하는 방식인 DNN 프로젝트도 있다. 소수 데스크가 독점하는 게이트 키핑을 원천 차단한 이른바 '탈중앙화 뉴스 편집 서비스'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는 유통 구조 변화를 꾀하더라도 토큰을 가진 참여자 사이에 보상을 위한 담합 가능성이나 질 낮은 콘텐츠를 원천적으로 막기는 역부족이었다.[4] 중개자를 거치지 않는 서비스지만 이용자 모객에 드는 비용과 시간도 여전했다. 창작자 수익을 우선적으로 키우기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흐름에서 블록체인은 게임 체인저로 보는 찬사와 모든 게 안갯속이라는 비판 사이에 있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판을 설계한다기보다는 효율성과 투명성, 콘텐츠와 서비스 가치를 높여 주는 정도[5]이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보증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통 참여 활동에 따라 보상 쿠폰이나 혜택을 주는 멤버십 차원으로 시도하고 있다.
일단 국내외 주요 언론사의 블록체인 접근은 콘텐츠 제작자 수익화와 콘텐츠 권한 관리에 치중돼 있다.[6] 기술 투자에 적극성을 띠는 해외매체는 최고 경영자 선에서 적극 이끌고 있다. 자사의 풍부한 아카이브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는 저작물 관리와 수익화에 초점
이 가운데 저작물을 NFT로 활용하는 사례가 가장 두드러진다.[7] 2021년 6월 <USA투데이>는 1971년 아폴로 14호의 달 도착을 소재로 한 특별판을 NFT화 했다. 50년 동안 취재한 300개 이상의 사진, 그래픽, 삽화, 1면을 사용해 1면을 인터랙티브 형식의 모자이크로 재구성했다.
<뉴욕타임스> R&D 그룹의 '뉴스 출처 프로젝트'(2019)는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조작될 수 있는 보도사진을 블록체인에 저장한다. 이 데이터베이스 사본은 언론(인), 독자 등이 보유하는 구조로 블록체인에 보도사진을 게시하면 독자에게 사진의 출처 또는 게시 후 편집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언론사 뉴스조직에서 특정 시간에 게재했고, 찾고 있는 버전이 원본 버전과 동일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가려준다.[8]
이에 앞서 2018년 <포브스(Forbes)>는 2018년 씨빌(CIVIL)과 협력해 기사의 메타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한다고 공개했다. 메타데이터를 게시하면 기자의 신원과 신뢰성은 물론 출처도 변조할 수 없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이들 기사는 포브스 CMS 베르티(Bertie)에 통합된다. <포브스>는 "메타데이터를 공개하면 저자의 신원과 신뢰성, 참여 출처의 전문성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출처 추적과 관리는 수년간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약속이었다.
NFT 커뮤니티 구축으로 이니셔티브를 형성하는 접근도 두드러진다. 디지털 구독 등 모든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을 NFT로 전환하는 흐름도 있다.[9] 새로운 생태계를 꿈꾸는 <타임>은 2021년 커뮤니티'타임 피스(TIMEPieces)'를 론칭했다. 아티스트 40명 이상의 NFT를 독자들이 구입하거나 특별한 행사에 직접 초대하고 독점적인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
기술 잠재력에 주목하는 해외 언론
<타임>의 최고 경영진은 "일반 디지털 구독자 대상의 커뮤니티보다 '타임피스' NFT 소유자로 형성한 커뮤니티의 충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타임피스 커뮤니티'를 새로운 생태계의 창조자로 보는 <타임>은 메타버스 플랫폼 '샌드박스' 내에 타임스 스퀘어를 구입했다. 이곳에서 독립적인 이벤트를 열고 독자를 초대하고 있다. 일종의 '추종자'를 만드는 활동이다. <타임>의 집념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10]
아시아에서 가장 적극적인 매체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South China Morning Post)>다. 120년 역사의 이 매체는 지난 해부터 토큰 기반의 디지털 뉴스 콘텐츠 관리 프로젝트를 맡는 아티팩트(Artifact) 랩을 설립했다.7) 블록체인 개발자들과 미술 큐레이터, 역사학자, 연구원, 기자 등이 협업한 NFT는 독자들이 구입할 수 있다.
알리바바가 2015년 인수한 뒤 기술 혁신에서 제프 베이조스의 <워싱턴포스트>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OKX,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 더샌드박스 등과 협업 중인데, 경영자들은 "사활을 걸었다"라고 밝힐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EO 게리 류는 NFT 확장 배경에 대해 "첫째, '아카이브'를 통해 새로운 자산 가치를 형성하고 둘째, 모든 사람들에게 신문의 자산을 공유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를 이해하며 셋째, 특별한 커뮤니티 경험의 제공으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국내 언론, 테크 기업과 적극 손잡을 때
물론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 사례는 초기 실험 단계다. 블록체인이 무엇이며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혼란도 남아 있다. 해외 미디어 업계도 아직은 불확실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시장 내 기술 이해도 낮은 편이다. 지갑이 불편하고 복잡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국내 언론사는 이제 NFT 비즈니스에 눈을 뜬 상태다. 거래소 구축, 콘텐츠(아카이브) 자산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카이브, 기술 수용 등 인프라에서 크게 미흡하다. 특정 사업부서로 국한하는 등 투자도 소극적이다. 제품 사고, 스토리 기획 등 콘텐츠 가치를 키우는 문화도 아쉽다.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독자관계 개선도 먼 산 너머에 있다.
이럴수록 테크 기업에 관심을 갖고 협업에 나서야 한다. 국내에도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신원 인증, 독자 참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언론사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테크 미디어 '퍼블리시'(대표 권성민 가대성민)가 대표적이다. 기사를 읽거나 공유, 댓글을 다는 독자에게 코인 보상을 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퍼블리시 얼라이언스' 참여 언론사는 60개가 넘는다.
일부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그리는 미래는 불확실하고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와 기술 표준을 고려하면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과거 인터넷 등장 이후 전통매체는 기술을 앞세운 플랫폼 기업에 계속 뒤처지기만 했다.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외면한 채 기존의 일만 나홀로 되풀이한 결과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를 움직이는 기술은 새로운 기회를 여는 첫 관문이다. 이들 기술의 대부분은 이용자를 파악하고 다가서는 데 효용성을 갖고 있다. 이용자를 이해하지 않거나 이해할 수 없다면[11] 경쟁력을 갖기란 더욱 어렵다. 시장 안팎에 손잡을 많은 기술 파트너들이 있다. 그들과 손잡고 발걸음을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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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록체인은 변경, 해킹 또는 속임수를 어렵게 하거나 불가능케 하는 공유분산원장을 기반으로 정보를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INMA(2919) '블록체인과 뉴스의 미래' 보고서는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은 거래 정보의 기록들을 네트워크에 연결된 참여자(노드, node)의 각 서버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이때 ‘블록(block)’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단위, ‘체인(chain)’은 이 데이터들이 서로 연결되는 형태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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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액결제는 신용카드 등으로도 가능하지만 이때는 금융기관에 분배하는 수수료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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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9년 3월 토큰 판매에 실패한 지 5개월 만에 간소화된 프로세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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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영신(2018), 블록체인 미디어 사업의 가능성과 한계, 방송과 미디어 제23권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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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상섭(2018), 블록체인 기술과 미디어 산업, 방송과 미디어 제23권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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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INMA(2021), Exploring Blockchain’s Potential to Transform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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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NFT는 대체불가능한 토큰으로 사용자는 고유한 디지털 항목의 소유권을 거래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사용해 해당 항목의 소유자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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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블록체인 기술은 가짜뉴스나 허위조작정보 생산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뉴스 독자들에게 무엇이 원본인지를 알려준다. 즉, 블록체인은 보도사진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것은 아니다. 라이선스, 신디케이션, 내부 사용 기록을 보증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저널리즘 활동이다. 그것은 '가짜뉴스'를 반대하는 언론의 거룩한 발걸음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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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타임>은 독자가 NFT 소유권을 증명하기 위해 지갑을 연결할 필요가 없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돼야 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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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32가지 종류의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사용해 18개월 구독상품(49달러) 결제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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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게리 류(Gary Liu)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EO는 올해 3월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웹 3.0을 채택하는 미디어가 증가하는 것은 이용자를 이해하는 시도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용자 행동 변화를 파악하려면 새로운 기술과 사용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6월 게리 류의 뒤를 이어 캐서린 소(Catherine So)를 차기 CEO로 임명했다. 게리 류는 SCMP가 설립한 블록체인 및 NFT 전문 기업 아티팩트 랩 CEO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