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뉴스시장 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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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4월 27일

기술 없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불가능 판단
디지털 미디어 전환 이끌어낸 일관된 방향
10년 전부터 스타트업 육성...상상력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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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미디어 그룹 악셀 스프링거(Axel Springer)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 로그인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용자는 탈중앙화 지갑을 생성하여 악셀 스프링거의 주요 매체에 로그인할 수 있다.

악셀 스프링거의 협업 파트너인 블록체인 기술 기업 킬트(KILT)의 프로토콜은 스포란(Sporran) 지갑으로 디지털 지문 또는 DID를 생성한다. 여기에 자격 증명을 DID에 추가하고 ID를 만든다. 자격 증명은 이용자의 관리 하에 지갑에 저장할 수 있고, 누구와 공유할지 결정할 수 있다.

암호화 기술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이용자는 자신의 개인정보(신원) 데이터를 직접 제어한다. 즉, 이용자는 로그인할 때 모든 개인 데이터를 수집(및 저장)할 필요가 없다. DID(Decentralized Identity, 분산신원확인)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ID를 구축해서 데이터를 비공개로 유지하고 소유할 수 있어서다.

개인 정보의 보안 및 프라이버시가 강조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새로운 기회로 평가받는다. 악셀 스프링거는 킬트의 ID 블록체인을 자사의 디지털 자산-채널에 통합하여 이용자에게 원활하고 안전한 로그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매체 접근성을 높여 구독, 이벤트 등에서 차별화를 기할 수 있다.

폴카닷 생태계
폴카닷 생태계

탈중앙, 메타버스 등 웹3 생태계에 들어서다

이는 미디어 서비스에서 비즈니스를 확장시킨 악셀 스프링거의 예고된 목표이다. 웹 3.0(Web 3) 기술의 잠재력을 들여다보면서 보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구현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폴카닷(Polkadot) 네트워크의 일원인 킬트 프로토콜이 악셀 스프링거에 작동하는 것은 악셀 스프링거가 새로운 생태계에 발을 디딘다는 것을 의미한다.

웹3 재단에서 설립한 오픈 소스 프로젝트인 폴카닷은 완전한 상호 운용성을 강조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다. 폴카닷 생태계를 기반으로 탈중앙화 앱, 서비스 및 채널을 쉽게 구현하고 연결할 수 있다. 폴카닷 생태계에는 킬트를 비롯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계약, NFT, 클라우드 컴퓨팅, 디파이(DeFi), 메타버스 인프라 솔루션 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2022년 현재 80% 이상의 매출을 디지털 미디어 부문에서 거두는 악셀 스프링거는 2019년 가상자산(암호화폐)를 사용하는 소액 결제 솔루션 기업 사토시페이(SatoshiPay)와 제휴했다. 결제 솔루션 사업자 즉, 중개자 없이 독자는 자신의 사토시페이 지갑에서 루멘스(Stellar Lumens, XLM) 화폐를 매체의 지갑으로 보내 콘텐츠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구매할 때 사토시페이 웹 사이트가 열린다. 페이팔(Paypal) 또는 신용카드를 통해 금액을 설정하면 사토시페이는 이를 가상자산 스텔라 루멘스로 자동변환한다. 이용자는 사토시페이와 제휴한 모든 미디어에서 콘텐츠 결제를 할 때 이를 사용할 수 있다. 2019년 기준 50루멘을 충전하면 법정 화폐로는 약 4달러(3유로)의 가치다.

  • 소액결제는 현재의 결제 환경에서도 가능한데 왜 모든 것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여야 하는가?

다른 지불방법에서 발생하는 높은 수수료 때문이다. 페이팔의 경우 판매자는 구매 가격의 일정 비율을 페이팔에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잡지 기사의 건당 요금이 50센트라면 페이팔 수수료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금액이 거의 없다.스텔라 루멘스를 통한 거래는 '1000분의 1센트'에 불과하다.

  • 다만 가상자산(암호화페)는 가치가 불안정하다. 가령 1루멘은 0.07센트였다가 1개월 만에 0.05센트로 교환 가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법정화폐로 표시한 코인의 가격이 거의 변동하지 않는 안정된 스테이블 코인이어야 한다. 이 경우 변동성은 거의 없다. 다만 코인 발행사의 부실 운영 등으로 대량 환매나 투기적인 공격이 일어날 수 있고 금융안정, 통화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00원 소액으로...기사 단락별·요소별 결제 가능

가상자산 기반의 소액결제(micropayment) 환경은 언론사나 이용자 모두에게 유리하다. 개별 기사에 대한 직접 지불은 언론사의 광고 플랫폼 및 구독 모델과 독립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 제품의 구현이 가능하다. 가령 기사의 단락별 구매를 설정할 수 있다. 기사 내 도표나 사진, 영상도 포함한다. 5센트, 20센트 단위의 소액 제품 거래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다.

뉴스조직은 독자가 어떤 기사에서 어느 부분에 흥미를 갖는지 아니면 이탈하는지 피드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콘텐츠별 성과 확인 등 추후 제품 구성에 근거가 되는 부수적인 정보를 얻는 것이다.

다만 스텔라 루멘스처럼 요동치는 코인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혹독한 시련을 주는 가상자산도 있다.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신뢰를 잃는다면 매체사에게 좋은 선택지는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사토시페이는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International Business Times), 기술 전문지 레지스터(Register) 등과 협업했으나 흥미롭지 않은 결과를 냈다. 예정대로라면 사토시페이 결제 서비스는 악셀 스프링거 소유의 빌트(Bild) 등에 2019년 중반부터 본격 도입 예정이었다.

'업'의 방식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방향에서 다뤄

실제 성과를 떠나 이러한 접근은 악셀 스프링거의 디지털 전환의 역사에서 이정표로 작동한다. 실패와 성공의 간극은 뉴스조직이 어떤 도전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가에서 상당히 좁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악셀 스프링거 그룹의 컨설팅 조직 'hy'는 최근 웹3 및 메타버스 비즈니스를 꾸렸다. '업'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상하기 위해서다. 현재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토큰 경제로 대체되거나 메타버스의 몰입형 경험이 만들 생태계처럼 현실과 디지털 공간의 통합을 상상하는 에너지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hy'는 "인터넷의 다음 진화는 분산화, 소유권, 프라이버시, 투명성, 자동화의 근본적 변화를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 확립된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하고 새로운 강자를 등장시킬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고민해야 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컨설팅과 비즈니스 기회를 마련한다.

4년 전 독일 2대 증권거래소 뵈르제 슈투트가르트 그룹(Boerse Stuttgart Group)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온라인 금융 포털 피난첸 포털(finanzen.net)에 정보를 공급키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뉴스, 데이터, 거래 등 모든 서비스를 단일 플랫폼에서 패키지로 제공하는 그림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악셀 스프링거의 이니셔티브 전략이다.

블록체인 기반 뉴스 생태계
블록체인 기반 뉴스 생태계 예시. 소셜플로우(Socialflow) 백서 재구성.

고위직 실리콘 밸리 보내...게임 체인저 직접 경험

이 뿌리는 마티아스 되프너(Mathias Döpfner)[1] 악셀 스프링거 최고경영자(CEO)에서 출발한다. 마티아스 되프너는 2002년 경영권을 쥔 후 종이신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전통적인 뉴스제품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고 깨달았다. 그는 실리콘 밸리의 강자들과 그들의 혁신 문화를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식한 레거시 미디어의 리더였다.

10여년 뒤 빌트(Bild) 편집장을 포함해 악셀 스프링거 고위직 3명은 실리콘 밸리에서 1년여의 안식년을 보냈다. 많은 사람들은 징벌적 연수 또는 무모한 낭비라고 비난했지만 악셀 스프링거의 계획은 따로 있었다. 디지털 시장의 게임 체인저를 이해하고 가능한 많은 경험을 악셀 스프링거로 이전하려는 야심이 그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악셀 스프링거는 기업의 유산을 상징하던 매체들을 매각하는 한편 뉴스 포털 플랫폼을 키우고 2012년 일간지 벨트(Die Welt)를 필두로 2013년 타블로이드 빌트의 디지털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2015년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4억 유로를 들여 인수했다.

삼성과 협력해 개발한 미디어 스타트업 업데이(Upday)에도 투자했다. 2013년부터 악셀 스프링거는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90개 이상에 총 1억 유로(1억 1,4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이에 앞서 2009년 약 40개국에서 운영되던 온라인 구직 플랫폼인 노르웨이 기업 스텝스톤(Stepstone)을 사들였다. 2012년 프랑스에서도 중고차 판매 채널(LaCentrale.fr)을 비롯 여러 개의 채널(Seloger.com, AuFeminin.com)을 인수했다. 디지털 (분류)광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계산이었다.

신문 기자 출신 리더가 인수합병, 디지털 전환 주도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수 등 디지털 채널의 증가는 전통적인 지역언론사 매각을 동반했다.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서의 솔루션 플랫폼 구축은 물론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함으로써 혁신의 좌표를 분명히 설정했다. 많은 투자를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대주주-미국 투자 회사 KKR을 받아들인 것은 그 '결단'의 증거로서 비쳐졌다.

일부는 좌절했고 일부는 순수했지만 중장기적으로 희망을 제안했다. 명망 있는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 지분 투자도 그런 흐름에서 나왔다. 마티아스 되프너는 2016년 4월 악셀 스프링거 주총에서 "신문 저널리즘을 수호해야 하지만 반드시 종이신문을 옹호할 필요는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때 하루 500만 부 이상 팔리던 주력 신문인 빌트의 인쇄 부수는 그 무렵 급격하게 감소하여 200만 부 이하로 떨어졌다. 매출도 반토막이 났다. 디지털 전환이 절실하던 때였고 승부처는 유료화였다. 악셀 스프링거는 선도적인 디지털 미디어를 목표로 삼았다. 미디어 컨설팅 그룹 '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되프너는 적절한 디지털 기업 인수로 인쇄매체의 체질을 바꿨다.

악셀 스프링거의 대표 언론사 격인 빌트에서 인쇄와 디지털의 구분은 사라졌다. 콘텐츠를 한 번만 제작하고 모든 매체가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형식이다. 벨트는 텔레비전 뉴스 채널인 엔24(N24)와 통합해 벨트엔24(WeltN24)로 움직이고 있다. "뉴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원하며, 그것이 인쇄된 종이, 디지털 또는 TV에 나오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방향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수 언론사 참여, 독자 보상 구조 설계해야"

글로벌 테크 미디어 스타트업 퍼블리시(PUBLISH) 권성민 대표는 악셀 스프링거의 도전을 인상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한계'를 꼽았다. 단일 매체가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서다. 권 대표는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지향하는데 이를 검증하는 곳(validator)을 한 매체로 한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퍼블리시는 2018년 초 토콘프스트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보상구조를 꾸렸지만 정체를 경험했고, 현재는 수십 개 매체를 아우르는 '퍼블리시 얼라이언스'를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언론사들을 아우르는 생태계로 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한때 주목받았던 시빌(Civil) 프로젝트는 참여하는 언론사들만 유리하고 독자 보상 및 광고를 배제하는 설계였기에 비현실적이었다"고 진단했다.

블록체인 기술기업과 협업에 따른 비용 구조도 만만찮은 부담이다. 권 대표는 "현재 블록체인 관련 기업은 언론사 실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쟁력 원천은 AI, 블록체인 수렴하는 조직 문화

마티아스 되프너 최고경영자는 올 3월 사내 메모에서 "AI는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이전보다 더 좋게 만들거나 단순히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면서 "최고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공지능의 파고를 마주하는 언론사의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일관된 주제를 강조한 셈이다.

그의 리더십은 여러 논란에도 웹3를 지향하는 악셀 스프링거를 관통하고 있다. 그 원천에는 인쇄 미디어의 종말을 확신한 경영진의 이해가 깔려 있었다. 악셀 스프링거 이사화 멤버인 안드라스 빌레(Andreas Wiele)는 2018년 유명 비디오 저널리스트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을 뉴스산업을 바꿀 거대한 기술 트렌드로 꼽았다.

그는 "콘텐츠 제작, 마케팅 및 기타 분야에서 훨씬 더 많은 자동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AI의 지혜로운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블록체인은 "차세대 인터넷 혁명의 기수로 시장 재편에 잠재력이 큰 기술이며 이 변화의 최전선에 서고자 한다"는 미디어 그룹의 입장도 밝혔다.

이렇게 웅장한 도전이 이어지는 것은 인쇄 미디어의 전문가, 디지털 미디어의 전문가들이 결합하고 움직이는 '조직 문화'가 충분한 밑거름이 됐다. 다양성, 자유, 사회적 연관성, 변화를 주도하는 추진력은 악셀 스프링거의 문화를 상징하는 키워드이다.

악셀 스프링거는 홍보 페이지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다채로운 디지털 문화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창의적이든 기업가이든,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전문적인 도약이 필요하다면 바로 이곳이다"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시장 재편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이 공유될 수 있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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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프너는 2016년 "10년 뒤 악셀 스프링거는 디지털 비중이 100%, 해외 비중은 80~90%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것은 대체로 사실이 되고 있다. 디지털 리더십을 발휘하는 그가 종이신문 기자 출신이라는 점은 뜻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