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생태계를 향한 도전
"웹3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는 기회의 열쇠"
기술은 늘 어렵지만 상상력 발휘가 핵심 동력
언론계와 테크기업 간 협력 프로젝트 펼칠 때
분산형 시스템을 지원하는 블록체인은 웹3(Web 3.0)의 기술 요소로 기자와 뉴스조직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의 모든 데이터는 완전히 개방돼 있으며 모든 참여자가 사용할 수 있는 등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웹3는 블록체인 프로토콜 이더리움(Ethereum)의 공동 설립자인 게빈 우즈(Gavin Woods) 박사가 처음 사용했다. 현재는 한때의 '마케팅 유행어'에 불과하다는 것부터 '인터넷을 밝힐 미래'까지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글로벌 미디어는 다른 산업의 유명 브랜드처럼 웹3의 가능성에 다가서고 있다. 타임은 2022년 고유한 가치를 지닌 분산 암호화 토큰 NFT를 사용하여 콘텐츠에 접근하고 형성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최초의 매거진을 선보였다.
케이스 그로스맨(Keith A. Grossman) 타임 회장은 이를 "언론사 브랜드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는 스타트업(The Daily Ledger) 공동창립자 한스(Hans Brorsen)는 "웹3를 뉴스조직이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는 완벽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NFT 등 디지털 수집품으로 뉴스 소비 경험 선도할 때
NFT를 비롯 가상자산(암호화폐) 지갑,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 탈중앙화된 자율조직), 출처 증명, 언론사와 독자 간 직접 이뤄지는 소액결제 등은 뉴스조직의 비즈니스에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무엇보다 독자는 포털사이트나 소셜미디어 등의 중앙집중적인 플랫폼을 벗어나 고유의 웹3 플랫폼에서 새로운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사용자가 자신만의 수집품(virtual creations: 버추얼 운동화, 옷, 액세서리 등)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로열티를 벌 수 있는 나이키 스우시(swoosh) 플랫폼처럼 상호 호혜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개인정보의 통제권을 가진 자신의 아이디(Decentralized Identity, DID, 분산신원확인)를 만들고 뉴스를 비롯한 디지털 수집품의 소유권을 허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블록체인과 저널리즘을 접목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소셜미디어가 아닌 언론사 웹사이트로 독자를 다시 데려오고 소액결제 등 뉴스 소비에 새로운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단은 웹3에 관심을 갖는 젊은 세대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사 채널 바깥에서 뉴스를 접하는 상황에서 브랜드 충성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소수의 참여자에게 티켓 구실을 하는 NFT는 대표적 수단이다.
"기사 클릭하면 뉴스 출처와 진위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토큰은 개별 가치를 가지며 온라인 거래를 할 수 있다. 타임의 커버 표지를 생성하는 디지털 수집품은 타임의 구독료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 바 있다. NFT를 사고파는 사람들의 브랜드 관심도는 잡지보다 더 높다. 언론사가 제공하는 NFT를 모으는 독자도 나올 수 있으며, 충성도 높은 독자가 생성하는 NFT는 거래를 할 수 있어서다.
사람들이 특정 관심사를 중심으로 스스로를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인 DAO도 마찬가지다. 독자를 위한 가상 커뮤니티를 구축한 뒤 콘텐츠 편집 권한을 차등 부여한다. 독자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투표를 한다. 뉴스조직은 독자의 제안을 수용한 스토리를 게시하고, 커뮤니티는 공동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배경이 되는 셈이다.
더 나아가 저널리즘 자체에도 보탬이 된다. 언론사가 생산하는 기사의 메타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실제 저장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허위조작정보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스(Hans Brorsen)는 자신들이 개발한 미디어 인증 프로토콜(Media Authenticity Protocol)에 대해 "메타데이터에는 뉴스 콘텐츠의 암호화 지문이 있다"며 "사용자는 링크를 클릭하기만 하면 자신이 소비하는 뉴스의 출처와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언론사들은 더디지만 해외 뉴스조직은 진지하다. 프랑스 일간지 '20미닛(20 Minutes)' 편집장은 "많은 언론사들이 웹3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게 아니냐고 묻는다"며 "그럴 때마다 (이미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앞서 있다"고 말했다. 길이 먼 만큼 서두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커뮤니티 월'로 이니셔티브 도모한다
2022년 세계뉴스미디어 총회(World News Media Congress 2022)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설립한 아티팩트 랩 CEO 게리 루(Gary Liu)는 우선은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NFT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잠재력에 주목해온 그는 "젊은이의 디지털 자산 소유욕구를 충족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CMP에서 분사한 아티팩트 랩은 언론사를 비롯 문화 및 역사와 관련된 정보를 아우르는 곳에서 자신의 물리적 자산을 블록체인으로 변환하고 해당 자산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해주는 스타트업이다. 사용자의 가산자산(암호화폐) 지갑으로 연결되는 아티팩트 홈페이지는 최근 1997년부터 25년간 SCMP의 보도사진을 5개 테마로 구분한 NFT 'HK25 순간(Moments)'를 판매하고 있다.
SCMP의 전략은 언론사가 확보한 뉴스 아카이브의 역사성에 착안했다. 이를 위해 매체가 발행하는 NFT의 역사적 중요성을 포함하는 정보를 새로운 메타데이터 표준에 입력했다.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해인 1997년 SCMP 1면을 사용해 새로운 NFT 컬렉션을 만들었다. 그해에 발행된 362개의 1면을 기반으로 총 13,000개의 NFT를 생성했다. SCMP는 이것을 구매자가 자신이 어떤 NFT를 받게 될지 미리 알지 못하는 형식의 '미스터리 상자(mystery boxes)'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했다.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을 동원한 것이다. 이 결과 13,000개의 NFT는 약 4시간 만에 매진되어 약 25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SCMP는 새로운 NFT 소유자가 자신의 구매를 전 세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월(Community Wall)을 시작했다. '커뮤니티 월'이란 가입절차를 거쳐야 362개의 모든 NFT 첫 페이지를 만날 수 있다. NFT 중심의 참여-보상 생태계를 추진할 때 커뮤니티 구축은 핵심적인 과제다. 커뮤니티 멤버라는 소속감을 키워 애착을 갖도록 하는 접근이다. 이후 SCMP는 홍콩의 과거 유명한 공간의 사진과 도시 문화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 NFT 제품으로 확장했다.
사용 환경, 기술 파트너십, 가치 확장이 열쇠
리우는 당시 총회에서 언론사가 주목해야 하는 세 가지 웹3 사례를 언급했다.
스타벅스는 블록체인 기반 멤버십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블록체인, 웹3 등의 용어를 쓰지 않았다. 사용자가 자신이 블록체인에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없게 구성하고 블록체인의 가상자산을 소개하는 형태다. 벤치마킹할 부분이 많은 모델이다.
구찌(Gucci)는 웹3 커뮤니티와 차세대 소비자를 유도하는 웹3 네이티브 브랜드와 제휴했다. 이렇게 새로운 생태계는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구찌는 다른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에 앞서서 새로운 가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타임은 웹3 커뮤니티 이니셔티브 타임피스(TIMEPieces)를 구축하며 자사의 상징적인 빨간색 프레임을 활용했다. 이 잡지는 20,000개 이상의 개별 NFT를 판매하여 1,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타임의 희소한 자산 가운데 하나는 이 잡지 브랜드(커버)의 자산 가운데 하나인 빨간 테두리다. 빨간 테두리 안을 아름답게 활용하면서 가치를 키웠다.
NFT는 아트이지만 일종의 멤버십 카드 역할
프랑스 최대 신문 '20미닛(20 Minutes)'은 2022년 초 일반 대중을 위한 최초의 웹3 잡지를 공개했다. '20민트(mint)'로 불리는 이 간행물은 웹3를 주제로 다루며 재정적 문제를 해소하는데 약 280유로로 책정된 1000개의 NFT를 판매했다. 15시간도 채 되지 않아 완판됐다.
'20미닛'의 관계자는 "이 NFT들은 아트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멤버십 카드"라고 말했다. 독자가 NFT를 구입하면 뉴스룸에서 편집과 관련된 토론을 볼 수 있는 비공개 디스코드(Discord) 채널 접속 권한을 얻는다.
이 NFT 커뮤니티는 편집 토론에 참여하고, 다루고 싶은 주제에 투표하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로렌트(Laurent Bainier) 20미닛 편집장은 웹3를 직접 경험하며 얻은 교훈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웹3는 먼 미래일 수 있지만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가장 큰 장벽은 안팎을 설득하는 것이다. 가령 국내 언론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제도적 문제로) 회계 처리가 난감하다.
둘째, 웹3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은 많다. 디스코드 커뮤니티 같은 곳은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관심사와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셋째, 웹3 로드맵이 중요하다. 큰 약속을 떠들어도 (기술 이슈 등으로)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하되 약속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소통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웹3의 방향이나 내용을 질문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그들은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독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지갑으로 시간과 돈을 쓰는 독자는 새로운 비즈니스와 관심있는 콘텐츠를 알아차릴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기사 전달 흐름 시나리오 연구에 따르면 뉴스조직은 보다 투명하고 개인화된 정보 제공이 가능할 수 있다. 위 그림은 뉴스조직(기자)과 독자 간 관계를 보여준다. 빨간색 다이아몬드(사각형) 모양은 공유 증명 과정을 나타내며 블록체인에 기사를 저장하는 흐름을 나타낸다. 속보 기사는 저장되어 독자들이 즉시 볼 수 있다. 단, 속보성이 없는 기사라면 기자가 댓글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을 설정한다. 그 이전에 기존 기사와 중복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다수의 기자가 참여하는 데스크들은 그 저장 기준을 합의한다. 평균 댓글 수는 그 기준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평균 댓글 수보다 많은 댓글이 있는 기사는 저장한다.
녹색 다이아몬드는 맞춤형 기사 제공의 흐름이다. 개인화는 독자의 아이디(DID 포함)를 기반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독자는 기사 블록체인에 접근할 때 자신에 대한 개인정보를 선택적으로 표시할 수 있다. 독자의 선호도에 대한 정보가 축적되면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기자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원하는 A 독자는 긍정적인 댓글이 많은 기사를 볼 수 있다.
기준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기사를 원하는 B 독자는 정한 기준보다 댓글 수가 절반을 넘지 않는 기사를 제공받지 못한다. C 독자처럼 자신의 정보를 제시하지 않으면 모든 저장된 기사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독자의 선호도에 대한 정보가 축적되면, 이를 기반으로 하는 추천 기사를 볼 수 있다. D 독자는 댓글이 활성화된 기사를 원한다. E 독자는 분류(정치)에 따라 기사를 본다.
이 시나리오는 저널리즘 모델이 블록체인에 적용되었을 때의 효과를 가정할 수 있다. 첫째, 중복 내용 검증을 거친 기사만이 저널리즘 블록체인에 저장될 수 있다. 둘째, 뉴스 편집권이 참여한 기자에게 배분된다. 모든 기자는 기사에 댓글을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공유 가치의 기준에 동의할 수 있다. 언제든 그 기준도 바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자도 절대적인 권한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넷째, 독자는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기사를 본다. 추천되는 기사의 배열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3자는 이를 통제할 수 없다.
저널리즘 미래 아이디어와 목표 만들어갈 때다
가정대로라면 블록체인이 저널리즘 생태계를 크게 개선할 기회는 많다. 그러나 웹3의 방향은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슈는 서로 연결되지 않는 부분-상호운용성의 한계이다. 가령 솔라나(Solana)에 NFT를 보유하고 있으면 이더리움에서 판매하기는 어렵다. 연결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진보는 이 문제도 점차 해결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문제는 많은 용어들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에 거부감을 갖게 한다. 블록체인 응용 프로그램이 실용적인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인지도와 설득력을 키울 수 있다. 현재까지는 NFT와 메타버스는 가장 대중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세계의 미디어 기업과 기관들은 웹3의 지속가능한 프로젝트와 기술의 신뢰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언론사들이 새로운 생태계를 상상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이다. 지난해 콩드 나스트, 로이터, 레제코 그룹(Groupe Les Echos), 퍼블리코(Publico) 등이 구성한 파일럿 프로젝트 코젠시(Cogency)는 대표적이다.
이 파일럿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는 옥스퍼드대 인터넷 연구소 방문 펠로우 데이비드(David Tomchak)는 "메타버스의 뉴스 가판대가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탈중앙화 금융이 언론의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NFT 거래소나 디지털 수집품 생성에 언론사와 관련 기업들 간 손을 잡은 경우는 있지만 언론계 전체가 생태계를 재설계하는 논의 테이블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 언론은 왜 기술을 학습하지 않는가?
매개 플랫폼 등 빅테크에 의존하는 웹2(Web 2.0)는 중앙집중식 소셜네트워크 및 중앙집중식 데이터베이스 공급자의 입김이 세다. 포털사이트나 유튜브를 예로 들 수 있다. 웹3는 이러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지의 질문을 안고 있다. 그 핵심 질문은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고 모두를 위한 웹에 이를 수 있는가이다.
현재까지도 블록체인은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과 '환멸의 저점'을 오르내렸다. 일단 독자에게 새로운 기사(브랜드)의 가치를 허용하는 토큰 생태계는 흥분을 일으켰다. 반면 기사의 편집 내역을 게시하는 것은 이 기술 없이도 가능한 만큼 냉담하게 다뤄졌다.
이렇게 냉온탕을 오가면서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생태계 실험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해외 미디어 업계의 전문가들은 "저널리즘이 기술을 통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아이디어와 목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비단 블록체인만이 아니다.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기술 협업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미래의 길을 찾는 학습 과정에 뛰어들어야 한다. 더 많은 프로젝트가 등장해 독자들이 웹3에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러한 경험과 사례를 누적하면 극적인 장면이 나올 수 있다. CTO 등 기술조직의 체계 정립부터 R&D 예산 확보까지 리더십 발휘가 중요한 때이다.